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결혼, 언제 할 것인가
연애 6년 차가 되던 해, 결단이 필요했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는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연애의 끝은 헤어짐 아니면 결혼이라는 것에 합의했다. 그래서 오래도록 연애만 할 것은 아니었기에, 결혼을 할 것인지 각자 인생을 응원하며 헤어질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서로를 결혼 상대로 맞이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결혼을 하고 싶은 것’과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남자친구와 나는 막연히 ‘지금은 연애가 재밌으니까 2년 후쯤 결혼하자’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연애 6년 차가 되었고, 이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할 때이다.
결혼을 할지 결정할 때 가장 논쟁이 된 것은 ‘언제'였다. When... 언제 할 것인가. 언제가 적절한 시기인가. 언제 준비가 가능한가.
20대에는 '나'만 생각하면 됐다. 내가 이직하고 싶으면 하는거고, 내가 독립해서 어떤 동네에 살고 싶으면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나의 인생의 타이밍'과 '상대방의 인생의 타이밍'이 맞아야한다. 서로 달랐던 인생 그래프에서 정확히 똑같은 결혼식 날짜가 생긴다.
남: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된 후에 하자
vs.
여: 완전한 경제적 안정이 단기간에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함께 만들어 가자
과거의 남자친구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본인이 사업을 몇 년 동안 계획적으로 준비했고 올인해 에너지를 쏟아부을 예정이니 금방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2년 후쯤이면 결혼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나 육체적, 심리적으로 여유가 조금은 더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그런 남자친구를 믿고 지지했다. 일 욕심이 많은 나를 몇 년 동안 옆에서 응원해 줬기에 나도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단기간에 원하는 만큼 모든 것이 갖춰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주변에도 ‘사업하고 싶어. 회사에서 정해주는 일 말고 나만의 일을 하고 싶어’라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정말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고, 실행에 옮기는 용기를 발휘했더라도 큰 성과를 보거나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을 봤다. 몇 년 간 곁에서 봐왔던 남자친구는 그 과정을 해낼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2년 안에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것?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봐...!’
남자친구가 사업을 시작하고 1년 후, 두 번째 사업장을 오픈했다. 커다란 성과였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는커녕 더 바빠졌다. 직장인은 출근 9시, 퇴근 6시라는 루틴이 있지만 자영업자에게 정해진 출퇴근은 없었다. 직장인인 나는 퇴근 후 연락이 오면 아예 받지 않던지, ‘지금은 퇴근해서 내일 연락드릴게요’라고 문자를 남기면 끝이지만, 자영업자는 아침이고 밤이고 필요하면 긴 시간의 전화 통화나 미팅도 미룰 수 없다.
“나는 세후 월 천만 원 이상 벌기 전까지는 결혼하고 싶지 않아.”
남자친구는 월 천만 원이라는 목표에 대해 얘기한 적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단호해져 있었다.
“.....”
나는 솔직히 할 말을 잃었다. 음, 그렇구나.. 우리가 얘기해 온 결혼이라는 게 현실적인 문제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만, 결혼 시기를 돈만으로 결정한다는 뜻이었던 건가? 어떤 결혼 생활을 하고 싶은지,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은지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여부를 좌지우지하는 게 결국은 돈이라니.. 알 수 없는 씁쓸하고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아주 큰 돈은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여태까지 해 왔던 것처럼 계속 성장할 일만 남았다고 믿었기에,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남자친구에게는 현실감 없는 이상적인 얘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물론 네가 사업 시작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도 않고 잘해오고 있는 것 알아. 나도 응원해. 그런데 단기간에 가능한 일일까? 그럼 나는 너의 수입이 천만 원 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