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간다. 세상에 내 인생에 '신축 아파트라니!' 다시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반지층 빌라의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늘 내가 보는 풍경은 반으로 가려져있거나 쇠창살로 줄줄이 가려진 풍경이었다. 그마저도 창문 없이 방문을 열고 지내기 힘들었던 고시원에 살 때를 생각하면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히 여겼었다 그랬던 내가 감히 수도권 내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갑자기 신분이 상승된 것 같은 느낌. 나 스스로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들었다. 4억에 받은 분양아파트가 입주를 압둔 시점에 8억을 웃돌아 이야기되고 있으니 참 기분 좋으면서도 아리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만 마음 한편에 무거운 짐이 많이 가벼워졌다
고시원과 신축 아파트 그 사이엔 무수히 많이 밟았던 디딤돌들이 있었다 월세 보증금은 물론이요, 전세금으로 낼 목돈 조차 없었다. 그때 가진돈 오백만 원으로 감정가 1억에 아주 낡은 반지층 빌라를 세 번 유찰된 가격으로 아주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었다 그때가 2012년도였다. 지금 집값으로 본다면 아주 천사 같은 가격일지 몰라도 당시에 내겐 그때나 지금이나 집갑=비쌈으로 보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5천6백 즈음되는 낙찰가에서 10% 였던 입찰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대출받아 냈다 주택담보대출로는 아주 적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90% 모두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대학을 갓 졸업하고 아무런 직업이 없던 나에게 금리는 내게 너그럽지 못했다 4프로가 넘는 이율로 대출받아 잔대금 납부를 하고 마련한 첫 집이었다
나는 늘 집이 간절했다. 뭔가를 해보려 해도 발목을 잡는 건 늘 사는 집이었다. 조금 살다가 임대인의 결정에 의해 언제 이사를 해야 할지 모르니 준비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불편했고, 월세를 사는 건 매달 버는 돈의 일정 금액을 허공에 던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신축도 필요 없고, 엘리베이터도 필요 없고 내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는 내 집이 항상 필요한 채로 살았다
'이제 곧 이사 가는데 어때?' 엄마가 물었고 나는 대답했다 '엄마 나 너무 좋아 새 아파트에서 산다고 생각하니까 설레고 진짜 좋아' 엄마는 신나서 대답하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대답했다
'.. 내가 처음에 잠실에 살 때 그랬어,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더라? 근데 그 마음을 조심해 거기서 멈추면 안 돼'
의외의 대답에 잠깐 할 말을 잃었다. 마시던 음료가 콧구멍으로 나올 참이었다 엄마는 말을 이어갔다 '(소리를 낮추고) 나 젊을 때 한 집에서 5년 살면 바보라고 그런 말이 있었어 복부인 투기꾼들이 그런 말을 한다고 사람들이 뒤에서 욕하고 그랬는데, 살아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너도 알지?'
나는 엄마가 한 말이 무엇인지 알고, 곧 이사 갈 아파트 역시 내가 선 작은 디딤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더 쾌적하고 효용의 가치가 있는 곳을 목표해 그 턱끝에라도 가 비벼볼 작정이지만 신축을 맛볼 날을 앞 둔 지금 그 꿀 맛 같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