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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서 Aug 05. 2023

LAGOM, 스웨덴

내가 만난 북유럽!


2018년 8월, 나는 스웨덴으로 향했다.


옌셰핑에서 교환학생 신분으로 짧게 머물렀지만, 지내면서 듣고 보았던 스웨덴을 정리해보려 한다. 물론 여러 친구들을 통해, 혹은 직접 경험하며 느낀 주관적인 것들이라 틀린 내용이 있을 있다 : )


1.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나라


성평등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나라 스웨덴. 국회의원조차 성별에 따라 인원수를 정확히 맞춘다고 들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도 굉장히 자유롭다. 평일 대낮에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빠들이 홀로 유모차 끌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접할 수 있을 만큼. 내가 경험한 바로는 '여자는 약하고, 남자는 강해'라는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 곳인 듯했다. 여성과 남성을 편가르지 않고 그저 하나의 주체로서 바라보는 곳. 물론 이 또한 장단점이 존재하겠지?


2. FIKA 문화에 진심인 나라


Fika란 스웨덴의 전통문화로, 오후 2-3시쯤 지인들이 함께  모여 앉아 커피와 시나몬번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티타임 문화다. 스웨덴에 있다면 피카를 피해 갈 수 없다. 학교도, 회사도. 회사라면 근무 중 한-두 시간은 기본으로 피카 타임을 가지는데, 업무시간 중간에 티타임이 있는 대신 평균 출근시간이 매우 빠르다고 한다. 오전 6시쯤이면 길거리에 무수히 많은 자전거가 돌아다니는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실 대학에서 스웨덴 친구 4명과 같은 팀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데 첫 모임부터 아침 8시에 진행하자고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빠른 출근 & 빠른 퇴근? 오히려 좋아...


3. Personal space가 명확한 나라


사실 이 부분은 한국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스웨덴은 '개인의 공간'에 대해 조금 더 엄격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버스나 지하철에 자리가 많이 비어있다면 '절대' 옆에 사람과 딱 붙어서 앉지 않는다. 심지어 양옆으로 최소 두 자리가 비어있지 않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빈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갈 만큼 침범을 원치 않는 개인적 공간의 범위가 큰 편이다. 처음 스웨덴에 도착했을 때 길거리에 키카 크고 차가워 보이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데다 내 옆자리에 앉지 않으니 동양인에 대해 적대적인 건가 생각하며 괜히 겁먹었던 적이 있다. 실제로 길을 묻거나 얘기를 해보면 친절하고 순한 분들이니 나처럼 겁먹지 마시길..


4. 스웨덴 학생들은 돈을 받으며 대학에 다닌다?


이 부분은 대학마다 혹은 학생들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대학에서 팀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fika를 통해 스웨덴 친구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대화 중에 친구들이 나에게 어떻게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올 생각을 했는지, 돈은 어느 정도 들었는지 등의 질문을 했고 나는 당연히 등록금이 지출의 큰 비율을 차지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친구들은 나의 대답을 듣고 놀라며 대학에 등록금을 그렇게나 많이 내냐고, 본인들은 대학을 다니면 오히려 나라에서 돈을 줘서 당연히 그런 건 줄 알았다고 하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스웨덴은 대학을 다니는 인구비율이 30% 채 되질 않아서 나라 차원에서 그렇게 돈을 지원해 주며 대학 가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한국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거의 필수 교육과정인데, 스웨덴은 어떤 한 분야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고 더 배울 마음이 있는 친구들만 대학에 들어가는구나 싶었다. 정답은 없지만.. 요즘 한국은 워낙 대학의 네임밸류와 성적에 맞추어 학과를 정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니 이것이 과연 옳은 현상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특히 돈을 받으며 대학에 다닌다는 것... 참 부러웠다.


5. 유모차, 휠체어로 대중교통 이용이 100% 가능하다. 


스웨덴의 영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4배 정도 된다고 들었다. 반면 인구수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로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땅은 많고 사람은 적다. 그래서 마을에 다니는 버스 한 대의 길이도 한국버스 두 대를 붙여놓은 길이로 공간이 넉넉하고, 때문에 유모차와 휠체어가 버스에 탑승해도 크게 지장이 없다. 


가장 놀란 부분은 버스가 정류장에 정착할 때 도보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는 저상버스임에도 보도블록과 버스의 높이 차이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불편함이 많은데, 스웨덴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유모차와 휠체어가 버스 승하차하는 데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것은 지하철 이용 시에도 마찬가지다. 문 열기를 힘들어하는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해 버튼만 누르면 문이 일정 시간 동안 자동으로 열린다는 점(자동문 말고 손잡이 달린 문)과 같은 작은 부분들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좋은 예를 표한다. 이동권이 상당 부분 보장되어 있는 나라. 반면 한국은 200만의 장애인이 존재하는데도 거리에 장애인이 많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통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이동권 보장에 취약한가 다시금 느꼈던 시간이었다.


6. Lagom의 민족


마지막으로 라곰은 스웨덴어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한 삶, 소박함 속에서도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라고 한다. 라곰이라는 단어는 스웨덴에 가기 전부터 알고 있기는 했는데, 실제로 가서 살아보니 사람들의 마인드가 lagom과 매우 일치해서 신기했다. 자신이 가진 직업이 어떠하듯 자신감 있고 만족스러운 자세로 삶을 즐기는 모습에 참 많이도 감명받았다. 또, 여유가 몸에 밴 삶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했고, 지인들끼리 집에 초대해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스웨덴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 외에도 스웨덴에 거주하며 느꼈던 것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우선 축약한다. 사회복지사로서, 학생으로서, 한국인으로서 다양한 문화차이를 실감하며 지낼 수 있었던 스웨덴. 6개월의 시간 동안 새로운 나라를 알아간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었다! 


Thomas 아저씨의 가정집에 초대받아 다 함께 Moose 고기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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