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의 개방과 직선, 그 미학의 풍경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호텔에서 받은 투명 비닐우산을 손에 들고 거리를 나섰다. 놀랍게도, 나처럼 투명 비닐우산을 쓴 사람들이 많았다. 비를 막아주면서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 우산을 쓰고, 모두 저마다 느리게, 혹은 무심히 거리를 걷고 있었다. 투명 우산 너머로 거리 풍경이 경계 없이 스며들었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눈앞에 펼쳐졌다.
후쿠오카 거리를 거닐며 마주한 개방된 공간과 생활 방식은 익숙한 한국의 풍경과 확연히 달랐다. 거리를 지나는 모든 차량의 내부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였고, 주택가의 울타리는 마치 장식을 위한 듯 나지막하게 서 있었으며, 아파트 같은 주거 건물의 베란다는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외부로 쉽게 노출된 구조를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이었다. 바람에 하얗게 나부끼는 빨래들을 보며, ‘비바람이나 먼지, 심지어 눈이 들이칠 수도 있을 텐데…’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렇게 외부에 빨래를 널어두는 모습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타인의 시선이나 우려보다 일상의 노출을 받아들이는 이 도시의 정서가 우리나라와 다른 풍경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시내를 벗어나자 주택들의 모양이 달라졌다. 삼각형처럼 경사된 지붕이 많았고, 곧게 솟은 아파트 대신 낮은 높이의 집들이 단정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경사진 지붕은 일본 주택의 환경 적응 방식을 보여주는 듯했다. 일본은 지역에 따라 강수량이나 강설량이 많기 때문에, 지붕의 경사를 높여 물이나 눈이 잘 흘러내리도록 설계한다. 도시 외곽의 주택에서 이 전통적인 형태가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기와가 하늘을 품는 부드러운 곡선이라면, 일본의 지붕은 자연을 흘려보내는 단정한 직선이다. 이 곡선과 직선의 차이 속에서 서로 다른 나라의 삶의 태도와 미학의 방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투명 비닐우산처럼, 이들의 생활공간도 개방성과 실용적 환경 적응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낮은 울타리와 투명한 창은 타인의 시선보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노출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정서를 엿보게 한다.
한국과는 다른, 경계가 옅은 삶의 방식이 후쿠오카의 햇살 아래 투명하게 펼쳐져 있었다. 이곳의 하루와 생활 방식은 닫힘보다 열림을 선택한 삶의 미학과 철학을 조용히 보여주었다. 마치 내가 쓰고 있던 투명 비닐우산처럼, 그 속에서 나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생활과 철학이 서로 조용히 호흡하는 후쿠오카의 투명한 풍경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