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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n 01. 2024

서해랑 길 24일차

답동마을 펜션에서 묵었다.

펜션에 들어올 때는 앞바다는 갯벌이었다. 어제 늦은 저녁 무렵에 물이 들어오는 것 같았는데, 아침에는 완전히 물이 차 있다. 

펜션에서 어제 걸어온 백수읍 풍력발전기가 잘 보인다. 오늘 가는 길이 어려운 코스라고 해서 다른 날 보다 더 일찍 출발했다.

어제 종점 표지판에서 도로를 따라 걷다가 본격적으로 산으로 올라간다. 잠시 생각하다가 도로를 따라 걷기로 하고, 도로의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산으로 가면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체력을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다. 물론 거리는 거의 동일하다.

산속의 도로를 따라 걸으면 바다를 보면서 가는 길이다. 바로 아래 해변에는 펜션들이 많이 있는걸 보니까 이곳이 경치가 좋은 곳인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걸어 바다가 확 트인 도로가 나온다. 이 길을 노을길 혹은 백수 해안 도로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정유재란 “열부 순절지”를 잘 만들어 놓았다. 

이곳을 지나면 테크 길로 해안을 따라 걷는다. 여기서 오늘 지나온 아름다운 해안과 멀리 백수읍의 풍력발전기도 보인다. 

이제 바다와 맞닿은 풍광이 좋은 언덕이 나온다. 이곳에는 벤치와 전망이 좋은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이곳에 가장 멋진 곳은 바다 가운데로 만든 괭이갈매기 전망대이다. 이 전망대 끝에는 괭이갈매기 날개 조형물 포토존을 만들어 놓고 그곳으로 가는 길은 밑으로 바다가 보이도록 해 놓았다.

이곳에는 괭이갈매기의 전설이 있다고 한다. 

옛날 칠산 앞바다에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가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어느 날 칠산 앞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갔던 남편이 돌아오지 못하자, 아내는 며칠을 슬피 울다가 칠산 앞바다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후 흐린 날이면 칠산 앞바다에 여인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가엽게 여겨서 죽은 부부에게 제사를 지내 주었다. 

하늘이 이에 감동하여 부부의 영혼을 한 쌍의 괭이갈매기로 환생시켜서 이곳 칠산 앞바다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이곳을 지켰다고 한다. 


괭이갈매기 전망대를 지나서 오르막 도로길을 올라 걸어가면, 대한민국 경관 대상인 노을길이 이어진다. 조미미의 노랫말 비석도 나오고, 오랜만에 바다에 서 있는 햐얀 등대도 보았다. 계속 도로길 옆으로 난 테크길을 가면서 울창한 해송 사이를 걷는다. 해송 사이의 바다 풍광이 멋진 곳이다.

이 길에서 노을종을 만난다. 종을 치고 사랑의 자물쇠를 달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 여기는 병든 어미와 효성이 지극한 아들의 슬픈 전설이 있었다.

나도 지나면서 노을종을 세 번을 울렸다. 그 울림이 무척 오래간다. 종을 울리고 돌아서 수십 보를 가도 그 울림이 들렸다. 


테크길을 따라서 걸으면서 섬들과 바다를 감상한다.

멀리 와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까 배도 없는 해안에 흰 등대가 있는 것이 특이했지만 이유를 알 것 같다. 그곳이 이 해안에서 가장 앞으로 나온 곳이라 지나가는 배들이 안전을 위해서 있는 것 같다.

걸을수록 바닷가에서 보이는 섬들의 모양이 흰 구름과 어울려서 너무 볼만하다. 계속 가는 길에는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바다와 섬과 구름이다. 


법성포가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항구가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항구에서 계속 바다 위로 난 테크길을 걸어서 멀리 영광 대교가 보이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영광 대교를 건너기 위해서는 상당한 오르막을 숨을 헐떡이면 올라갔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섬들도 그림이다. 


대교를 지나서 다시 대교 밑으로 해서 방조제를 건넜다. 방조제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올라가 바닷길을 따라가면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가 나온다. 인도의 고승이 백제에 불법을 전하기 위해 중국 동진에서 배를 타고 처음 들어온 곳이다.

도래지에서 처음 만난 것은 특이한 돌문이다. 

그리고 나온 것이 대웅전과 그 뒤에 대형 부처님상이 서 있다. 

그다음 길을 따라가면 간다라 유물관이 나온다. 여기서 계속 계단과 오르막을 올라서 가면 도래지로 들어오는 또 다른 문으로 나간다. 

이 도래지를 넘으면 법성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내려와서 법성포 항으로 갔다. 아직 물이 들어오지 않아 갯벌이 보인다.


다시 시작한 코스는 법성포의 골목을 걸어서 나오다가 도로를 만나서 걷는다.

도로에서 농로로 들어가 만난 마을이 연우 마을이다. 이 마을을 지나는 골목길에는 소박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지금부터는 농로를 걷는 길이 대부분이다. 정오가 다가오니까 지열도 올라오고 햇볕은 모자를 써도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홍농읍에 도착하니까 그 열기가 최고로 올라간다.

일단은 약국을 찾아서 발가락에 붙이는 밴드를 샀다. 이곳의 할머니 약사분은 얼마나 친절한지 어디서 왔느냐고 묻고는 얼굴을 보더니 시원한 물을 한 잔 준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마시니까 이번에는 차가운 물을 한 병을 주시면서 걷다가 마시라 한다. 너무 친절하고 고마운 분이어서 감사한 생각뿐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홍농읍을 한참 지나서 길을 찾으려고 안경을 찾았다. 안경은 빈집만 있고 안경은 없다. 약국에 놓고 온 것이다. 너무 감사에 취해서 안경을 놓고 온 것도 몰라던 것이다. 

예비 안경을 쓰기로 하고 걸었다. 이번 걷기에서 처음으로 잃어버린 물건이다. 


계속 농로 길을 가다가 상삼 마을을 지나고 계속 지루한 농로 길을 가니까 하삼 마을이 나온다. 하삼 마을을 지나고 작은 방조제를 건너서 간다. 

여기까지 영광군이 끝나고 고창군으로 들어섰다. 영광군은 거의 해안 길을 따라서 걸었고, 논에 건초를 많이 심어서 건초 덩어리가 많았다. 풍력발전기와 태양력 발전기가 백수읍에 집중적으로 있었다. 이곳은 어디를 가도 굴비였다.


갯벌이 보이는 둥글고 긴 바닷길을 걷는다. 

이 갯벌 길은 먼 길이고, 중간에 양어장의 수차가 돌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이 갯벌 길을 끝나서 만난 마을이 고리포이다. 고리포에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구시포 해수욕장이 나온다. 이 고개는 작지만 급해서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넘어가면서 보니 이 고개 이름이 주씨 고개라고 적혀 있다. 사연이 있는 고개인 것 같다.

고개를 넘으니까 시원한 바다와 넓은 해송이 보인다. 

해송 앞에는 구시포 해수욕장이 있고, 그 솔밭에 텐트가 많이 보인다. 먼바다에 풍력발전기가 보이고 해안 길에 40코스 종점 간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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