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꿈을 이루세요(포르투, 포르투갈)

by 고잉웰제이드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이동하는 날이다. 나의 유럽 여행지 두번째 도시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 내가 여행한 지역 리스본, 포르투, 바르셀로나, 파리, 니스,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모두 좋았는데, 나처럼 서촌 또는 효자동 골목 골목 걸으면서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포르투를 분명 좋아할 것이다.

포르투는 포트 와인으로 유명한 도시이면서 도우루강 하구 언덕과 동 루이스 다리만으로도 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알려진 도시이다. 포르투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함께 저녁 식사를 했는데, 그녀는 일주일 동안 포르투에서만 머물다 간다고 했다. 작은 도시이지만 그만큼 세세하게 들여다볼 것이 많다.


도우루 강가를 따라 열린 시장에서 40년 장인이 직접 만든 2m 길이 러그를 굳이 사서 캐리어에 돌돌 말아 한국까지 가져 왔다. 우리집에 깔아둔 그 러그를 볼 때마다 포르투를 떠올린다. 이런 장인들의 손길이 닿은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골목이 있다. 그리고 강가를 따라 있는 포트와인 와이너리 뿐만 아니라 조금 떨어진 한적한 지역, 와이너리와 와이너리에서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만으로 포르투에 갈 이유는 한가득이다.

그라함(Graham)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Vinum이라는 식당에 방문한 적 있는데, 스테이크와 와인 뿐만 아니라 양상추 양파 샐러드가 잊혀지지 않는다. 이 샐러드를 주문하고 받아보았는데, 정말로 양상추와 양파 썰은 것들만 접시에 담아 나온다. 어떠한 플레이팅도 없다.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조금과 소금, 후추가 뿌려져 있는데, 상상 그 이상의 맛이다. 조리법이 다르거나 요리 실력이 차이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들이라 그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 있는 것 같다. (마치 해외에서 김장을 해도 우리나라 김치 맛이 안 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리스본에서 포르투 도시로 넘어가는 날이 밝았다. 리스본의 돌 바닥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쉽지는 않아서 볼트 택시를 타고 기차역까지 이동했다. 기차에서 한 숨 청하니 목적지에 곧 도착한다. 포트루에서 지낼 동안 묵을 숙소 근처로 향했다. 1층에서 입구를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2층 테라스에서 한 중년 여성이 인사를 한다.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테라스에서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니 1층으로 나를 데리러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집 소개를 해주며 열쇠 여러개가 달린 꾸러미를 주었다. 리스본에서 며칠 지내봤다고, 1800년대에 지어진 집과 열쇠 꾸러미에 익숙해진 듯 하다. 건물 1층 열쇠 다르고, 집 입구 열쇠 다르다. 오른쪽 문은 열쇠를 오른쪽으로 돌려야 열리고, 왼쪽 문이면 열쇠를 왼쪽으로 돌려야 열렸다.


집을 함께 둘러봤는데, 골동품 가게 같다. 집에 멋진 소품이 많다고 말하자, 그녀는 몇 십년 동안 조금씩 수집한 것들이라고 했다. 내가 시내에 다녀올 것이라고 하니, 본인이 사용하던 교통카드를 흔쾌히 건넨다. 그 카드에 조금만 충전해서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알려준다. 대화를 나눈 말미에, 나에게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 몇 시쯤 아침식사가 좋은지 물었고 그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준비해줄테니 먹고 외출하라고 일러주었다.


그 다음 날 아침, 거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빵, 치즈, 버터, 커피, 우유, 과일.

잼 나이프 두 개, 숟가락 하나, 버터 나이프 하나. 복숭아 잼과 체리 잼을 먹기 위한 각각의 잼 나이프. 그리고 커피에 넣을 설탕 숟가락과 버터를 풀 수 있는 나이프까지. 우유는 직접 끓여 데운 참이라 따뜻했다.

호스트인 그녀는 학교에서 미술 선생님으로 40년 가까이 근무했다고 했다. 그 해에 은퇴를 했는데, 에어비앤비를 더 잘 운영할 수 있어서 은퇴한 삶에 만족한다는 말을 했다. 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했을 때는, 게스트들에게 제공할 아침 식사를 전 날에 미리 사둬야 해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당일 아침 일찍 시장에 가서 당일 나온 빵과 신선한 과일을 사서 제공해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그녀의 세심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 숙소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 아침, 비행기 시간으로 이른 새벽에 나가야 한다고 했더니, 그녀는 전날 바나나, 사과, 오렌지, 복숭아, 그리고 요거트와 음료 등을 비닐봉지에 가득 넣어 챙겨주었다. 명절에 본가에 머무르다가 내 집으로 갈때면 양손 무겁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부모님 같았다. 이 숙소에 머문 것만으로도 포르투에서의 기억은 여전히 포근하게 남아있다.


에어비앤비 앱에 게스트는 호스트에 대한 후기를, 호스트는 게스트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있다. 그녀는 나에게 '우아하며 신중하고, 교양 있으며 친절한 젊은 여성입니다. 우리 집에 그녀를 맞이할 수 있어 기뻤고 만나서 즐거웠습니다'라고 후기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나만 볼 수 있는 별도의 후기에는 '다음에 또 놀러오길 바라며, 당신의 꿈이 무엇이든 이루기를 바랄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유럽 여행을 갔을 당시,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그 일을 위해 방향을 틀어 나아가고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말이 더더욱 고마웠다.

화,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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