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아이린 Jun 28. 2024

약을 먹으며 그리고 원인이 뭘까?

엄마는 파킨슨 증후군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서너 번쯤 먹었을 때, 약을 먹으면 오른쪽 상복부 갈비뼈 아래쪽이 아프다며 중단했다. 한 달 지나 의사를 만난 날, 상복부 통증이 있다고 말했더니 예민해서 그럴 수 있다며 다른 약으로 처방했다.  약에 부작용이 있을 땐 중단하라는 의사의 말도 있어 맞는 약을 찾을 때까지 엄마는 약을 잘 먹지 않았다. 한 달에서 석 달 간격으로 병원에 갔다. 그때마다 약을 바꾸다가 가장 약한 약이라며 처방해 준 약은 부작용이 덜해서 오랜 기간 복용했다.  


만 칠순을 지나 엄마에게 찾아온 병의 원인은 뭘까?

유전적인 요인이라면, 외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다는 점. 고혈압약을 꾸준히 먹지 않았던 것, 스트레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관절염 약을 오래 먹었는데 만성 염증이 뇌 쪽으로 간 것일까.  내가 초등학생일 때 스케이트장에서 나를 잡아주다가 미끄러지며 뒤로 넘어져 머리를 부딪친 적이 있다. 외상의 충격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오래전 기억도 떠오른다.

뇌 흑질에 있는 도파민 세포가 소멸되어 그 세포체의 연결고리가 줄어들면, 선조체 신경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줄어들게 된다. 도파민 세포가 소멸되는 것을 미리 검사로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진단받기 1년 전쯤, 엄마가 자주 가는 단골 미용실에서 미용사가 머리를 감겨 주며 말했다.

"머리가 작아졌어요."

"그래요? 그럴 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 서서히 병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엄만 오른손으로 가위질도 힘들어지며 손 힘이 없어졌다. 가계부의 글씨가 점점 작아지고 글자 위에 글자가 포개지며 알아보기 힘들어졌다.


파킨슨 증후군을 일으킨 원인 질환을 찾아내는 방법 중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환처럼 수치로 나오는 검사가 없다. 어떤 질환이 일으켰는지 알아내려면 신경학적 진찰이 필요하다. 얼굴 표정, 눈 깜빡임, 목소리, 발음, 삼키기, 서 있는 자세나 걸음걸이, 중심 잡기를 살펴야 한다. 엄마는 얼굴 표정이 날이 갈수록 무표정해졌고, 걸음걸이는 중심 잡기가 힘들어지며 빨라졌다. 보폭이 좁아지며 종종걸음이 되었다. 또,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 밤 새 뒤척이다 새벽에야 잠드는 때가 많아졌다.


초기엔 공원에서 같이 걸으며 운동을 다녔다. 작년 3년이 지나니 걷다가 힘없이 쓰러지기도 했다. 그러다 여름 이후로는 외출이 힘들어졌다. 집안에서도 잘 넘어지니 움직일 때는 주시해야 한다. 지금은 집안에서도 보행 보조 기구를 이용해야 걸을 수 있다.  

도파민은 운동 영역뿐만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엄마는 초기에 우울해하며 한탄했다.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한심해."

"약 꾸준히 먹고 운동하면 좋아진대요."

진짜 그럴 줄 알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라는 것은 현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만 않는 것이다.


병이 운동 기능과 감정 조절 기능 외에 영향을 준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항상 내 마음에 비가 내리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진단을 받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