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중독 외 8권
지난 달 중순부터 이태원 참사 2주기 관련 캠페인을 시작했다. 브런치 제안 기능을 통해 연락을 받았고, 이태원 참사 관련된 글을 써주면 좋겠다는 의뢰였다. 많지는 않지만 소정의 원고료도 주겠다고 했고, 평소 서평을 주로 쓰는 사람이다보니 서평으로 괜찮겠냐고 이야기를 했을 때 흔쾌히 괜찮다고 해주셔서 여기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서평을 세 편 정도 작성해서 기고했다. 10월 중순이 조금 지나 캠페인이 끝나면 그때는 캠페인즈에 올린 서평을 여기에도 올리겠다.
어쨌든 이런 일정때문에 상대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소홀하게 올렸다. 서평을 쓰고, 독서모임을 다녀오고, 그 외에 기타 일정으로 밖을 돌아다니니 아무래도 쓸 일이 없기는 했지. 그래도 늘 하던 일은 해야 한다. 월 초의 독서 리뷰라던지, 독서모임 후기라던지... 밀린 글을 하나하나 써가면서 다시 브런치를 채우겠다.
1. 생각 중독 - 불안과 후회를 끊어내고 오늘을 사는 법 - 갤리온
지난 독서모임 선정 도서인 『생각 중독』이다. 생각보다 평범한 자기개발서였고, 화이트컬러 직장인이라면 모르겠지만 블루컬러 직장인이었던 나는 크게 공감하기 힘든 전형적인 오피스맨들을 위한 자기개발서에 가까웠다. 그래도 장점을 찾아본다면 유튜브에서 듣고 공감한 다음 귀로 흘려 잊을법한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서 풀어냈다는 점? 그래도 눈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기에 머리에 오래 남는다는 점?
실제로 말하는 이야기도 그간 나오던 자기개발서들과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ABC분석 기법이라던지, 명상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자기 감정 컨트롤과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대한 대처 방법이라던지. 사실 이런 책은 꾸준히 사회에 필요한 책이기는 하다. 자기야말로 진짜 독자고 이런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가짜 독자라고 이야기하는 선민의식 담긴 말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책들은 일단 사회인들이 하는 고민과 걱정을 유사하게나마 풀어주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정독 난이도 덕분에 최근 책을 읽기 힘들어하는 사회인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거기다 활자는 읽으면서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유튜브 대용이라고 표현해도 유튜브보다 생각하며 내용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런 점만 해도 가치가 있는 책이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반응해준 이유는 그런 점이 있지 않았을까?
2. 1913년 세기의 여름 - 문학동네
문학동네에서 10년 만에 나온 차기작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를 읽기 위해 미리 읽은 전작이다. 내용 전개 방식이 국내 문예사 도서들과 많이 달라서 참신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꽤나 즐겁게 읽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요소가 조금 적었지만 본 작품에서는 소설과 같은 스토리 전개, 서사 방식을 채택해서 마치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300명의 인물이 각자의 서사를 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루이 암스트롱의 범죄로 시작해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으로 끝나는 1913년의 시작과 끝이란.
나는 이런 문예사와 관련된 도서에 관심이 있는 독자와 동시에 시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도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스산했던 세계 정세와 벨 에포크의 끝을 향해 달려가며 이미 문화적으로 포화상태였던 시기, 모두가 돈이 넘쳐 무엇이든 구상하던 시기, 우리가 익히 알던 인상주의가 가장 살아 숨쉬던 시기. 역사와 예술이 혼합되어 풀어내는 이야기는 그 시기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로 하여금 재미를 주기에는 충분하고, 정치적인 이야기는 부족하지만 시대상을 엿보는데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한다.
