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도서
1. 악의_히가시노 게이고(7/7)
2. 오늘 같은 날 헤이리 - 우리의 삶이 햇살이 될 때(7/8~7/9)
읽고 있는 도서
1. 서양미술사_에른스트 곰브리치(4/13~)
2.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6_나가츠키 탓페이(6/22~)
읽을 예정이 있는 도서
1.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_한국경제신문
2.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_조지 손더스
3. 허상의 어릿광대_히가시노 게이고
4. 예술이라는 일_애덤 모스
5. 졸업_히가시노 게이고
6. 새벽의 사원_미시마 유키오
디자인 교육이 끝난 지 한 주가 지났다. 정확히는 지난 주 화요일에 끝났으니 내일이 되어야 일 주가 지난다. 교육이 끝난 이후에 뭐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밀린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한 기분이 든다. 머리를 자르는 일이라던지, 「풍요의 바다」시리즈 전 권 구매라던지, 필요없는 책은 가져다 팔고, 지난 주에 가야지 생각만 해뒀던 알폰스 무하 원화전도 다녀왔고.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는 피곤해도 열정을 활활 불태울 수 있었는데 디자인 수업이 끝난 후에 목적을 잃어버린 것처럼 관성적으로, 연속해서 밀린 일을 처리해서 그런지 몸이 피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지난 주말에도 계속 어디를 돌아다녔다고는 하지만 독서노트를 정리하지 않고 하루 미루다니. 이건 분명히 게을러졌다는 증거다. 그렇기에 오늘 이 글을 마무리해 마음을 다 잡고 내일로 나아가야만 한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의미는 오늘 있을 검도 수련을 가지 않았다는 의미지만... 솔직히 가고 싶지 않은 일이 있었다보니 그냥 오늘 하루는 쉬려고 한다.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 작년에 읽었던 『악의』를 다시 읽었다. 최근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계속 읽고 있어서 다시 읽은 것은 아니고, 출판사 편집자를 모집하는 공고가 있었는데 해당 출판사의 장르소설을 읽고 서평을 제출하라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악의』를 읽고 다시금 서평을 쓰고 있자니 딱 작년에 썼던 서평이 생각났다. 당시에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써놓고는 했었는데, 지금 다시 쓴 글을 보니 예전보다 책을 보는 눈이 좋아졌구나, 서평을 쓰는 실력이 조금은 나아졌구나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글이 나왔다. 물론 완벽한 서평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리즈물을 읽으면서 그가 구축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했기에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읽은 책은 『오늘 같은 날 헤이리 - 우리의 삶이 햇살이 될 때』였다. 이 책은 헤이리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중인 저자가 기획한 도서다. 헤이리에서 책방을 운영하면서 헤이리 내에 있는 문화예술인들, 혹은 문화예술인이 아니어도 헤이리를 지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은 이 책은 아무래도 다른 책들에 비해 투박한 글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애초에 헤이리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모두 작가도 아니고 여기에 목소리를 담아준 인물들도 모두 작가보다는 화가, 예술가와 같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들의 목소리가 담겼기에 오히려 재미있는 책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조금 더 사람사는 냄새가 나고 동네를 걸어다니다 여기에 머무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듯한 그런 책, 나도 기회가 된다면 헤이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최근에 헤이리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분 중에서 파주에 사시는 분이 계시는데 저녁이나 먹자고 불러주셔서 차를 끌고 그분을 픽업해 그대로 헤이리로 직행했다. 최근 날이 많이 뜨거워 걷기 적합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처음 가보는 헤이리였기도 했고, 무엇보다 초대해주신 분도 오랜만에 온 헤이리가 즐거워 보였기에 나도 웃으면서 헤이리를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밀리의 서재에서 읽어볼만한 책을 찾는 와중에 보인 것이 이 책, 보통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런 에세이집을 잘 읽는 편이 아닌데 우연에 우연이 겹쳐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 모든 기준이 돈이 되고 돈이 되지 않는 일에 대해 조소를 보내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마을을 지켜나가는 예술인들의 이야기, 대체 그들을 어떻게 비웃을 수 있을까.
읽고 있는 책은 늘지 않았지만 읽으려고 하는 책은 많이 늘었다. 『졸업』은 과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몇 작품 모아놓은 형의 책장에서 발견된 또다른 「가가형사 시리즈」였다. 왜 1편 『졸업』 이후에 바로 4편 『악의』를 구비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좋은 책을 골라 읽던 형이었기에 이 작품도 시리즈의 스타트를 끊는 작품답게 좋은 내용이지 않을까, 읽지는 않았지만 기대가 된다. 그리고 「풍요의 바다」4부작의 3번째 책, 『새벽의 사원』도 시간을 내서 읽을 예정이다. 그로부터 또 시간이 지난 후, 2차세계대전의 종막을 본 혼다가 새롭게 마주하는 기요아키의 환생은 어떤 인물이고 묘사되는 세계는 어떨까. 민음사 녀석들, 기왕이면 이 책을 20년도에 빠릿빠릿하게 출간했으면 좋았을텐데. 5년에 걸쳐 이 시리즈를 완결내니까 샀던 책을 알라딘에 다시 팔고 시리즈로 묶어서 사게 되지 않았는가. 물론 『봄눈』을 전자책으로 읽었던 게 자못 아쉬워 3, 4권과 함께 사서 모아놓고 싶다는 생각에 시리즈 묶음을 사게 된 거기는 하지만.
읽어야하는 책 말고도 해야하는 일도 많다. 일단 자우버 F1 팀의 차량 레고를 조립해야 한다. 최근 니코 휠켄버그가 포디움에 오르면서 그들이 포디움에 오르면 자동차를 조립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는 니코를 축하해주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16일이면 예비군, 17일이면 보드게임콘까지 앞으로 강행군이 계속 남았다. 날만 좋았다면 18일에 뮤지엄 산을 다녀왔을텐데, 이번 주 내내 비가 올 예정이다보니 뮤지엄 산은 다음 주, 그쯤에 다녀오려고 계획중이다. 7월에 남은 일정을 빠릿하게 끝내는 이유는 8월부터는 아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기회가 된다면 빠르게 취직하고 싶은데 나를 찾아주는 곳이 없으니까. 다른 일이라도 하면서 기회를 기다려야지 방법이 있겠는가.
막상 글을 정리하고 나니 또 책이 읽고 싶어졌다. 지난 주 내내 매일같이 어딜 돌아다니다가 책을 멀리하고는 했는데 이제 다시 한 권씩 읽어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