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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껴야 잘 산다

돈과 시간을 아끼는 작가의 홈페이지 만들기

by 오지의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어떻게 만들까' 단계입니다. 만약에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분이 콘텐츠 창작자의 웹사이트 필요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하셨다면, 저는 세세한 방법론까지는 일일이 다룰 생각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으니까요...!!! 저도 고작 아마추어에 경험이 일천한데, 개인적 제작 경험을 감히 '가이드'로서 제시할 수는 없어요. IT세계는 유행이 빈번히 바뀌기도 하구요. 그래도 만약 시간이 허락한다면, 시리즈의 맨 마지막에 부록으로 가볍게 다뤄볼 생각입니다.


다만 홈페이지 만들기의 또 다른 허들, '돈'을 기준으로 몇 가지 대원칙을 생각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앞선 장에서는 제작의 단점으로 '기술적 어려움'을 언급했고, 이를 생성형 인공지능이 파격적으로 극복했음을 이야기했었죠. 하지만 기술 말고 중요한 또 다른 허들은 당연히 돈입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대중적인 글쓰기 서비스는 대개 무료인 반면, 손수 홈페이지를 만들려면 돈이 듭니다. 세상에 돈 나가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요즘 세상에 글만 가지고 큰돈 버는 사람은 극극극 소수일 뿐이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돈을 아껴야 합니다.


미리 강조할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작가의 웹사이트는 부업으로 인기 있는 '수익형 블로그'와 방향성이 정반대입니다. 돈 벌리는 일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고고한 선비라서가 아닙니다. 자동화 포스팅으로 수많은 검색 유입을 끌어당겨 조회 수익을 내는 사이트, 협찬과 광고로 경제적 이익을 꾀하는 블로그는 태생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로 채워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생각과 경험이 오롯이 담긴 밀도 있는 글을 안정적으로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정체성, 브랜딩을 확립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어설프게 돈 벌 궁리를 하는 것은 오히려 멀리 돌아가는 길입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높은 신뢰도가 광고가 없다는 것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기억해 보십시오.)


만약 저와 목적이 비슷하시다면, 초기 비용은 그저 비용으로 간주하는 것이 이롭습니다. 소규모 웹사이트가 애드센스 광고를 거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우리의 콘셉트에도 알맞지 않으니까요. 뭐, 나중에 대스타 작가가 되어 독자와 직접 연결되는 구독/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입니다. 초기 세팅에 들어가는 돈은 일단 아껴서 작게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나중에 필요에 따라 규모를 키우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호스팅부터 살펴볼까요. 인터넷 공간에 웹사이트를 만들려면 서버가 필요하겠지요. 우리가 직접 서버를 운영할 필요는 없습니다. 호스팅 업체를 통해 서버 공간의 일부를 기간제로 임대하면 됩니다. 집 지을 땅 마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만약 실제 건축이라면, 건물이 땅에 물리적으로 붙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지 자체를 변경할 수 없으니 최대한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작은 땅에 작은 집을 지었다가, 뒤늦게 큰 집으로 마음이 바뀌면 낭패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사양 서버에서 고사양 서버로, 이 호스팅 회사에서 저 호스팅 회사로, 낮은 저장 용량에서 고용량으로 변경이 아주 간단합니다. 만약 모종의 이유로 브런치 글을 모두 네이버 블로그로 옮긴다? 굉장한 중노동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쌓아온 것들이 기업 플랫폼에 종속되니까요. 하지만 개인의 홈페이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 소유물이니까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낮은 단계에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국내 대표적 업체들의 웹호스팅 가격은 한 달에 천 원 정도 수준에서 기본 사양을 제공합니다. 국외 업체들도 몇 달러 수준에서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성능을 고려하면 가성비는 더 좋습니다.) 심지어 무료로 제공되는 일부 호스팅도 있으니, 비용이 부담되어서 도전조차 못 해볼 일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너무 잘 풀린 나머지 날마다 접속자가 쏟아진다면, 그때 가서 추가금을 내고 서버 사양을 올리면 그만입니다. 결론은 적거나 무비용으로 시작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미래에 대해 너무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어디 그냥 한 번 시험 삼아 해 볼까...?


다음은 제작 툴인데요. 워드프레스를 추천합니다. 코딩을 몰라도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는 다른 툴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도구들이 기초 과정과 디자인을 보조해 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워드프레스는 대단히 널리 사용되다 보니 디자인(테마)과 기능(플러그인)선택지가 방대하고, 콘텐츠 관리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무료지요.


워드프레스의 단점은 배우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이 사용하는 용어나 인터페이스가 썩 직관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초보 입장에서 능숙히 쓰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제는 훌륭한 AI 선생님들이 일일이 가르쳐주고 보조해 주니 어렵지 않습니다. 워드프레스는 세계적으로 사용되다 보니 당연히 축적된 관련 자료도 많겠지요? 그래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답변 수준도 매우 훌륭합니다. (저는 AI도 무료 버전 쓰고 있습니다. 굉장한 짠순이지요?) 게다가 요즘은 무료 테마도 인공지능 보조 하에 디자인을 제안하며, 클릭만으로 사이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워드프레스에도 현란한 유료 테마와 유료 플러그인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간단한 개인 홈페이지 만드는 용도라면 무료 툴만으로도 차고 넘칩니다.


저는 콘텐츠 제작자를 기준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듦에 있어 호스팅과 제작 툴에 돈을 최대한 아끼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그냥 한번 '찍먹'해봐도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중요한 가용 자원 중 하나가 시간입니다. 한정된 시간은 콘텐츠에 최우선으로 써야 합니다. 홈페이지고 뭐고 그다음입니다. 그러니까 홈페이지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 것도 강조하고 싶네요. 만약 이런 류의 웹 작업을 한 번도 안 해본 분이라면, 지나친 자유도와 현란한 기능에 오히려 길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할 수 있는 것, 해 보고 싶은 것이 갑자기 너무 많아지는 것이지요. 저는 그냥 기본 디자인과 주어진 템플릿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디테일한 수정과 디자인 향상에 너무 공들이지 마세요.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집니다. 특히 모바일 반응성이나 레이아웃 등은 미리 세팅되어 있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이렇게 돈과 시간을 아끼고 아껴도, 필요할 때는 화끈하게 써야 합니다. 다음 글은 과감한 투자를 추천하는 항목에 대하여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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