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비용은 별도로 문의하세요. 끝없는 견적 요청.
‘요즘 감성 카페’ 풍자 영상을 본 적 있다.
“주문은 DM으로 부탁드릴게요.”
고객 편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갬성’이 앞서는 카페가 많아졌음을 비꼬고 있었다. 인스타에 일상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인스타 사진 한 장으로 마케팅이 되는 요즘, 사진에 예쁘게 잘 담기는 카페 인테리어나 플레이팅이 중요해졌다. 그렇다 보니 고객이 좀 불편해도, 일단 감성적이면 장땡이다.
‘감성 카페에 가면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는 인식도 은근히 자리 잡은 듯하다. ‘맛집은 불친철하다’와 비슷하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도, 마치 감성 카페에서 가서 겪었던, 불친절한 맛집에 가서 겪었던 불편함을 느꼈다.
가장 큰 불편함은 ‘비용이 비공개’라는 것이다. 나는 물건 살 때 가격이 중요하다.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 가격엔 절대 못 사’하고 바로 물건을 내려놓는다. 이런 나에게 비용이 비공개라는 건 고구마 먹는 듯한 답답함이었다.
결혼식 준비하며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 중 하나는 ‘견적 문의드립니다’, ‘비용 알고 싶습니다’이다. 그렇기에 다음과 같은 답변도 많이 들었다.
“정확한 비용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추가한 후 채팅으로 문의해 주세요.”
“신부님, 제가 업체 가격 확인해서 알려드릴게요. 잠시만요.”
결혼식 관련 비용은 비공개가 많다. 추리 게임하는 기분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가격이 나와있지 않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채팅 또는 개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문의한다.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우면, 카페나 블로그 등을 이용한다. ‘견적 공유’ 카테고리에서 확인할 수 있고, 개인 블로거에 댓글로 요청하기도 한다.
“견적 엑셀 파일 공유 부탁드립니다.”
그때서야 드레스 가격, 스튜디오 가격 등을 알 수 있다. 메이크업도 마찬가지.
‘신혼부부들을 위해 가구 할인 중’이라는 인스타 광고를 보고 해당 계정에 들어간 적이 있다. 둘러보니 가구가 마음에 들었다. 홈페이지에서는 가격을 찾을 수 없었다. ‘가격문의는 원하시는 제품 게시물에 댓글로 남겨주시면 DM으로 안내 도와 드리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에라이 안 사고 말아.’ 홈페이지에 가격을 명시해 놓은 업체를 발견하면 그것만으로 호감이 올라가서 고맙기까지 했다.
결혼식 관련 업체 가격이 공개적이지 않은 이유가 뭘까? 내 생각에, K-결혼산업에는 이미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것이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를 웨딩플래너 통해서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이미 많은 업체들이 웨딩플래너와 제휴를 맺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방문하는 1명 손님보다 100명을 데려오는 플래너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상품 10개를 주문하는 동네 슈퍼보다 1,000개를 주문하는 마트에 더 싸게 납품할 수밖에 없는 이치와 비슷하다.
웨딩 플래너 입장에서도, 여러 업체들이 모인 박람회라면 고객을 모으기 위해 개인의 수수료를 낮추고 신랑 신부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부부의 결혼식을 도와줄 웨딩플래너를 선택할 때, 우리 부부의 취향을 이해하고 적절한 업체를 추천해 주는지, 일처리가 원활한 지 등도 있지만, 다른 것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원하는 사진 촬영 업체 또는 메이크업샵과 해당 웨딩플래너가 제휴를 맺고 있는지, 드레스샵에 갔을 때 추가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만큼의 경력직인지 등 말이다.
웨딩 정보 공유 카페에서 이런 글들을 많이 봤다.
“저 아무래도 남들보다 더 비싸게 주고 한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요ㅠ”
“웨딩플래너 업체랑 계약하고 왔는데, 이 가격에 한 게 잘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결혼식에 들어가는 예산이 많다 보니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랑 신부는 가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격이 투명하지 않으니 불안함을 겪는다.
따라서, 한국에 자리 잡은 한국식 결혼 문화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려고 하면 할수록 비용도 더 높아질 수 있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시장 원리에 따르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결혼은 동화 속 공주와 왕자가 하는 것이었고, 드라마 속 주인공의 마지막화 결말이기도 했지만, 실은 무엇보다 시장성이 좋은 분야이다. 결혼식은 짧은 기간에 큰돈을 쓰는 좋은 장사이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 커플 입장에서 ‘결혼’은 ‘인생의 제2막’과 같은 것이 맞지만, 웨딩홀에서 드레스와 예복을 입고 올리는 ‘결혼식’은 상업성을 피할 수 없는 행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분 나쁠 것도 이해 못 할 것도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