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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독서노트(6월 23일~29일)

by 카레맛곰돌이

읽은 도서


1. 달리는 말_미시마 유키오(6/18~26)

2. 한여름의 방정식_히가시노 게이고(6/22~24)


읽고 있는 도서


1. 서양미술사_에른스트 곰브리치(4/13~)

2. 문학의 쓸모_앙투안 콩파뇽(6/27~)

3.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6_나가츠키 탓페이(6/22~)


읽을 예정이 있는 도서


1.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_한국경제신문

2.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_조지 손더스

3. 허상의 어릿광대_히가시노 게이고

4. 예술이라는 일_애덤 모스




이번 주에는 그간 읽어야지 돌림노래만 반복해오던 『달리는 말』의 독파를 끝냈다. 일단 모두 다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 '앞으로 남은 「풍요의 바다」시리즈는 2권, 『봄눈』은 e북으로 읽어서 현물로도 가지고 싶은데 차라리 세트 도서를 사고 추가로 생긴 『달리는 말』은 알라딘에 팔아버릴까.' 놀랍지만 지금 이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기 위해 주위 yes24 아이디가 남는 지인을 찾고 있다. 책 안 살 거면 나한테 5000포인트좀 써달라고...


『달리는 말』은 「풍요의 바다」 4부작 중 2권에 해당하는 책이다. 전작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청년 기요아키의 이야기를 옆에서 눈으로 담아왔던 혼다는 두 번째 책이 시작되자마자 그가 19년 전에 죽었고, 나는 이미 꽤 나이가 들었으며, 판사로서 이상이 아닌 현실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살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19년만에 그는 기요아키의 환생과도 같은 인물을 만나게 되고, 옛 친구처럼 그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지키다 사라지려는 모습을 보이자 이번에는 그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이번 책의 주된 골자다.


일단 스토리를 관통하는 핵심은 일본의 전통 종교였던 불교의 윤회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죽은 사람은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순수하고 올곧은, 삶을 추구하는 인물이 다시금 나타날 수 있는가에 대한 화자 혼다의 끊임없는 번민과 고통이 이 소설을 끝까지 달릴 수 있게끔 만든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사실 고전 소설들이 으레 그렇지만 이 소설은 더욱이. 일단 『봄눈』을 읽는 것은 기본이다. 거기에 쇼와 시대에 대한 지식, 일본과 불교, 신토와 국가신토에 대한 배경 지식, 거기에 폐도령 이후 더욱 더 짙어진 무사도와 당시 이들이 말하던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이야기까지,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미시마 유키오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밑바탕과도 같다. 미시마 유키오가 우익 활동을 할 당시 이야기했던 정치 사상은 모두 이런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달리는 말』은 그 정도가 강하다. 쇼와 시대는 일본의 벨 에포크라 불리던 다이쇼 시대가 끝나며 일본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혼란을 겪던 시기였고, 2차 세계대전으로 세계가 흔들리던 시절이었다. 국가 자체는 전쟁 특수를 겪으며 굉장한 속도로 팽창했지만 사람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전쟁 물자를 찍어내야 하는 만큼 당연히 세금과 수탈 또한 적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렇기에 이번 이야기의 또다른 주인공 자리는 시대의 광기를 순수함이라는 이름으로 맹목적으로 따르는 인물인 이사오라는 인물이 차지했고, 다이쇼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기요아키와는 달리 혼란한 시대를 관통하는 또다른 순수함을 지닌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결국 혼다는 기요아키에 이어 이사오 또한 지켜내지 못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순수함을 관철했고, 기요아키는 다이쇼 시대의 아름다움을 사랑으로 불사지르며, 이사오는 쇼와 시대의 정치적 혼란기를 사상적 관철과 천황의 이름 아래에 치뤄진 암살, 그리고 할복자살을 통해 뜻을 보였다. 남은 이야기 두 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까. 미시마 사건이 있기 직전인 1970년 이전에 써진 이야기이기에 모든 이야기는 쇼와시대를 지나며 끝난다. 전쟁 직후, 그리고 전쟁 특수를 누리며 일어서는 일본에서 어떤 또다른 모습의 기요아키가 나타나고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순수함을 관철할지. 너무나도 일본스러워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한여름의 방정식』에는 그간 「탐정 갈릴레오」시리즈가 보여줬던 과학적인 전개, 왜? 보다도 어떻게?를 담아내던 그간의 방식과는 달리 과학과 더불어 휴머니즘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이들을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싫어했던 미나부는 이번 이야기에서 계속해서 한 아이와 엮이며 그의 방학 과학 실험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어울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번 살인 사건의 전말을 먼 미래에 알게 되었을 때, 타인의 입으로 이 사건을 알게 되는 것보다는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도출해낼 수 있게끔 도와주는 과정과도 같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모든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진행형으로,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끝없이 놓인 길을 계속해서 가는 이야기처럼 열린 이야기를 보임에도 그 완결성이 돋보이는 것이다.


