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Nov 12. 2024

서해랑 길 46일차

만대항으로 가는 테크 솔향기길은 해안에 만들어진 걷기 좋고 풍광도 좋은 곳이다. 

솔향기 테크 길이 끝나는 부근에 낚시하는 사람도 보이고, 물이 들어오고 있는 만대항은 지나는 사람은 없다. 태안에서 타고 온 첫차도 다시 태안으로 빈 버스로 돌아갔다. 만대항 버스 정류장에 아담하게 잘 자란 소나무 밑에는 빈 의자가 주변 분위기를 말해 주었다. 


만대항에서 도로를 따라 걷는 길에 짙은 안개가 내려 있다.

멀리 안갯속에 붉은 해가 떠있다. 갈대와 작은 호수의 물이 어울려 아침 놀처럼 붉은 풍광이다. 조용한 길을 걷는 마음도 차분하다.

지나는 길에 풍성하게 열린 감나무가 있다. 요즈음은 감이 익어서 수확하는 시기라 가끔 떨어질 것 같이 매달린 홍시를 볼 때도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가 높이 달려서 눈으로 구경만 한다. 조금 더 가니까 더 특이한 모양이 보인다.

전봇대에 곶감을 말리고 있다. 너무 높아서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는 누구도 어떻게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제법 말라서 떨 분 맛이 없어지고 먹을 만하게 건조된 것 같다. 곶감을 보니까 아침부터 옛 생각이 난다.


가을이면 할아버지가 곶감을 만들려고 볕이 잘 드는 처마 밑에 깎은 감을 걸어 놓고, 어느 정도 마르면 일일이 손으로 만져서 모양을 만들었다. 그때 말라가는 곶감을 보면서 군침은 흘렸지만 몰래 먹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늘 쳐다보는 할아버지의 눈길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곶감을 정리해서 흰 분이 나는 종이에 쌀 때, 조금 얻어먹는 곶감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달콤했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산으로 올라간다. 산길이지만 잘 만들어진 길이다. 이 길은 양쪽이 바다가 가까이 있는 길이다. 


길을 한참 가니까 눈에 확 들어오는 간판이 있다. 산중에 청춘 여관이 있었다. 여관은 산길 옆에 있지만, 조금 내려가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다. 주변에 펜션이 여럿 보인다. 산길은 걷기 좋고 소음도 없다. 


산길을 내려가서 만나 바닷가는 그물 독살이 쳐진 바다이다. 이제 바다에 물이 들어오는 중이다. 고기들이 많이 들어와 그물에 갇히길 그물을 친 사람은 바랄 것이다. 주변에 갯벌 체험하는 펜션과 캠핑장이 있다. 이곳에서 쳐 놓은 것 같다. 

가을 풀들이 여물어 가는 방조제 길을 걷는다. 풀들도 이제 자라지 않은 것이고 주변에 다음 해를 기약하기 위해 풀씨들을 떨어뜨리는 중이다. 

방조제 길이 끝나자 더 멋진 길이 나온다. 바닷길이다. 아직 물이 덜 들어온 자연 그대로의 바닷길은 바위와 돌이 있고, 물에 밀려온 조개껍질이 모여 있는 길이다.

너무 자연스럽고 누구나 이런 바닷길을 걷고 싶을 것 같은 길이고, 마치 내가 처음 걷는 기분이다. 이 길도 물이 차면 바위 위를 곡예 하듯이 걸어야 하는 길인데, 아직 물이 들어오는 중이라 바닷가의 조개껍질을 밟고 걸었다.

갑자기 이 길을 걸으면서 행복해지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마치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처럼...

한참이나 이런 감사한 마음이 얼마나 좋은 마음인지 느낀다. 감사하니까 행복한 마음도 따라왔다. 그리고 가족이 있다는 것도 마음 푸근하게 만든다. 그 가족들에게 바람이나 기대를 하지 말고, 무언가 줄 생각을 하고 싶다. 


바닷길을 지나고 다시 만난 길에서 담장을 소나무로 한 곳이 보인다. 담장을 개성 있게 한 것이고, 소박한 돌담만큼이나 친근하다.

도로 길을 따라가다가 서해랑 74코스 표지판을 만났다. 


이제 한적한 산길을 내려가는 중이다. 

갑자기 멋진 곳이 보인다. 저 멀리 바다가 있고 집 주변에는 산이 둘러 있고, 앞에는 넓은 농토가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 살고 싶은 마음은 드는 사람은 나와 친구가 될 것 같다.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마을 길을 가다가 길가에 활짝 핀 갈대꽃을 만났다. 

이 길을 지나서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시원한 산길을 걷는 것도 좋고, 감사하는 마음을 걸으니까 모든 길이 아름답다.


다시 만난 돌로 길에는 나무에 올라간 호박 넝쿨이 있다. 호박 넝쿨에는 나무에 호박이 열린 것처럼 달려 있다. 

도로가 끝나고 다시 벚나무가 있는 숲길이다. 





작가의 이전글 서해랑 길 45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