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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서 Aug 05. 2023

스웨덴은 처음이라

첫날부터 이렇게 다이내믹하다고요?

후다다닥 교환학생을 준비했다. 정말 순식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렇게 무작정 떠나왔다. 파리에서 한 시간 만에 경유를 하고, 작은 비행기로 스웨덴에 가는 도중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작은 기내용 캐리어에 무얼 그리 많이 담았는지 꽤 무거웠다. 도저히 혼자 선반 캐비닛에 캐리어를 올려놓기가 버거웠기에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외국인 승무원은 꽤 기분 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이번 한 번만 도와줄게, 우린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이라고 말했다. 순간 나는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나에게 승무원이란 예쁘고 착하고 친절한 아시아나&대한항공 언니들이 기억의 전부였으니.


그렇게 어리둥절한 얼굴로 비행기에 탑승했고, 스웨덴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옆에 앉은 흑인언니와 대화를 시작했다. 홀로 교환학생 신분으로 스웨덴에 오게 되었다 - 떨린다- 했더니 그 언니는 스웨덴이 남녀가 정말 평등한 나라이기 때문에 앞으로 너에게 문을 열어주는 멋진 신사는 없을 거라고. 이후 일정에도 행운을 빈다는 응원을 받았다.


그때, 나는 그때야 비로소 내가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아주 멀고 낯선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매번 기대했던 기내식이 넘어가질 않았다. 


스웨덴행 비행기에서 바라본 노을


늦은 밤 우리는 스웨덴에 도착했고 첫날부터 은민언니는 캐리어를 분실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종종 경유하게 되면 이런 경우가 있다는데 그게 은민언니가 될 줄이야.


절망할 겨를도 없이 공항이 문을 닫고 있었기에 황급히 분실서류 작성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도착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공항 근처로 숙소를 잡아놨다. 한국에서 지도로 확인했을 땐 분명 우리가 잡은 호스텔이 공항에서 6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밖은 아무 조명 없이 깜깜했고 우리는 피곤했기에 큰 마음을 먹고 택시를 탔다.


호스텔까지 농담이 아니라 4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택시비가 2만 원이 넘게 나왔다. 이렇게 스웨덴 물가를 도착하자마자 피부로 실감한다고?


또 공항 주변에 숙소가 마땅히 없어 이색적인 비행기 모양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비행기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야외에 있었다.


내 인생에 수동 엘리베이터를 탈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혼자 타야 추락을 하지 않는 아주 낡은 엘리베이터였다. 레버를 올리면 스르르 올라가는.. 우리는 겁에 질렸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 그 크고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밤 11시경 낑낑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비행기 호스텔에서의 아침

잠들 때까지만 해도 한국 돌아가는 비행기를 빨리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아침풍경이 내 마음을 뒤바꾸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뚜렷이 보일 정도로 대비되는 색감,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하늘과 그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들의 향연이 우리의 눈앞에 있었다. 


Thank god, you gave us the most beautiful scenery today!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해 잘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 풍경에 압도되어 나와 은민언니는 '스웨덴을 즐겨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게 되었다.


여기서부터가 나의 스웨덴 일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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