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산 너머 해가 떠오르며 붉은빛이 짙어지면서 그 붉은빛으로 날아가는 철새들이 그림 같다.
해가 뜨지 않은 들녘에 탈곡한 볏단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모습이 외국 노동자들이다. 여름내 타국에서 뜨거운 햇볕 아래 일을 하다가 이제 가을이 와서 마지막 정리하고 겨울에는 철새처럼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들은 계절 따라온 것이 아니라, 돈 따라 멀리 왔다가 가족이 있는 따뜻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오늘도 들판에 철새가 하늘을 덮을 정도로 날아가고 있다.
해는 어제처럼 떠오른다.
해를 받기 시작하는 평택의 농촌 마을이 평화롭다. 여전히 위로는 철새들이 이동하기 바쁘다.
마을로 들어가 시내 쪽 도로를 걸었다. 시내로 들어가면서 길은 직선 길이고, 신호등을 자주 만났다. 이 도시가 바쁜 항구 도신 것이 느껴진다. 대형 화물차량이 꼬리를 물고 다니고 있다.
멀리 서해대교 교각이 보이는 길을 가면서 지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높은 교각이 가까이에, 홀로 서 있는 건물은 세관이다. 그 옆에서 서해랑 길 86코스 종점 표지판이 서 있다.
새로 시작하는 서해랑 길도 도심을 지나는 직선 길이다. 차들이 빨리 달리고, 대형 화물차이어서 걷기 좋은 길은 아니다.
동부두 제5정문 앞을 지날 때 대형차에 승용차를 가득 싣고 이어서 들어가고 있다. 주변 넓은 주차장에는 같은 모양의 차들이 수백 대 서 있다. 선적을 기다리는 차들이다.
공장 지대의 직선 길에는 중국단풍과 벚나무에 단풍이 든 도심에 멋진 길이 나왔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갔다.
단풍은 절정을 지나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도 화려한 단풍길이다. 그 가운데쯤에 붉은 단풍이 너무 아름답다.
이 길을 걸으면서 벤치가 있으면 오랫동안 단풍 구경하면서 쉴 것 같은데, 앉아서 쉴 곳이 없다. 너무 아쉬운 마음인데, 신기하게 작은 의자가 놓여 있다.
혼자서 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의자이다.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 앉아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즐겼다. 가을 정취에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평택 도심을 지나 남양만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에 떠 있는 배가 한가롭다.
남양만 방조제를 지나면서 멀리 물 빠진 평택항이 보인다. 완전히 갯벌이 아니고 배들이 드나들 수 있는 항구이다.
방조제의 남양만로 중간에 화성시 표지판이 나왔다.
평택시가 끝나고 화성으로 들어온 것이다. 화성시로 들어가서 87코스 되고 이화마을을 지나 계속 걸었다. 그곳은 기아 자동차 넓은 공장이 있는 곳이다.
기아 자동차 공장으로 가는 길에 손으로 콩 타작을 하는 할머니가 있다. 손으로 두드리는 막대기가 세 갈래로 만든 플라스틱이다. 필요하면 무엇이든지 만드는 것이다.
엄마 같은 할머니와 오래 이야기를 하면서 쉬었다.
할머니는 심심해서 일한다고 한다. 경로당에 가서 놀면 되는데, “왜 안 갔냐"라고 물었다. 가면 맨날 보는 사람들과 했던 이야기 또 하기 싫고 해서 이렇게 간간이 일을 하는 것이 좋아서 한다고 했다.
경로당에서 “화투 놀이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니 심심해서 한다고 했다. 그러면 “얼마씩 걸고 화투하냐"라고 물으니 10원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시골에서도 할머니 경로당에는 수 십 년 전부터 10원이었는데, 여전히 10원이다. 여기 화성의 할머니들도 10원이라고 한다. 돈내기보다는 심심해서 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노인정에 가면 밥 주고 반찬까지 준다고 한다. 노인들에는 살기 편한 세상이라고 하면서 다 산 노인보다 젊은이들이 살기 편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아직
우리 노인들은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이 보였다.
오늘도 숙소를 기아 공장 주변에 정하고 멀리 평택항으로 넘어가는 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