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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Jan 18. 2024

무디가 없어졌어!

겁 많은 유기견 임시보호 일기 9: 병원 첫 방문기



  “무디가 없어!”

  아침에 일어난 남편이 놀라서 말했다. 남편에게 아침 루틴이 새겼다. 밤사이에 무디가 실컷 가지고 논 장난감을 제자리에 두고, 밤에만 싸놓는 무디의 똥을 치우고, 물을 새로 갈아주고, 밥도 채워준다. 그런데 무디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하고 침대 밑을 보니 그곳에 있었다. 침대 밑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두었는데 틈을 비집고 들어간 모양이었다. 켄넬에 잘 들어가던 무디가 다시 침대 밑으로 들어간 이유는, 전날 다녀온 병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무디 2차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까지 이동하는 것은 쉬웠다. 우선은 무디를 켄넬에 넣으려고 포획 작전을 벌이지도, 목줄을 채우려고 하지도 않아도 됐다. 무디는 켄넬 안에만 있기 때문에, 켄넬을 들고 가기만 하면 됐다. 켄넬 안에 무디의 애착인형을 넣고 방석 대신에 배변패드로 바꾸었고, 출발 전에 미리 켄넬 문을 닫아두었다.

  잠시 후 켄넬을 들어 올리자, ‘아이고 냄새. 무디 똥 싼 것 같아’라고 남편이 말했다. 켄넬을 드는 것만으로 무디는 무서웠나 보다. 똥을 치워주고 차에 켄넬을 싣자 무디는 포기한 듯 그 자리에 엎드렸다. 뜬장에서 보호소까지, 보호소에서 우리 집까지 차를 타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무디는 가만히 엎드려 있기만 했다. 멀미도 없고 낑낑거림도 없는 무디를 보며 안쓰럽기도, 기특하기도 했다.       


  주변 병원 리뷰를 꼼꼼히 모두 읽어보며 신중하게 선택한 병원에 도착했다.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입장했고, 수의사는 무디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해 주며 무디의 속도에 맞게 진료를 보자고 해주었다. 그는 도리어 ‘밥도 안 먹고 배변도 안 하고 놀지도 않는 강아지는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런데 무디는 밥도 잘 먹고 배변도 잘하고, 사람이 잠을 잘 때여도 잘 뛰어 노니 잘하고 있네요. 조금만 더 친해져 보세요’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무디 진료를 보기 위해 켄넬을 열 수밖에 없었다. 켄넬을 열자, 나는 무디와 눈이 마주쳤는데 무디의 눈빛을 바로 읽었다. 무디는 ‘무서워, 도망가고 싶어. 어디로 도망가지’라는 눈빛이었다. 무디가 도망갈 때마다 그전에 잠시 고민하는 그 눈빛이었다. 그리고 무디는 진료실 안에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진료 테이블 위에서 떨어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의사가 무디를 잡았는데, 그 순간 집에서 켄넬을 들어 올렸을 때 맡았던 냄새가 풍겨왔다. 무디가 똥을 지렸다. 의사가 무디를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무디의 눈에는 무서움이 가득했다. 우리는 예방접종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무디가 안았을 때 이빨도 안 드러내고 입질도 없어서 빠르게 접종을 해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겁이 많고 숨으려고 하는 마음이 강해서 접종을 한 주 미루는 게 좋겠어요. 사실, 무디 같은 강아지는 예방접종 보다 사람과 가까워지는 게 더 중요한데, 이미 1차를 시작했기 때문에 2차를 미룰 수는 없거든요. 병원에 대한 기억을 최대한 덜 나쁘게 해주고 싶어서 오늘은 더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았어요.”

  수의사는 무디가 테이블이나 사람 품 안에서 떨어지면 위험할 수도 있기에, 병원에 방문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자고 했다. 그리고 다음 주 재방문하기 전까지 최대한 무디와 가까워지도록 해보라고 했다. 병원 다녀온 날은 항상 무디에게 평소보다 더 맛있는 보양식을 주었는데, 무디는 항상 병원 다녀와서 바로 밥을 먹고 또 바로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해서 무디는 그날 밤, 침대 밑으로 들어가 잔 것이다. 추측하길, 무디는 켄넬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것 같았다. 

  게다가 무디는 병원을 다녀온 이후로, 사람 손에 있는 간식은 절대 먹지 않았다. 켄넬 밖으로 나오는 횟수도 현저하게 줄었다. 1주 후 다시 찾은 병원, 무디는 의사와 병원 직원 손에 안겼다기보다는 잡혔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잡혀 주사를 맞았다. 의사는 무디가 겁이 많을 뿐 공격성은 전혀 없는 순한 강아지라고 하며, 주사 맞고 가볍게 청진하고 발톱을 깎아주었다고 했다.      



침대에 들어간 무디를 침대에서 나오게 하자 다른 곳에 숨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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