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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30. 2024

서해랑 길 22코스

이른 아침 수포 항은 어제와 다른 모습이다.

갯벌만 끝없이 있던 항구에 물이 들어차고, 갯벌 위에 있던 배들이 바다에 떠있다. 

돌머리 해수욕장 반대 방향 해안 길을 따라 걷는다. 아침에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고, 부부가 큰 개를 몰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포 항에 햇볕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면서 길가에 핀 접시꽃이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오늘 걷는 길은 함평만의 해안선을 따라서 걷는 길이다. 해안선이 생긴 모양대로 따라가면 되지만 간혹 해안에 길이 없을 수 있으니까 이때 신경을 쓰면 될 것 같다. 

해안 길을 따라 걸으면서 어제 걸어온 돌머리 해수욕장이 건너다보인다. 그곳도 지금은 바닷물이 들어와 있다. 


해안선 가는 길목에 양파밭에 작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십 명이 버스로 와서 작업하면서 타고 온 버스는 밭 가에 주차해 있다. 여기서 작업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신속히 이동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해안을 따라가는 길은 이어지고, 바다에 설치한 구조물에 왜가리들이 앉아 있다. 바다에 설치된 장치가 고기 잡은 독살의 일종으로 보았는데, 여기 그곳은 낙지 산란장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지나가는 해변 길에 바다 장어 조형물이 서 있다. 바다 길로 계속 가다가 석창 항에서 마을로 올라간다. 여기서 석계마을로 들어가 농로를 걷는 길이 나온다. 이번 길에서 처음으로 바다를 벗어난 길이다. 그 길에는 밭둑에 키 작은 코스모스도 피어 있었다.

일전에 진도에서 영암으로 넘어가는 영암호를 한나절 걷는 동안에 하도 덮고 힘이 들어서 들판에 열린 딸기 열매를 먹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맛이 없는 열매가 무슨 열매인지 몰랐다. 그 열매를 여기서 다시 봤는데 뱀딸기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것이었다. 

석계마을을 나와서 손불면의 아주 긴 방조제를 걸었다. 

걸어가면서 멀리 보이는 섬들의 바다 색깔과 하늘 색깔이 같은 푸른색을 띠고 있다. 

방조제를 다리가 아프게 걷고 나서 나오는 항구가 월촌 항이다. 제법 큰 항이지만 점심을 준비하지 못해서 가게를 찾으니까 없다고 한다. 다시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서 집들이 모두가 떨어져 이국적으로 보이는 곳이 있다. 이곳은 안익 마을이고, 해변가에는 해수욕장도 있었다.

해변가 중심에 조형물이 서 있는데,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노랫말이 적혀 있다. 조형물 가운데 있는 처녀 상은 총각 선생님에 대한 섬 처녀의 간절한 기다림을 담았다고 한다. 

안익 마을 앞바다에서 멀리 칠산대교가 보이고, 바다를 가로 질러 고깃배 한 척이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해안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가면 함평항이 나온다. 그 옆에 있는 넓은 바닷가에는 함평이라고 영어로 쓴 것이 보이다. 여기까지가 함평이었다. 함평은 조용하고 직선 해안 길만 걸어서 특별한 무엇은 보지 못했다. 


방조제를 넘어가면서 영광군이다. 방조제를 지나면서 바다에 설치된 그물이 있다. 이제 물이 빠지면서 고기가 그곳에 갇히기를 바라고 설치한 것이다.

칠산 타워와 칠산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을 지나면서 칠산 타워 밑으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수산물을 파는 점포가 있는 건물이 있었다. 


칠산 타워를 지나서 다시 시작하는 새 코스도 해안 길이다. 이곳에 이제 방금 도착한 고깃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돌아서 가는 해안 길에는 바닷물이 빠져나가 갯벌이다. 여기서부터 칠산 갯벌 300리가 펼쳐진다. 계속 갯벌이 들어 난 바닷길을 걷고 걸었다. 직선으로 가던 길이 곡선으로 돌아서 가는 바다 갯벌 길을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걷는다. 햇볕을 가려줄 나무나 숲이 없는 길을 걷고 있다.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아서 더 더운 것 같다. 

지나가면서 갯벌에 들어 난 쥐 섬도 보인다. 

이곳에서 갯벌에 아직 물이 남아 있는 곳에 열심히 주리를 박고 먹이를 찾는 왜가리도 있다. 얼마나 열중했는지 내가 지나가도 달아나지 않는다. 

다시 갯벌만 보이는 해안 길을 가다가 마을로 들어간다. 이 마을은 향화 마을이다. 여기서 농노를 조금 걷다가 다시 설도가 보이는 긴 방조제를 걷는다. 

이곳을 지나면서 갯벌에 놀고 있는 게들과 짱둥어를 보면서 걸었다. 갯벌에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걸으니까 나름 흥미롭다. 게들은 천천히 움직이고 예민한 것을 갯벌 속으로 숨기도 한다. 장뚱어는 천천히 갯벌을 기다가 어떤 때는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그러다가 무엇을 하려는지 갯벌 위로 뛰어오른다. 이렇게 뛰어오르는 짱뚱어가 여러 마리이니까 갯벌이 살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길던 방조제도 끝나고 설도항으로 들어간다.

첫 번째 만난 것은 기독교 순교자비이다. 육이오 동안 때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77명이 순교했다고 한다. 

설도항에는 살아 있는 생선을 파는 어시장을 지나 계속 바닷길을 따라서 걷는다. 오늘은 끝없는 바닷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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