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
저는 창업가이지만 부끄럽게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창업을 하고 난 후 하루에도 수많은 실패를 마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실패라는 것에 대해 많이 의연해진 것 같습니다.
이번 3월에도 무수한 실패들을 겪었습니다. 내부 리소스가 부족해서 일부 업무에 대해 아웃소싱을 시도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했고, 프로젝트 시간 관리에 실패했고, 고객사 유지에 실패했고, 마음에 들었던 분을 채용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여전히 실패를 마주할 때마다 아프고 힘들지만, 이러한 실패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고, 실패를 극복하는 저만의 방법들 또한 조금씩 터득해 나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실패가 두려우신 분들, 이전 실패 경험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용기와 위로를 드리고자 제가 지금까지 터득한 <실패를 마주하는 방법>을 공유드립니다. 제 스스로를 위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고통, 낙오자, 처참함 등 부정적인 것들을 떠올립니다. 저에게도 실패는 고통스럽고, 부끄럽고, 피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다양한 실패를 통해 배우고 더 많이 성장하는 구성원들과 제 자신을 보면서 실패는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배움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고, 배움과 성장은 실패 경험으로부터 옵니다. 이렇게 실패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나니, 신기하게도 실패를 마주할 때 자책하거나 구성원들을 탓하는 게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울 점에 대해 좀 더 포커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패를 했다고 해서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회고할 때 우리는 실패로부터 배우고 발전합니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꽤나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회고하지 않으면, 배우는 게 없을 것이고, 미래에 똑같은 실패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발전은커녕 그저 제자리걸음만 걷게 될 것입니다.
디스럽트에서는 프로젝트 별 회고 세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세션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터득한 저만의 3가지 회고 전략입니다.
첫째, 실패 직후 빠르게 회고합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지나면 기억을 조금씩 잊기 마련이고, 또 기억을 왜곡하는 경향도 있어서 아무리 바빠도 프로젝트가 끝이 나면 짧게라도 빠르게 회고합니다.
둘째, 귀와 마음을 열고 함께 회고합니다. 회고 세션을 함께 진행하면서 동료들의 다른 관점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좀 더 넓힐 수 있었고, 제가 놓칠 뻔한 것들도 다시 한번 되짚어볼 수 있었으며, 제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들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함께 회고하면 실패로부터의 배움이 배가 됩니다.
셋째, 글을 쓰며 회고합니다. 실패로 배운 것들을 정말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 번 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데 저는 글쓰기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고 큰 실패를 할 때마다 혼자서 글을 쓰면서 회고를 하곤 하는데요, 이렇게 혼자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머릿속에 생각들도 정리가 되고 글을 읽다 보면 상황이 조금 더 객관화가 되기도 합니다.
실패해서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해결책이 간단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상황이 안 좋아지고 힘든 상황에서는 시야가 좁아지고 스트레스에 압도되어 너무나도 쉽고 명확한 해결책을 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조금 더 멀리서 떨어져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넓은 시야로 다시 한번 해결책을 찾아 봅니다.
실패의 후폭풍이 크고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한 경우,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합니다. 결국에는 내가 이 세상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제 자신밖에 없습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 받고 안달복달해 보았자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리더라면 실현 가능한 작은 목표에 집중합니다.
실패는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일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실패했다는 것은 도전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 오히려 자랑스러워 할 일이기도 합니다. 결국 또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관점에 관한 것입니다. 실패를 했다고 해서 좌절하고 움츠려 들지 말고,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실패로부터 배운다면, 오히려 실패는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적고 나니 실패는 참 멋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알지 못한 것들을 배울 수 있으니 참 의미 있고 감사한 것이고, 도전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 오히려 자랑스러워할 일이며,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패는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삶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실패를 피하려 하지 않고,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앞으로 더 나은 실패를 더 많이 하면서 실패를 더 반갑게 맞아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