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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Jun 12. 2024

산책 중 대형견을 만나는 대형견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함께 살기 10

 날이 더워서 이른 아침 산책이 시작됐다. 대부분 8시 이전에 집을 나가 10시에는 돌아오려고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 산책에 나섰다. 차에 시동을 걸고 뒷좌석 창문을 조금 내려준다. 뒷좌석에 앉은 제이가 아직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는 공기를 킁킁거리며 냄새맡는다.

 제이는 차에 타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서 다행이다. 왜냐면 진드기가 활동하는 시기에는 집 근처 산책을 안하고 잔디밭 관리가 되는 공원 위주로 산책을 가기 때문이다. 시골길 풀섶에는 진드기가 엄청 많다. 아무리 진드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려도 목줄에 달아도 산책 후엔 꼭 진드기가 발견된다. 그나마 관리가 되는 공원에 가면 잔디로 잘 깎고 풀로 깎아주셔서 진드기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

<요즘 수국이 예쁘게 피었다.>

 이른 아침에 가서 그런지 다른 강아지들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다. 마주친다면 대부분 대형견이다. 나도 그렇지만 다른 대형견주들도 사람들이 적은 시간에 산책을 나오시니까.

 오늘은 백구 한마리가 아저씨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나는 혹시 몰라 산책 중 대형견을 만나도 인사를 잘 시키지는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지 다른 분들도 우리와는 다른 코스로 산책을 하러 가신다.

 그렇지만 오늘 만난 백구 견주 아저씨는 암컷이예요? 라고 물어보신 뒤 수컷이면 싸우진 않을 거 같은데 인사를 시켜도 되겠냐고 물으셨다. 집에도 리트리버가 있다고 하셨다. 아지라는 이름을 가진 백구는 14살이라고 했다. 아지가 먼저 잔디밭에 엎드려 제이를 기다렸다. 얌전한 아지가 착해 천천히 제이를 데리고 가서 그 앞에 앉혔다. 서로의 코가 킁킁 거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저씨와 나는 자연스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리트리버의 식탐과 그늘이 많아 산책하기 좋은 곳까지. 이러는 사이 천천히 탐색을 끝낸 아이들은 코를 맞대며 냄새를 맡았다. 아지가 그르렁거리자 제이가 살짝 움찔하긴 했지만. 매너좋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산책 중 대형견이 대형견을 만나면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은 지는 모르겠다. 아마 아이들의 성향과 견주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나는 꽤 조심하자는 주의이기도 하고 제이 성격이 리트리버지만 낯을 꽤 가리는 편이라 주로 인사를 안 시키지만. 오늘처럼 나이 많은 누나와 사교성 좋은 견주님과는 꽤 매너있게 인사를 잘해서 살짝 뿌듯했다.

 더위에 이른 새벽과 늦은 밤 산책을 하는 모든 견주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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