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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Dec 27. 2023

평범한 삶에 대한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이 단상이라면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독서대에 놓여 있는 책을 열지 않았다. 어딘가 멍한 구석이 있어 긴장감이 느껴지는 서스펜스 소설을 새벽부터 독서대위에 두었는데

 

“소리가 이미 내부에서 울리는데 어떻게 차단할 수 있겠는가”라는 구절에 반해 코넬 울리치의 두 번째 책을 빌렸다.

 

위의 문장이 들어가 있는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음울한 분위기가 짙게 배어있다.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데 째깍째깍 울리는 시계 소리가 무섭게 느껴지는 소설

 

내부에서 울리는 소리는 외부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멈추지 않는다. 실재가 되어 인간을 짓누른다.

 

한 여자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스톤 다이어리>를 읽으면서는 <제노의 의식>이 떠올랐다.

‘불타는 건물에서 평온하게 살고 있다’는 표현이 전쟁 상황을 말할 수도 있지만 내게는 제노의 내면 상황으로 다가왔다. 내면은 붉게 타오르는데 잠잠함을 가장하며 살아가야 할 때

 

이러한 삶을 구축한 인물이 데이지 굿윌 <스톤 다이어리> 같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 열병을 앓고, 태어나면서부터 돌봐준 이웃 아주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성장해서는 신혼여행지에서 남편을 잃는다. 데이지 굿윌의 내면은 언제나 불타고 있지 않았을까, 나쁜 의미에서

 

데이지 굿윌은 고요하게 자신의 삶을 감내했다. 다시 결혼하고 세 아이를 양육하고 손자, 손녀를 두고

 

마지막 순간의 평온하지 못하다는 말은 생을 감내하는 데 기력을 모두 써버려서 남은 아쉬움이 아닐까 생각했다. 제노 코시니처럼 데이지 굿윌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다.

 

이런 것이 나는 평범한 삶 같다. 자신으로 살기보다는 주어지는 생의 충격에서 어떻게든지 삶을 이루는 것, 평온을 향해 다가가는 것.

 

겉으로 보기에 제노 코시니는 조금 우스꽝스러웠고 데이지 굿윌은 차분했다. 같은 불타는 건물에 있다 하더라도 삶의 모습은 다양하다.(그러니 누군가 자신의 삶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더라도 너무 가르치려 들지 말자)

 

나는 때로 불타고 가끔 냉담하지만 심드렁한 표정으로 청소를 한다. 밥을 짓거나




       

두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전기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을 읽는다. 멍한 구석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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