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약한 단점을 교정한 연애

[1-6] 나의 못난 점을 알게 되는 연애

by 고잉웰제이드


한 사람과 오래 만나면, 자연스럽게 서로 물이 들기 마련이다. 겉과 속 모두 그렇다. 빨강과 파랑을 팔레트 한 칸에 넣고 휘젓다 보면 보라색이 되는 건, 어린 시절 미술 시간에 색을 섞어봤다면 누구나 알 것이다. 자주 얼굴 보고, 같이 밥 먹고, 대화하고, 일상을 공유하면 서로 비슷해질 수밖에! 그래서인지 오래된 연인 또는 부부에게 '닮았다'는 수식어가 자주 따라붙는다.


나의 경우,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방 한 칸에서 시작해도 함께 성장하면 된다는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20대 초반을 뒤로 한 채,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며 현실감각이 생겼다. 화도 안 내고, '그냥 저 사람은 저런가보다', '그럴 수도 있지' 유유자적 둥글둥글하게 살기 좋아하던 나는, 남자친구를 만나 냉정한 면이 생겼고, 화도 내기 시작했다. 남자친구 역시 나를 만나 뾰족했던 일부분이 깎이고 부드러워졌다. 커피에 관심 없던 남자친구는 카페 좋아하는 나를 만나, 이제는 나보다 더한 카페인 중독이 되었다.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닮아져 있었다.


서로 다른 부분들이 만나다 보니, 어떤 부분은 없어지기도 한다. 나의 고질적인 단점 하나는 '없어졌다, 또는 고쳐졌다, 교정됐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나에게는 고약한 단점이 있는데,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내 주장을 강하게 펼쳐서 조종하려 할 때가 있다. 그 사람에게 선택지를 주고 상대방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 의견대로 그 사람이 판단하고 행동하게 할 때가 몇 번 있었다. 나도 잊고 살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모습이다. 그 사람은 내 의견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나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 명확한, 말 그대로 가깝고 편한 사람이기에 아이러니하게 나의 의견을 더 강하게 어필한다.


중학교 때 일반 고등학교를 진학할 지, 베이킹이 꿈이기에 특성화고를 진학할 지 고민하는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부모님은 아무래도 남들처럼 일반 고등학교를 진학해서 졸업하고, 그 이후에 베이킹을 전문적으로 공부해도 늦지 않다고 하셨다며 친구가 고민을 했다. 나는 특성화고도 최근 인식이 많이 바껴서 예전처럼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가는 학교, 노는 학교라는 인식이 줄었고, 베이킹이라는 꿈을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그에 맞는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강하게 내 주장을 펼친 적이 있다. 고작 16살이었다. 일반 고등학교도 경혐해보지 않았고, 특성화 고등학교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면서 내 의견에 힘을 싣는 말만 덧붙였다. 그 친구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결국 중퇴 후 검정고시를 치르고 수능을 응시해 대학에 진학했다. 물론 그 친구의 결정이었고, 그 친구의 부모님과도 상의를 한 후 내린 선택이었겠지만, 그 당시 친구에게 강하게 의견을 내세웠던 것이 계속 마음 한 켠에 빚으로 남아있다. 시간이 지나, 그 친구에게 '사실 어렸을 때 너가 지금 너무 잘 지내고 있지만, 고등학교 중퇴했다고 했을 때 특성화고 가도 된다고 내가 뭣도 모르면서 강하게 얘기해서 미안했다'고 털어놓았다. 친구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뭘 그런 일로 미안해하고 있었냐고 했지만, 나는 종종 상대방보다 내가 더 잘 안다며 내 의견만 밀어붙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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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에게도 똑같이 했다. 남자친구에게 '그건 잘못된 행동이야',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의 이런 점을 나의 가족 외에는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편이기 때문이다. 내 안의 가치관은 꽤 강하지만, 평소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기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래서 '고약하다'는 표현을 썼다.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만 오히려 내 판단에 따른 행동을 종용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남자친구를 만나며 이 고약한 단점을 거의 고쳤다. 남자친구이지만, 그 선을 넘을 때마다 남자친구는 옐로우 카드와 레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인 관계에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화낼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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