『한여름의 방정식』도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번 작품은 서평으로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소년과 함께했던 실험들을 해체하며 어떻게 그가 사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 추론하는 과정도 분명 즐겁고 그 길을 내가 쫓는 순간도 재미있겠지만 그보다는 이 이야기를 가만히 가슴에 담아두고 싶다. 해결되었지만 해결되지 않은 사건처럼 내가 쓴 글도 정리하기 보다는 미완결로 남겨두고 싶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문학의 쓸모』다. 책의 화두에서 다뤄지는 시의 경제적 가치는 출판업계에서 꽤 예전부터 돌던 이야기다. 시는 오랜 시간 천천히 가치를 내는 물건이라는 의견, 실제로 시집이 무슨 판매고를 올리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집은 오랜 시간 꾸준히 판매고를 내주는 도서다. 여름, 겨울, 시기에 따라 갑자기 판매고가 오르기도 하고 셀럽의 입에 올라서, 인플루언서와 함께 우연히 잡혀서, 다양한 이유로 판매고가 오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요절한 후에 유명세를 탄 시인들처럼 시집 또한 당장 획기적인 수입을 벌어주지 않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때에 갑작스럽게 팔려나간다는 점이다.


뭐 그런 이야기를 제외하더라도 문학무용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야기는 과거부터 꾸준히 인터넷을 포함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문학은 즐거움 이상의 가치가 있는가, 이게 내 삶을 바꿔주거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 텍스트인가, 문학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문학은 쓸모없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해 저자는 인문학적 요소 대신 경제적인 관점으로 문학을 해체해보려고 시도한다. 과연 그 끝에 어떤 답이 놓여 있을까, 나머지 이야기는 책을 완독한 후에 풀어내겠다.


읽을 예정이 있는 도서에 놓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한여름의 방정식』 다음 도서기 때문에 굳이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겠다. 그 아래에 놓인 『예술이라는 일』은 역시나 이런 책을 가져오는 인문교양 출판사, 어크로스에서 출간한 책이다. 가격은 무려 49,500원, 인터넷 서점이라 10% 할인을 받았기에 이 가격이 나오는 거지 실제로는 이보다 10%가 더해진 가격이 본래의 가격이다. 원래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장바구니에 넣어만 놓고 가격때문에 좀처럼 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yes24 사태로 5,000원 쿠폰을 받으면서 다른 포인트까지 긁어모아 3만 원대에 책을 구매했다. 물론 말이 3만 원대지 실제로는 4만 원이다.


이 책은 미국의 전 대통령이자 문화적 교양이 뛰어나다고 많은 이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버락 오바마가 선정한 24년 올해의 책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오바마가 선정한 책에 대한 국내 독서가들의 평가 또한 호평이 많은 편이다. 예술, 정치 경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선정하는데 고른 책 모두 올해를 대변할만한 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거기에 동조하는 독서가들 또한 늘어나고 있으니, 그가 선정한 책이라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티켓파워가 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일반적이라면 팔리지 않을만한 인문예술서적임에도 꽤나 비싼 가격으로, 대단한 형태로 국내에 정발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이끌려 독자가 되었고. 언제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당장 읽지는 않을 것이다. 꽤 오랜 시간 책장을 지키다 어느날 갑자기 생각이 나면 그때 펼쳐보지 않을까. 그때까지는 다른 예술서적들과 같이 책장을 잘 지켜주기를.


KakaoTalk_20250630_162455219.jpg 예술이라는 일, 도록, 그리고 최근에 선물받은 이솝우화 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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