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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Jul 17. 2024

산티아고에서의 하루

70대 부모님과 산티아고 걷기 42

 2022년 6월 20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푹 자고 일어났다. 더이상  배낭을 꾸릴 필요도 없어서 조금 어색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순례자가 아닌 관광객으로 산티아고 대성당을 보러 나섰다.

 이곳에서 반가운 한국분들을 만났다. 현지 가이드와 대성당 투어를 하신다고 했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나도 신청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대성당 박물관에서 내려다보는 광장은 우비와 우산으로 인해 알록달록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반가움과 기쁨을 나누는 장면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았다.

 그리고 우리도 무척 반가운 얼굴과 재회했다. 순례길 초반부터 만나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걱정하던 데비를 만난 것이다. 엄마와 데비를 포옹을 하며 이곳에 도착한 기쁨과 재회를 만끽했다. 그동안 길에서 마주치기가 쉽지 않아 걱정했다는 이야기와 그간의 안부를 묻고 무사히 도착했음을 축하하며 헤어졌다.

 이 길은 이렇게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는 곳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국적과 인종을 넘어 서로 돕고 걱정하고 만나면 반갑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처럼 되는 곳.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는 곳이 바로 순례길이다.

<맛있었던 오늘이 식사>

 스테이크가 맛있다는 집에서 점심을 먹고 쇼핑을 했다. 역시 관광객이라면 쇼핑을 해야하는 법. 지금까지 잘 걸어온 우리와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고 호텔로 돌아와 쉬었다. 저녁에도 비가 내려 나가지 않고 호텔에서 식사를 했는데 맛있었다.

 이렇게 순례자와 관광객의 신분을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행복하고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이룬 순례였다. 후회가 없진 않지만 다시 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 행복했다. 아니 지금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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