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Originally published on 2014.06.17
서울이나 경기도권에 적을 두지 않은 대한민국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라면 배움 혹은 취업의 기회를 찾아 상경을 했던 경험 혹은 자녀나 형제의 상경을 바라봐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것은 두려움 만큼이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경험이지만 그 곳에서의 생활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은 당사자의 경험이나 지인들의 도시생활에서의 무용담을 통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20살 부터 시작된 서울 및 인근을 떠돌아 다니며 살아야 했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시원 생활백서를 블로그에 올렸다. 5년 가까이 살았던 고시원을 떠나면서 힘들고 외로웠던 당시의 기록을 궂이 끄집어 내어 글로 적었던 이유는, 아직도 비슷하게 서울살이를 시작해야 하는 젊은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시원을 완전히 떠났다고 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로 몇 달의 고시원 생활을 더 해야했지만 지난 경험은 1.5평의 고시원을 5평 이상의 공간 처럼 활용할 수 있는 기적으로 승화되었고, 이제는 조금은 넓지만 여전히 주거에 있어서의 애로사항이 많은 반지하에서 1년 5개월째 생활하고 있다. 옥탑방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정황과 학창시절에 배웠던 지구과학적 근거들을 종합했을때, 잘 관리된 반지하는 옥탑방 못지 않고 심지어는 맨 꼭대기층 원룸보다 낫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이번 반지하 특집에서는 본인의 반지하 예찬론을 뒷받침할 근거들을 옥탑방과의 비교를 통해 입증해 보고자 한다. 반론이나 질문은 언제라도 환영이며 반지하 예찬론의 촘촘한 이론을 뒤집을 만한 논리가 발견된다면 계약이 만료되는 2015년 6월에는 지상이나 시골로 떠날지도 모르겠다. 반지하 예찬론의 시작은 먼 과거에서 시작된다.
수만년 역사의 인류는 기후와 지형에 따라 주거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주목할만한 점은 동굴을 떠나 지상에 움막을 짓기 시작한 고대 인류는 땅을 파고 그 위에 움막을 지었다는 것이다. 궂이 반지하 생활을 자처했던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왜 우리의 선조들은 김장독을 땅에 묻었으며, 감자와 무를 땅 속에 보관했을까?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지상에 비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땅 속에 보관하는 것과, 햇볕에 바짝 건조하거나 염장을하여 보관하는 방법이 있다. 항상 싱싱함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을 놓고 봤을때, 건조나 염장은 적절치 않다. 즉, 반지하는 사람을 싱싱하게 보관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 하.. 하...
집 구조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습기가 많은 장마철에는 볕이 잘 안드는 아랫쪽에 곰팡이가 번질 가능성이 높다. 집의 특성을 빨리 파악하여, 곰팡이로부터 안전한 공간(보통 윗쪽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또한 집안 곳곳에 참숯을 비치하여 눅눅한 기운과 냄세를 예방하자. 숯은 종종 물로 세척하여 볕에 바짝말려주자. 그래야 숯 속의 미세한 구멍들을 통한 공기 정화작용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 장마철에는 아파트도 눅눅하다. 제습기를 작동하여 장마철 높은 습도를 조절하고 빨래 건조에도 활용하자.
고시원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반지하에서의 쾌적한 삶을 위해서 청결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먼지는 수시로 제거하고 먼지가 맘껏 뭉쳐서 오래오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침대 아랫 공간은 통풍이 잘 안되고 볕이 들지않아 먼지와 세균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공간이 된다. 펄프 청소기를 활용하고 침대 아랫공간을 개방하여 주 1회씩 먼지를 제거하도록 하자.
종종 윗층(1.5층) 거주자들은 반지하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새벽 1시에 세탁기를 돌리거나 하는 행동은 이러한 망각에서 나오는 행동이기에, 무작정 올라가 핏대를 올리며 싸우지 않고 아랫층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인지시켜주는것 만으로도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지하에 사람이 살고 있어요" 라는 쪽지를 윗층 현관문에 붙여보자. 그리고 볕좋은 주말에는 현관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면서 잔잔한 팝송과 은은한 커피향을 방출하여 반지하에도 커피와 음악을 즐기는 거주자가 있다는 사실을 수시로 확인시켜주자. 경험상 확실히 효과가 있다.
반지하는 고시원, 옥탑방과 함께 힘겨운 서울살이를 하는 지방 출신들의 애환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대표적인 단어다. 궂이 일부러 반지하를 찾아서 갈 사람은 없겠지만, 있어야 하거나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반지하의 장점을 극대화 하고 단점을 극복하기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한다면 녹록치 않은 반지하 생활에서도 나름의 안락함과 낭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반지하의 낭만과 로망을 잊지 않고자 이 기록을 남깁니다.
Originally published in jmuk.tistorty.com on 201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