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치 비치의 푸른 오후
후쿠오카시 서쪽, 하카타만에 자리한 모모치 비치(百道浜, Momochi Beach)는 도시의 활력과 바다의 평온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선 후쿠오카 타워의 모습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을 차분하게 만든다.
이 해변은 자연의 산물이 아닌, 1980년대 후반 하카타만 매립 공사를 통해 조성된 약 1.5km 길이의 인공 해안이다. 얕은 갯벌 위에 평평하게 다듬고 부드러운 모래를 깔아 만들었으며, 넓은 방파제와 관리용 도로는 파도를 막는 동시에 시민들의 산책로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이곳은 도시 해변 특유의 정갈함과 깨끗함을 유지한다.
해변에는 비치볼을 굴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흩어지고, 연인들은 바닷가를 거닐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한다. 나는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에 들어섰다.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모래알은, 인공으로 조성되었지만 발에 작은 상처 하나 걱정 없이 온전히 휴식에 집중하게 했다. 차가운 바닷물이 스치고, 작은 조개껍질들을 하나씩 주워 모았다. 멀리서 낚시하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따라 맨발로 해안을 걸으니, 하루 동안 쌓였던 발바닥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파도와 바람 소리가 내 발걸음에 맞춰 잔잔히 흔들리고, 도시의 소음은 이 평화 속에 잠시 자리를 내준다. 해 질 녘이면 바닷물 위에 주홍빛 노을이 부드럽게 스며들고, 멀리 산들은 뿌연 안갯속에 희미한 실루엣으로 드러난다. 해변 중앙의 마리존(Marizon) 레스토랑 앞 벤치에 앉아, 바닷바람과 따뜻한 커피 향을 한 모금 들이마시며 자연보다 더 자연스럽고 깨끗한 이 공간을 온전히 음미했다.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잠시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모모치 비치,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해안에서 신발을 벗고 하루의 무게를 모래 속에 묻어두고 돌아섰을 때, 나는 비로소 후쿠오카의 숨은 쉼표를 찾았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