3. 영화는 무엇이 될 것인가? - 영화의 미래를 상상하는 62인의 생각들 - 프로파간다
굉장히 난해할 거 같지만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도 되는 영화 에세이다. 코로나 시국을 겪어봤기에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닫힌 영화관, 규모가 축소되는 문화예술산업, 발전하는 OTT, 이에 대해 반발하는 영화 평론가들과 반대급부로 이런 문화 또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하는 영화평론가들. 이 책에는 감독, 영화평론가, 작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코로나때 작성된 책이다보니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고, 솔직히 과거에도 어려웠지만 더욱 어려워진 영화계의 현실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나는 OTT의 발전에 대해 나쁘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사실 OTT가 발전하기 전까지 영화는 꽤나 고상한 취미였다.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러 가야 한다는 점, 이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다. 표값이 그렇게 부담되는 편도 아니었고, 솔직히 음향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청자들은 TV로 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을 내서 장소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특별한 영화가 아닌 이상 크게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졌다. 다들 OTT로 챙겨보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OTT에 나온 영화를 보고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났다.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더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생겨서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음향 효과와 거대한 스크린이 주는 파워를 사람들이 느끼지 못한 채 영화 잘봤다고 이야기하는 현실을 슬퍼해야 할까. 이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 부딪힐 주제라 생각한다.
4. 이중 하나는 거짓말 - 문학동네
김애란 작가님의 신작 장편 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예전에 인천 아트북페어에서 김애란 작가님의 강연을 듣고 후에 신작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신작이 나오고 나서 한참이 지난 9월 중순에서야 이 책을 읽었다. 처음 읽을 당시에는 좋았다. 작가님 특유의 모호한 배경 배치와 작가 개성이 있는 인물들, 같은 배경을 공유하지만 다른 시간축에서 살아가는 화자들과 그 시간과 공간의 축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스킬, 서로 다른 노선을 따라 스토리가 흘러간다고 생각이 들때쯤 같은 축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끝에서는 융화되는 스토리. 작가님의 단편에서 흔히 보이는 전개 방식이었고, 또 중간중간 보이는 사회 고찰까지 작가님의 스타일이 눈에 보이는 작품이었다.
문제는 다 읽고 난 후에 다시금 곱씹어 봤을 때였다. 당장은 좋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나서 남는 게 있는가. 이야기를 잘 융화시킨 것 같지만 크게 마음에 남는 내용은 없고, 결국은 단편집에 실릴 이야기 여럿을 장편으로 엮어서 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내용이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는 장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남는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각자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성장과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 진부하지는 않지만 새롭지도 않다. 애초에 작가님의 스타일이 장편과 조금 맞지 않는 느낌인 점도 부정할 수 없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웠다는 말이 입안에 멤도는 작품.
5.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모모
국내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소설 『오늘 밤 세게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다. 조금 순애보적인 소설을 읽고 싶어서 이번 기회에 찾았고,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반납하지 않은 채 붙잡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빌리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끝내 빌려서 후속 스핀오프까지 하루만에 전부 읽었다.
읽은 후기는 어렵지 않은 책이었고, 문장 자체도 조금 조잡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재미는 있었다는 점. 스토리는 사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어렴풋하게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렇게 막 엔딩이 와닿고 가슴을 울리고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근래에 봤던 공의 경계 마지막 회상 장면이 더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읽어 볼까?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소설은 재미있으려고 읽는 거고, 이 책은 순애보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어 읽는 건데, 그렇다면 이보다 독자가 처음 원했던 목표치에 근사한 소설이 있을까? 이 책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채로 읽었다면 아쉬울 수 있어도 기대한 바가 있는 채로 읽기 시작했다면 만족할만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6.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 모모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전작과 위 작품까지 읽어본 사람들은 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고,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법한 필요없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읽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읽은 후기로는 오히려 전작보다 만족하는 부분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기에 나는 두 작품을 둘다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로 마무리하면 될 거 같다.
위에서는 스포일러를 하지 않기 위해 스토리적인 이야기는 전부 빼버렸지만 여기서는 조금의 스포일러를 하면서 후기를 풀자면 사실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줄임말, 게임 내 미소녀들과 연애를 하는 연애 게임)나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의 서포트 역할을 하는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왜 없는가, 주인공의 서포트 역할을 하는 캐릭터들도 꽤 성격이 좋고 착한 인물들이 많은데, 이 발상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듯한 소설이라고 평하는게 맞을 거 같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보좌역에 스토리를 배치해준 케이스와 같다. 특히 게임에서 보좌역은 보통 동성이지만 이성으로 배치를 했기에 이런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그녀 또한 히로인과 비슷한 포지션으로 접근시켰고, 그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후의 스토리를 풀어낸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엔딩 시점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과거와 현재의 시간축을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주술이 꼬이는 부분이 있고, 전작과 본작을 연이어 읽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할 불친절한 부분이 많다는 점정도.
