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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Jun 19. 2024

멋진 경치를 옆에 두고 걷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70대 부모님과 산티아고 걷기 35

 2022년  6월 13일

 걷기 31일 차: 리나레스 -> 트리아카스텔라


 아침에 일어나니 공용 거실 창밖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아침식사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 사진을 먼저 찍었다. 가벼운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멋진 일출이 또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오늘은 비교적 짧은 거리를 걷는다. 다만 600m 가까운 고도를 내려가야 하는 무서운 날이기도 하다. 엄마 무릎이 괜찮아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오늘 가장 높은 고도인 1270m에 있는 순례자상>

 골짜기에 몰려있는 운무가 멋진 아침이다. 오늘도 역시나 날이 좋아 기분이 좋다. 고도가 높아 선선한 공기와 함께 걷는 아침은 늘 상쾌하다.

 무지막지한 오르막을 오른 뒤에 보이는 바. 4년 전엔 엄청 크고 순한 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가 손님을 맞이해 준다. 제이 어릴 때랑 많이 닮아서 엄마가 무척 귀여워했다.

 아직까지는 내리막이 심하지 않은 산능선을 따라 걷는 길. 가볍게 오솔길을 산책하는 것 같다.

 잠시 바에서 쉬면서 들판으로 나가는 소를 구경한다. 갈리시아 지방에서는 정말 소를 많이 만나게 된다. 마을 한복판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좀 무섭다. 한 마리도 아니고 몇 십 마리의 소가 내 옆을 지나가다니. 물론 길을 걸을 때 소 똥도 조심해야 한다.

 서서히 내리막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무릎에 무리가 되지 않게 쉬엄쉬엄 걷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옆을 쳐다보면 아름다운 풍경이 있기에 힘들지 않았다. 멋진 경치를 옆에 두고 걷는다는 건 진짜 좋다.

 다행히도 내리막길은 순례길 초반보다는 잘 정비된 느낌이었다. 자갈이 있긴 했지만 조심하면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수비리로 가는 내리막길이라던지... 그만큼 우리가 걷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트리아카스텔라로 들어가는 초입에 큰 고목이 있다. 몇 개의 나무가 뒤엉켜있는 것 같은. 마치 조형물 같던 나무를 지나면 곧 오늘의 목적지가 나온다.

 1시가 되었기에 숙소로 가기 전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늘도 구글의 도움을 받아 들어간 바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으면 벌써 피로가 가시는 듯하다.

<방에서 찍은 뷰>

 숙소에 체크인해서 늘 하듯 샤워하고 빨래하고 동키를 예약하고 슈퍼를 다녀왔다. 작은 마을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기에 알베르게도 많았다. 마을을 둘러보니 학생들도 꽤 보였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수학여행을 온 건가?

 저녁을 먹고 푹 자면 내일 사리아에 도착한다. 생장부터 시작한 사람들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구나란 아쉬움을 잔뜩 느끼는 도시이자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들은 이제 시작이야란 설렘이 가득한, 양면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도시.

 내일 사리아로 가는 길은 사모스와 산실 길로 나뉜다. 사모스 수도원을 지나면 거리를 멀지만 고도차가 별로 없고 산실로 가면 길을 짧지만 작은 산을 넘어가야 한다. 우리는 일단 산실 쪽으로 가기로 했다. 나 역시 처음 가보는 길이라 기대가 된다. 마지막까지 무사히 걷자.



*숙소 정보: PENSION ALBERGUE LEMOS.

 우리는 3인실에 묵었다.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건물 전체를 사용하기에 꽤 큰 곳이었다.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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