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도서
1. 갈릴레오의 고뇌_히가시노 게이고(6/16~6/21)
읽고 있는 도서
1. 서양미술사_에른스트 곰브리치(4/13~)
2. 달리는 말_미시마 유키오(6/18~)
3. 한여름의 방정식_히가시노 게이고(6/22~)
4.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6_나가츠키 탓페이(6/22~)
읽을 예정이 있는 도서
1.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_한국경제신문
2.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_조지 손더스
이번 주에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머지는 읽는 도중이거나, 건드리기만 하고 진도가 나가지 않았거나 하는 식으로 책을 읽었다. 여름이 오니까 버스에서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해야하나, 많은 인원이 왕래하다보니 아무래도 자리에서 온전히 책을 읽기가 쉽지 않다.
『갈릴레오의 고뇌』는 시간축 상으로는 『성녀의 구제』이전의 작품이다. 국내에는 이 책 이전에 『성녀의 구제』가 먼저 정발되었다보니 순서상으로 『성녀의 구제』가 먼저 나온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또 밀리의 서재와 같은 e북 플랫폼에서도 위 도서를 선행 시리즈 도서로 먼저 보여주고는 한다. 물론 나도 그래서 『성녀의 구제』를 먼저 읽었고. 나는 솔직히 이런 실수를 빨리 개선하고 출간 순서는 늦더라도 이 시리즈 순서를 올바르게 배치해줬으면 한다.
일단 『갈릴레오의 고뇌』에서 우츠미 카오루라는 여성 형사가 등장하고 이 캐릭터의 캐릭터성을 정립하는 스토리가 몇 가지 나온다. 다소 직감에 의존하지만 방향성이 틀리지는 않아 꽤나 날카롭게 맞아 떨어지는 형사. 형사과에 배정되면서 남초 중심의 형사과에서 자신이 여성이기에 배려받는 것인가, 자신이 여성이기에 세워놓은 동상처럼 구경하며 거리만 두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가,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활용하면서도 때로는 자격지심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그녀의 캐릭터성은 어떤 의미에서는 소설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여성 형사상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여성이 필두에 서는 작품이 아니고서는 보통 남초 사회의 강력계 형사팀에 여성 형사가 들어갔다는 붕 뜬 느낌을 보통 저런 식으로 표현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가 추가되었기에 지난 도서인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캐릭터성을 구축하기 시작한 형사, 구사나기 슌페이의 역할이 빛나게 되고, 더 나아가 우츠미 카오루 또한 단순히 자격지심을 지닌 여성 형사가 아닌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추리를 이어가는 형사로 변모하게 된다. 구사나기 슌페이는 탐문과 조사, 그리고 정보의 취합을 중심으로 천천히 꼬리부터 짚어가는 정통파 형사이자 추리 캐릭터, 우츠미 카오루는 탐문과 조사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직감과 포인트를 잘 짚는 날카로운 눈초리가 특출난 감각형 형사이자 캐릭터로, 유가와 미나부는 취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현실적인 루트를 찾아내는 탐정 역할을 맡게 되고 이 셋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돌면서 소설의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다시금 단편 모음집이 되었음에도 첫 작품과 그 다음 작품처럼 다소 지루하고 틀에 박힌 전개를 보여주지 않는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화자가 셋이 되는 시점부터 중원에 두 명의 미드필더와 한 명의 스트라이커가 모이는 것처럼 패스는 활로를 찾아 나갈 수 있게 되고, 그 유기적인 움직임에 관중은 박수를 치게 된다. 물론 그 셋을 철두철미하게 움직이는 건 감독 역할을 맡은 작가의 역량이 가장 크지만 그는 그런 방면에서 뛰어난 작가니까.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읽고 있는 책을 정리하면 『달리는 말』의 이야기를 좀 다루고 싶다. 「풍요의 바다」4부작 중 두 번째 책에 해당하는 이 도서는 전작인 『봄눈』에서 주인공의 옆에 있었던 현실적이고 올곧은 시선을 가진 인물, 혼다의 입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작의 주인공이 죽은 후로 십수 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는 과거를-정확히는 기요아키를- 그리워하지만 현재 또한 판사로서 훌륭한 삶을 살며 30대 후반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검도 경기에서 빛나는 한 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가 기요아키의 환생이 아닌가 생각하는 와중 사실 그가 기요아키의 가정교사였던 이누마의 아들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진다.
일본의 고전 작품에서 불교의 영향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소재다. 특히 「풍요의 바다」는 불교적 시선과 색채가 묻어나는 작품으로 윤회와 환생, 재생과 파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작품인 『봄눈』부터 이 시리즈는 아니지만 그의 또다른 명작인 『금각사』까지 미시마 유키오는 불교적인 시선과 사상을 풍부히 담아내는 작가였다.
그리고 지난 작품의 화자인 기요아키와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자 또다른 화자인 이누마의 아들 이사오는 동일한 성미의 인물은 아니지만 다른 방향으로 무언가를 올곧게 추구하고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젊은이들이 보이는 적당스러운 추구가 아닌 광신에 가까운 추구를 말이다. 그렇기에 환생이라는 주제에 대해 화자인 혼다 뿐 아니라 독자들 또한 빠져들 수밖에 없고, 정말로 환생이라는 것이 이 세계에는 존재할까 고민하게끔 만든다. 천천히, 작가는 독자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이에 매료된 독자들은 단순히 미학소설 수준의 이야기를 넘어 불교적 기틀까지 내려다보며 작가가 만든 세계로 향한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런 능력을 가진 작가다.
요즘 인터넷에 이런 말이 유행했다. '지루하고 현학적임.'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겉만 훑어본다면 분명 이런 말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미학소설이 가장 많이 지적받던 부분이 문장의 아름다움 안에는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사실상 속 빈 강정이 아닌가, 이런 지적이었으니. 하지만 그의 세계관은 깊게 파고들수록 아름다움 안에 이야기가 있다. 아직 모든 내용을 읽지는 못했지만 뒷 이야기가 기대되어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책을 펼치게 된다.
『한여름의 방정식』은 이제 도입부를 지나 사건이 발생했다. 재미있는데 재미있다 이상의 코멘트를 할만한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았어서 열심히 읽겠다는 다짐만 남긴다.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6』은 어제 욕조에 들어가 한 20p 넘기고 덮어뒀다. 나츠키 스바루의 캐릭터성, 캐릭터가 지닌 분노, 지난 전개 모두 기억나지만 아직도 캐릭터는 세상을 너무 편의주의적으로 보고 있고 때로는 그런 포인트가 나를 괴롭게 만든다. 물론 후에는 나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당장 이 부분을 읽는 게 조금 괴로워 도중에 기억의 저편으로 넘겨버렸다. 나중에 읽어야지.
분명 읽은 책은 한 권밖에 없는데 평소보다 코멘트가 더욱 길었던 노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번 주에는 읽던 책들을 모두 마무리하는 걸 목표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