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막강한 힘 - 브런치만이 해낼 수 있는 것들
저는 이 시리즈를 통해 "만국의 아마추어 작가들이여, 홈페이지를 만들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인터넷에 글 쓰는 이들 중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글을 게시하는 이들은 극소수입니다. 딱히 글뿐만이겠습니까. 개인이 만드는 콘텐츠의 절대다수는 기업형 플랫폼에 업로드됩니다. (아니 대체 누가 2020년대에 개인 홈페이지를 만든답니까?) 사람들이 다 바보라서 제가 열변을 통하며 강조하는 개인 웹사이트의 장점을 모르는 것일까요? 대형 플랫폼에 각종 한계가 있음을 흐린 눈으로 애써 무시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브런치도 글에 특화된 플랫폼으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이곳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일 테지요. 그 여러 장점 중에서도, 개인의 소규모 홈페이지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특장점을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브런치는 비교적 긴 글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다수 모여있는 플랫폼입니다.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시대에, 이 네트워크는 상당한 역사를 통해 특정 유형의 유저들을 다수 포섭했지요.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구독 시스템과 키워드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의 독자와 작가가 쉽게 만납니다. 개인 홈페이지에서 이 정도 규모의 독자층을 확보하는 것에는 엄청난 시간과 마케팅 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브런치에 업로드한 글은 신기하리만큼 구글 검색에서 상위에 노출된다는 점도 알고 계시지요? 카카오라는 대기업의 도메인 신뢰도와 최적화 능력은 압도적입니다. 게다가 브런치 특유의 작가 선별 시스템도 품질 측면에서 검색 가산점(?)이 붙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브런치의 내부의 사용자뿐 아니라, 구글을 통한 대량의 독자 유입도 노려볼 만합니다. 설령 같은 품질의 글을 업로드해도, 개인 웹페이지는 검색에 최적화된 높은 기술적 수준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위로 분류합니다.
대감집 근처에서 얼쩡대다 보면 종종 운 좋은 일이 생깁니다! 브런치의 편집자, 에디터 픽에 잘 들어맞는 글은 폭발적인 노출 효과가 있습니다. 브런치 메인 혹은 다음 포털 메인에 걸리면 조회수가 날마다 펑펑 터집니다. 마찬가지로 브런치 공모전(대감집 잔치죠)에서 결이 잘 맞는 출판사를 만난다면 출간으로 즉시 연결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얼마나 짜릿할까요? 부러울 따름입니다.) 공모전에서 수상한 브런치북이 출간된다면 브런치를 통해 크게 홍보가 되겠지요? 이런 마케팅 효과 역시 거대 플랫폼의 도움닫기 없이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앞선 글에서 홈페이지를 '자가 주택'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내 집만이 주는 안정감과 자율성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반면, 기업 플랫폼은 거주 공간보다는 광장의 성격이 짙습니다. 이 초거대 네트워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며 교차합니다. 저 역시 콘텐츠 생산자로서 광장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전단지도 돌리고, 버스킹도 해보고, 시식도 권해봅니다. 광장의 인파가 워낙 많다 보니 내 목소리가 파묻힐 수도 있지만, 대신 운이 좋다면 누군가의 이목을 끌기도 쉽겠지요. 이렇듯 대형 네트워크의 힘이 워낙 절대적이기에, 플랫폼이 갖는 내재적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플랫폼 활동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판매업자가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매출이 확보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반면 작가의 홈페이지는 골목길 구석에 자리한 자그마한 직영 매장입니다. 이곳은 유동인구가 적은 만큼 지나가던 아무나 들어올 확률은 매우 낮아요. 하지만 나의 콘텐츠를 인지하고 호기심을 가진 독자에게 라면 확실한 소구력을 보일 수 있는 경로입니다. 내 점포를 통해서, 내 콘텐츠의 장점을 자유롭고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작가의 영역 확장이란 측면에서도 유의미합니다. 지금처럼 서적의 판매가 시원치찮은 상황에서 아마추어 작가가 전통적인 출판만 가지고 돈을 벌거나,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겠지요. 실제로 많은 창작자들이 강의나 기고, 영상 매체 활동 등을 겸업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종합할 수 있기에, 글 이외의 다른 활동으로 연결되기 용이합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플랫폼과 홈페이지 - 즉 백화점과 직영점은 목적과 용도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해도, 네트워크 영향력이 플랫폼을 넘어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기업 플랫폼의 단점을 상쇄할 대안적 방법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투트랙이 필요합니다. 광장에서 열심히 홍보를 했으면, 확실한 내 손님으로 만드는 일에는 다음 단계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콘텐츠 성향에 알맞은 플랫폼과, 개인 웹사이트를 병용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홈페이지 제작, 이제는 그것이 쉽고 간단해졌기 때문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생성형 AI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