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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Nov 08. 2024

서해랑 길 45일차

학암리 해수욕장의 아침도 쌀쌀하다. 해수욕장이 학암항 사이에 두 개가 있다. 해수욕장이 두 개이니까 여름에 사람이 많이 찾아올 것 같다.

나무 숲길 사이로 화력발전소의 증기가 보인다. 주변에는 고압선이 지나면서 접근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 길을 간다. 산길을 벗어나서 넓게 펼쳐진 들판으로 나왔다.


갈대가 무성한 직선 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추수가 끝난 들길이다. 이 들길은 갈대도 무성하지만, 전봇대도 무성하게 서 있다. 

길의 모양이나 들판의 생김새를 봐서는 간척지인 것 같다. 무성한 갈대 숲길 사이에 큰 수로가 지난다. 고기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이 보인다. 이렇게 긴 수로에 가득한 물이지만, 염분이 있는 물일 수도 있다.

길 찾기는 쉽다. 직선으로 계속 가다가 왼쪽으로 가고 다시 계속 가다가 오른쪽으로 가는 길의 연속이다. 

중간에 갈대만 무성한 논이 있다. 아직 농사를 짓지 못하고 갈대만 자라는 갯벌이다. 그 면적이 너무 넓어서 갈대밭을 이루고 있다.

간척지의 수확한 논에는 철새들이 먹이를 찾다 사람이 지나는 인기척에 철새들이 놀라 날아간다. 

날아가 다시 주변 논에 앉는다. 멀리 갈대 사이로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오늘 걷는 길은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갈대 길이다. 혼자서 걷는 길이 오늘은 너무 좋다.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한 마음이다. 이런 살면서 이런 감사한 생각을 늘 하기로 몇 번이나 되뇐다. 


들녘 중간에 큰 산과 작은 산이 있다. 이 산들은 원래 바다에 있던 섬으로 큰 산은 죽도이고, 작은 산은 웅도였다. 세월은 섬이 산이 되는 일도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직선 길을 두 시간을 걷고서 마지막에 만난 것이 이원 방조제이다.

이 방조제에는 긴 “희망벽화”가 그려져 있다. 세월이 지나서 희미해져 있었지만 비스듬한 방조제 벽에 끝없이 그려져 있다.

멀리 화력발전소와 긴 방조제의 풍광을 옛날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다시 걸어서 만난 마을이 관리 1리이다. 이 마을에 지나는 과객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 국화들이 활짝 펴있다. 색깔도 다양하게 주인의 정성이 보이는 듯한 국화 밭이다.


멀리 큰 마을이 보이는 농노를 지나갈 때, 논둑에 심어 놓은 논둑 콩을 수확하는 농부가 보인다. 이 농부의 모습에서 가을이 끝나가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작은 둑이지만 한 줄로 심어 놓은 콩은 농부들의 정성이고, 다른 작물을 거의 수확하고 보통 마지막에 수확하는 것이다.

올해 농사를 마치고 긴 겨울을 보낼 것이다. 여름내 힘들게 일하던 몸을 오래 쉬게 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봄을 기다리는 것이다.


볏가리 마을을 지나면서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이 마을은 볏가리대를 세우는 세시풍습에서 유래를 찾는 마을인 것이다. 볏가리대는 긴 장대에 볏짚으로 여러 곡식을 매달아 세워 놓는 세시 풍속이다. 이 볏가리대는 다음 해 풍년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마을은 이름부터 농촌스럽고, 농촌체험마을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농촌체험 축제 때는 많은 사람이 모였을 동네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조용한 시절이 왔다.


볏가리 마을을 지나서 가는 길은 바다로 가는 길이다. 그 길목에 아직도 붉게 익은 고추밭이 있다. 이때쯤은 고추 수확이 끝났거나 아니면 고춧대를 베어야 하는데, 여기는 아직도 고추가 붉고 있다. 서리가 오기까지는 고추는 살아 있는 것이다. 고추가 식물이 아니라 나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다시 들판 길을 바다로 향해 걸어갔다.

산을 넘어 도착한 곳은 이름도 특이한 꾸지나무골 해변이다. 해수욕장이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이다.

해송사이에 캠핑하는 사람들이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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