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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웹사이트, 그 무한한 확장

플랫폼 독립이 선사하는 놀라움

by 오지의

여러분이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등기를 치는 과정을 통해 한 칸의 단단한 집을 마련했다고 칩시다. 이제 이 집은 법적으로 온전한 권리를 보장받으며, 소유권이 확실한 장기적 자산이자, 풍랑과 재해로부터 안전한 보금자리가 됩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감격스럽습니다. 인터넷 세계에는 '자가' 소유주가 극히 드물거든요. 하지만 좀 더 품을 들인다면 그 이상도 충분히 꾀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가 갖는 독립성이 얼마나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지요.


사실 콘텐츠 제작자 본인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그리 많지는 않기에, 예시를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https://chimhaha.net [침하하]

웹툰 작가이자 유튜버 침착맨의 팬사이트이자 커뮤니티입니다. 재미가 콘텐츠인 크리에이터답게 인터넷 유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만들자는 제작 동기가 인상적입니다. 방송 공지와 소통도 이루어지고 있고,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네요. 침착맨이 이 홈페이지의 규칙과 구조를 직접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을 경유하는 채널에 비해 자율성과 독립성이 두드러집니다.


물론 침착맨은 대형 유튜버이니 홈페이지와 별개로 이미 큰 성공을 이룬 것은 맞지만, 침하하를 통해 본인 팬덤을 더 공고히 할 수 있겠죠. 무엇보다 본진인 유튜브에 침하하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며 선순환을 한다는 점이 무척 영리하게 느껴지네요.


https://www.gapminder.org [갭마인더]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의 웹사이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 대한 갖가지 오해를 바로답는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진 착각을 갭마인더에 구형된 퀴즈 풀이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책도 훌륭한데, 갭마인더는 한 발 더 나아가 접속자에게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제공하기 때문에 웹의 특성을 잘 살린 완벽한 예시입니다.


이 웹사이트가 제공하는 자가 진단 도구 및 시각적 정보는 품질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광고나 사기업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공익과 교육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접속자가 갭마인더에 참여할수록, 정보의 질이 높아지는 선순환 역시 존재합니다.




어떠신가요? 플랫폼 모래성 위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일들을 독립 웹사이트가 해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나 인터랙티브 퀴즈 같은 특화된 기능뿐만 아니라, 높은 수익성도 꾀할 수 있습니다. 중간 수수료 없이 콘텐츠나 굿즈를 판매한다면 효과적인 고마진을 기대할 수도 있지요. 이 모든 것은 홈페이지가 제작자와 소비자 간의 직접적인 창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웹사이트를 통해 기존 글을 영문으로 자동번역해 포스팅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잘 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해외 독자의 유입을 꾀하는 방법으로 시도 고려 중입니다. (다만 지금은 척추가 부러져서... 몇 달 후 다시 PC작업이 가능해지면요ㅠ) 꼭 영문이 아닐지라도, 웹사이트를 검색 엔진에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여러분 글의 추가 독자를 모을 수 있습니다. 이것뿐일까요? 글을 바탕으로 AI 영상이나 AI 팟캐스트를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상상하기 나름입니다. 기술적 도구들은 이미 세상에 널려 있고, 그 구현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적절히 보조해 줄 수 있습니다.




꼭 웹사이트를 만들지 않을지라도, 여러분의 콘텐츠가 인터넷 세상에서 어떤 형태와 경로를 통해 파급력을 얻을지 숙고해 보는 것은 대단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세요. 나의 (가상의) 홈페이지는 무엇을 강조할까요? 작가부터 등장할까요? 글이 먼저일까요? 글은 어떤 구조로 배열하고 제시할까요? 웹의 동적 특징을 활용해서 콘텐츠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방법이 있을까요? 접속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용을 확장하고 재창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상상을 할 때마다 창작 활동이 활력을 얻는 것을 느낀답니다.


이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제 능력의 한계로 인해 기술적인 부분은 충분히 다루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여러분을 설득하려면 일단 저의 홈페이지를 꼼꼼하게 완성해서 최대한 멋지게 선보여야 하는데, 출산과 부상 이슈로 미완성인 부분이 있는 것도 무척 아쉽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님들이 웹사이트 제작에 조금이라도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셨다면 더없이 기쁜 일입니다. 자유와 독립은 건국선언문에서만 쓰이는 단어가 아닙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자도 소유와 자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음 시리즈는 오래간만에 저의 본업으로 돌아가 '고위험 임신'을 다룹니다. 2024년 기준 고령 산모의 비중이 40%가 넘고, 신생아 4명 중 1명은 고난도 의료 개입이 필요한 위험한 상황에서(고위험 분만) 태어납니다. 저 역시 노산, 절박유산, 자궁경부무력증, 자궁경부 봉축술, 조기진통으로 인한 입원을 모두 경험하고 어렵게 둘째를 낳았습니다. 고위험 임신 시대를 맞아 임신/출산과 상존하는 '위험'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최대한 현명하게 헤쳐나갈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https://brunch.co.kr/@follicle/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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