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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2시간전

그리고 행복합니다.

70대 부모님과 산티아고 걷기 43

 2022년 6월 21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파리

 

 산티아고를 떠나는 날. 이제서야 해가 쨍하게 얼굴을 보여준다. 아쉽다.

 예전에는 파리로 가는 비행기가 오후 비행기였는데 이번엔 오전 비행기다. 부모님께 화창한 산티아고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산티아고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산티아고 공항이 있다. 우리가 걸어서 지나쳤던 그곳으로 돌아갔다. 무사히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를 기다린다.

 우리가 40여일에 거쳐 걸어온 그 거리가 비행기로는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파리의 날씨도 화창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관문을 넘으러 공항으로 다시 갔다. 신속항원 검사는 금방 끝났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공항에서 맥도날드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다행히 모두 다 음성이 나왔다. 그동안 했던 모든 걱정이 일순간에 날아가는 순간이다.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파리에 왔으니 에펠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에펠탑으로 가기 전에 노트르담 성당이 먼저 있어서 무작정 내렸다. 화재로 손실됐으나 이곳에서부터 에펠탑까진 멀지 않으니 걸어갈 생각이었다. 우리는 순례자였으니까. 걷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모님은 안타까워하셨다. 우리나라 숭례문이 불타던 때가 생각났다. 아무리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도 단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음을 알게됐다. 노트르담 성당은 안에도 예뻤는데...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부모님과 파리 센강변을 걷다니... 기분이 좋았다.

 가는 길에 루브르 박물관도 보였다. 언젠가는 다시 런던과 파리에 와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강변에서 아이스크림과 아이스티를 사먹으며 쉬었다. 누군가는 바쁘고 또다른 누군가는 한가롭다.

 멀리 에펠탑이 보인다.

 파리의 상징과도 같은 곳. 이곳에서 다같이 사진을 찍자, 아빠는 에펠탑을 봤으니 파리 구경은 다한 것이라며 웃으셨다. 에펠탑은 밤 9시에 불이 켜진다는데...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피곤했다. 우리는 재빠르게 빈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 옆 호텔로 돌아갔다.

 저녁은 호텔에서 먹었다. 공항까지 가기도 귀찮았다. 맛도 나쁘지 않았고.

 이제 내일이면 기나긴 타지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부모님은 벌써부터 텃밭 걱정이 시작됐다.

 지난 두 달여의 시간이 마치 꿈만 같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길고 너무나도 짧았다. 이 감정을 어찌 한 단어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으랴. 느껴보지 않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4년 전 혼자만의 시간이, 오늘 우리 셋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건 내 평생 절대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동안 찍은 세요가 우리의 여정을 알록달록 품고 있다. 모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번에도 정말 좋은 꿈 꿨습니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려는 지금, 여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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