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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희 Oct 10. 2024

신앙 체험수기 2

세례후 하게 된 ME 봉사 

 마지못해 아내와 6월에 시작하는 예비자교리반에 등록하였다. 10년 넘게 철옹성같이 버텼던 의지가 모래성 무너지듯 무너졌다.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아내의 오랜 전구를 들어주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10년에 걸친 신앙 싸움은 아내 승리로 끝이 났다. 아내는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쁘고 행복감에 빠진 것 같았다. 예비자교리가 다가오자 캄캄한 동굴로 들어가는 것처럼 불안하고 답답하였다. 아내는 예비자교리가 있는 날은 당부 사항이 많았다. “약속 잡지 말아라.” “퇴근 일찍 해라.”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마음대로 다루는 것 같았다. 교리가 시작되었을 때는 억지로 물가에 끌려온 송아지처럼 뒷걸음질 치고 도망갈 궁리로 가득하였다. 생소한 용어와 내용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아내의 끈질긴 독려로 예비자교리 6개월 과정을 수료하였고 개근까지 한 것을 보면 성령의 이끄심인 것 같다. 2002년 12월 성탄 전날 세례를 받았다.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영광의 순간이었다. 세례명은 대천사인 미카엘, 미카엘라이다. 이제 무교에서 천주교 신자가 된 것이다. 


   세례 전까지는 내 기준으로 세상을 살았다. 이제는 하느님 안에서 살아야 하는 세례를 받은 것이다. 아주 큰 변화이다. 확실한 것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기쁘게 감사하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미카엘라는 세례 받고 몇 달 지나니 다시 ME 교육에 가자고 하였다.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가 ME 부부교육 프로그램이 좋다며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잉꼬부부로 잘살고 있는데 무슨 교육을 받냐.”며 거두절미하였다. 미카엘라는 성당 가자고 얘기하듯이 기회만 되면 ME 얘기를 꺼냈다. 세례 받고 얼마 후 아내는 ME 교육 신청했으니 가자고 하였다. 나는 직장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나 아내의 성화와 주변의 권유에 못 이겨 ME 교육에 들어갔다. 마지못해 들어간 교육에서 교구 ME 봉사부부로 선발되어 지금까지 20여 년 봉사하고 있다. ME 봉사는 우리 부부의 신앙을 견고하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


    천주교 신자가 된 것은 내 인생과 우리 가정에 큰 전환점이다. 하느님 자녀가 되었다는 자부심에 든든하였다. 마지못해 성당에 나왔지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세례 받고 신부님과 신자들을 알게 되면서 낯설고 불편했던 성당이 적응되고 편안해졌다. 세례 받기 전까지 성당은 빨간 벽돌로 된 높은 건물에 십자가가 있고 신부님과 수녀님이 거주하시는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신비한 곳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세례 후에 우리 가족은 성당이 마치 집처럼 편안하고 행복했다. 우리 가정은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자식도 세례를 받아 성가정이 되었다. 아들이 어린이 복사할 때가 생각난다. 추운 겨울 월요일 새벽 미사 복사라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귀찮아 ‘아들아, 왜 월요일 새벽 미사 복사가 자주 돌아오냐?’며 불편한 심기를 보인 적이 있다. 아들은 다른 아이를 배려해서 복사를 선 것이다. 지금같이 하느님 사랑 안에서 배려심 많은 아이로 성장해 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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