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부모님과 산티아고 걷기 44
2022년 6월 22일 - 23일
파리 -> 한국
드디어 한국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2022년 5월 9일 집을 떠나 6월 23일 도착했다. 거의 50여 일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아빠가 산티아고에 도착한 날, 가족 채팅방에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늘 꽃 사진과 건강 관련 메시지만 보내던 아빠였기에...
작은 자판으로 이 긴 글을 꾹꾹 누르며 썼을 아빠가 생각나 조금은 울컥했다.
이번 순례는 나뿐만이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한국에서 함께한 언니들에게도 기나긴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순례는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또 다른 순례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가족 모두가 순례의 여정을 함께 할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지도 2년이 흘렀다. 혼자 다녀온 순례기도 혼자만의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고 이번 순례기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남기고 싶었다. 한가득 쓰인 일기장을 뒤적이고 사진첩을 뒤지며 그날을 일들을 복기했다. 신기하게 글을 쓰다 보면 그 순간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나곤 한다.
게으른 나이기에 언제쯤 끝날지 나도 몰랐다. 순례를 마치고 1년 만에 11권의 포토북을 완성했다. 그리고 또다시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나의 소소한 기록도 끝났다.
산티아고 순례길는 늘 끝나자마자 아니 걷고 있으면서도 늘 그리운 길이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글을 쓰면서 더 강해진다. 까미노 블루. 언젠가 또다시 걷겠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언제나 내 맘속에 그리운 곳으로, 떠오르기만 해도 행복한 곳으로 기억될 그곳. 그리고 이제 그 기억 속에 부모님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 더욱 행복한 추억이 됐다.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가라고 하면 갈 수 있을까? 내 대답은 "네."이다. 분명 힘들었다. 그리고 지쳤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행복함이 있었다. 뿌듯함이 있었다. 물론 다시 간다고 해서 더 잘하긴 힘들겠지만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순례길이 아니어도 런던이나 파리에 가서 함께 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러보고 싶다. 아니면 하와이에 가서 바다를 보며 쉰다던가. 그러려면 다시 열심히 일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