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치영 Apr 19. 2024

4살 됐어요.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함께 살기 09

 제이제이는 2020년 4월 19일에 태어나 오늘로써 4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벌써 4살이라니. 늘 누군가의 생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시간은 참 빠르다. 내 시간만 멈춰있는 것처럼.

 늘 하던 것처럼 제이가 가장 좋아하는 고구마를 삶아 생일 숫자를 만들었다. 고구마 껍질을 깔 때부터 주방 바닥에는 침이 흥건하다. 제이 마음이 급해 보인다. 연신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소리가 들린다.

 강아지도 생일을 알까? 고구마로 숫자를 만들면서 제이에게 말해준다.

 "오늘이 제이 4번째 생일이야. 제이가 개 엄마에게서 태어난 날이지. 우리는 8월 첫째 날에 만났으니까. 제이도 엄마랑 형제들이랑 같이 있던 게 기억나?"

 제이는 이런 내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왜 껍질을 깐 고구마를 주지 않지? 고구마 냄새가 나는데...'라는 생각만 가득한 것 같다.

 우리는 제이가 100일 됐을 무렵에 만났으니까 그때도 제이는 웬만한 소형견보다 컸다. 그래도 태어났을 때는 엄청 작았겠지? 잠시 제이가 나를 만나기 전에는 엄마랑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해진다.

 엄마는 가끔 말한다.

 "제이도 엄마가 보고 싶지?"라고.

 엄마와 떨어졌다는 걸, 형제와 떨어졌다는 걸 제이는 알까? TV 프로그램을 보면 냄새나 이런 것들로 가족은 알아본다던데... 오늘따라 제이의 가족들이 궁금하다.

 못 생기긴 했지만 제이가 금세 먹어치 울 테니 괜찮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마당 벤치로 나간다.

 마음이 급한 제이는 발걸음이 바쁘다.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을 때도 집중하지 못한다. 만발한 꽃과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는데...

 "생일 축하해, 제이야~ 이제 먹어."라고 말하는 순간 고구마와 사과는 금세 없어진다.

 지난 생일 사진을 모아보니 제이가 1살 땐 아기 같았네. 저 쿠션, 생일에 선물 받고 얼마 못 썼는데...

 두 살 땐 진짜 청개구리 같았고.

 3살 때부터 정말 아주 조금 어른스러워진 듯...

 내향적 인간인 나를 만나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지금처럼 하루하루 우리끼리 소소하게 즐겁게 지내자!

 생일 축하해!

매거진의 이전글 일광욕을 즐기는 리트리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