7.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 문학동네
『1913년 세기의 여름』이 나온 후로 10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다. 사실 전작을 읽은 이유가 이 책을 읽기 위해서였는데 막상 두 권을 모두 읽어보니 나는 전작이 더 좋았었다. 이 책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이야기하는 기간이 전작에 비해 굉장히 길어졌기 때문에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목차의 배치도 전작은 1월에서 12월까지 배치했다면 이번 작품은 중요한 기간인 1933년 이전, 1933년, 그리고 이후로 나눠지는데 이 기간이 바로 나치 집권기라는 점을 기억하면 이번 작품도 어떤 방향성을 지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문예사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시대 역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다. 나치 집권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신여성들과 예술가들의 이야기, 이런 점을 기억하면서 읽다보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그 말은 반대로 1933년 이전의 이야기가 다소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이기도 하다. 그 부분을 고려하면서 처음을 참고 읽으면 중반부터는 참고 마지막까지 달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8.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 동아시아
이태원 참사 2주기 서평을 위해 읽은 첫 책. 국내의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성소수자, 노동자, 다문화 가정, 참사 피해자와 같은 사람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공감이 아닌 응답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우리는 공감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고는 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은 다른 사람의 고통이라고 말하면 너무 차가워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 당사자에 대해 깊히 고찰하지 않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까지 어줍잖게 공감하려고 하는 부분들은 당사자에게 상처만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내가 이 책을 이태원 참사 2주기 서평에 작성한 이유는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참사 피해자를 포함해 여과되지 않은 뉴스로 공포감을 느낀 피해자들, 인근 지역에서 참사 현장을 목격한 피해자들, 사실 2차, 3차 피해자들은 더 많고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참사였지만 막상 피해자의 목소리를 내는 자리는 마련되지 못했다. 이 책에서 이태원 참사에 관련된 이야기는 없지만 세월호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이야기는 있다. 위 사건들과 이태원 참사 피해자간의 유사점, 차이점을 보면서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한 접근에 대한 결과는 나중에 서평을 가져와서 올려보도록 하겠다.
9. 인싸를 죽여라 - 혐오와 조롱으로 결집하는 정치 감수성의 탄생 - 오월의봄
이 책은 독서 커뮤니티에서 꽤나 핫하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책, 책 내용은 괜찮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장정이 너무 눈에 띄어서 읽기 겁나는 책으로 유명한 도서다. 사실 장정만 봐서는 진짜 인터넷 문화를 빼다박은 듯한 느낌이다. 픽셀 페페로 도배를 해놓고 레트로 감성으로 밀어붙이는 장정이라니, 어떤 의미에서는 파격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공격적이다. 그리고 책을 펼쳐보면 그 내용은 더하다. 아니 애초에 우리는 그런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그 이야기를 풀어내기만 해도 당연히 그런 과한 내용이 나오는 거일지도.
책에서는 전통적 보수주의, 신보수주의를 넘어선 대안 우파의 형성과 집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기점은 2010년도 중반이다. 대안 우파를 향한 해석은 꽤나 흥미롭고, 역자의 초월번역까지 더해져 미국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디테일하게 파고든다. 사실 이런 감성은 40대 이상, 국내에서 책을 주로 읽는 주력 독자층의 감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감성의 책이다. 인터넷 문화에 관련된 이야기가 대다수고, 이를 기반으로 발생한 대안 우파의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사실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이 지금 인터넷 대안 우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봐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은 지금의 정치 사회 문화를 관통하고 있다. 젊은 인터넷 세대는 이해하는 감성, 이를 정치적인 언어로 재해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이 칭찬받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9월의 독서 리뷰를 정리해봤다. 결국 이번 달에도 9권의 책을 읽었고, 글을 쓰는데 꽤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적어도 아직 독서모임 리뷰를 적어야 하고, 또 새로운 책을 읽으면서 서평도 새롭게 쓸 생각을 해야한다는 점...
이제 주변 스터디에서도 점점 취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도 취업자리를 빨리 알아봐야 할텐데. 이번 달부터는 다시금 취업에 열을 올려보려고 한다. 목표는 올해 말까지는 취업하기로 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글쓰기도 꾸준히 하고 서평도 계속, 취업한 후에도 써보려고 한다. 그러면 빨리 다음 독서모임 후기를 준비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