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방문 후기, 17일~20일까지 행사 진행중
코엑스에서 열린 보드게임콘 2025에 다녀왔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쏟아져서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는데, 다행히 출발할 때만 비가 조금 쏟아지고 이후로는 또 잠잠해져서 적어도 저는 뽀송한 상태로 보드게임콘에 들어갔네요. 같이 갔던 일행은 아침부터 많이 젖은 상태로 방문했지만.
지금 코엑스에서는 '보드게임콘 2025'를 포함해 '캐릭터 라이센싱 페어', '반다이 남코 코리아 펀 엑스포 2025'가 함께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반남 엑스포는 올해 건담 프라모델을 포함해 원피스 TCG, 드래곤볼 TCG, 건담 TCG, 건담 미니어처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 시장을 확보하려는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원피스 TCG가 일본 본토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후로 국내에 정발되었고, 많은 TCG 팬들이 원피스 TCG에 유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오랜 시간동안 일본 TCG 시장은 포켓몬, 유희왕, 듀얼마스터즈가 잡고 있었고 뱅가드, 디지몬과 같은 TCG들이 남은 파이를 나눠먹고 있었습니다. TCG? 업계의 성장 동력이라 할만한 폭발력이 있나?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온라인 CCG에서 활동하던 섀도우버스와 같은 IP들이 꾸준히 오프라인 TCG 시장에 뛰어든 것, 오프라인은 온라인으로, 온라인은 오프라인으로 새롭게 시장 개척을 도모하는 걸 보면 업계 관계자들이 보는 시선은 달랐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그런 와중에 남코에서 크게 히트를 친 원피스 TCG, 이를 기점으로 반남은 새로운 TCG를 만들며 그간 있던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TCG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어요. 아마 이번에 선보이는 건담 TCG도 이런 원피스와 같은 성공을 바라고 있지 않을까요?
먼저 시작하는 이야기로 옆집 이야기를 너무 길게 다뤘는데 어쨌든 저는 반남 엑스포보다는 보드게임콘에 목적이 있었으니 보드게임콘으로 직행했습니다. 반남 엑스포에 비하면 줄이 없는 수준이어서 입장도 편했고, 여기저기 부스에 방문해서 즐기기도 좋았어요. 사실 평일이라는 점 덕분이겠죠. 오늘은 17일 방문 후기를 써보고, 또 19일, 20일 방문하실 때 볼만한 것들을 조금 담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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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있는 손은 제 일행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방문한 친구는 중학교 동창으로 벌써 15년은 넘게 알고 지낸 친구입니다. 그 친구의 방문 목적은 확실했어요. 올해 말쯤이면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하는데 집에 두고 함께 할만한 보드게임, 그리고 인싸답게 직장 동료들과 함께 즐길만한 보드게임을 찾고 있었죠. 직장 동료들과 늘 뱅, 스플랜더와 같은 게임들을 즐겼다고 해서 오늘 보드게임콘은 딥하고 어려운 장르, 혹은 마이너한 장르보다는 조금 더 노말하고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 위주로 둘러봤습니다.
입장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부스, 바로 코리아보드게임즈 부스입니다. 국내 최대의 보드게임회사답게 부스도 정중앙에 크게 자리잡았는데요. 최근 라이브를 통해 선보인 캣츠런, 커피러시, 라쿠카라차, 봄버스터즈와 같은 게임들의 플레잉 장소가 눈에 띄었습니다. 일단 제가 친구를 먼저 이끌고 간 곳은 라쿠카라차입니다. 중간에 통통 튀는 벌레를 자신의 함정으로 끌고 들어가는 이 게임은 4명이서, 주사위를 굴리고, 벽을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아주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인데요. 특히나 이 친구가 셰프로 일하고 있다보니 주방에 바퀴벌레? 게임의 백그라운드를 설명해주자마자 기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단 이 게임이 친구의 선택을 받았는가 하면,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사유는 굉장히 단순했는데요. 저랑 같이 플레잉했을 때 너무 재밌었고 도파민이 터지는 기분이었는데 일단 중간의 벌레가 미친듯이 뛰는 게 비주얼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여자친구가 기겁할 거라 못사간다고 하네요. 이해는 갑니다. 저도 오랜만에 다시 했는데 오랜만에 해도 이놈의 고무다리가 미친듯이 토도도동 뛰는 걸 보고 와... 하고 순간 충격을 받았으니까요...
코리아보드게임즈 부스는 나중에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플레잉이 끝난 후에는 B열에 있는 크고 작은 보드게임부스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행사에 방문하면 당연하지만 플레이하고 부스를 방문해서 빙고를 만드는 행사가 있어요.코엑스에서 하는 엑스포, 박람회에 방문하시면 자주 있는 이벤트 행사인데요. 여기서 다양한 경품을 챙겨준다는 이야기에 친구의 눈이 돌아간 거죠. 그리고 이런 행사에 오면 늘 바닥까지 긁어먹어보는 게 저희 성미기도 했고요.
이번에는 2025 보드게임콘에서 소개된 신작 게임들을 가져왔습니다. 왼쪽은 '다이스택', 오른쪽은 '고양이의 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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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이스택'은 다이스와 스택을 합친 제목의 보드게임입니다. 한마디로 다이스를 쌓다는 의미죠. 주사위를 펼쳐놓을 수 있는 장소를 조립하고 그 곳에 주사위를 한가득 뿌려 섞은 다음 미션카드를 섞어서 덱으로 준비하면 게임 밑준비가 끝나는 아주 간단한 게임입니다.
이후에는 카드를 뽑고 숫자가 나오면 그 숫자를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나누거나 자유롭게 계산한 다음 그 숫자에 맞춰 필드에 놓인 주사위 눈대로 쌓으면 되는 게임이죠. 참고로 제 탑이 왜 저런 모양이 나왔는가하면, 저는 카드를 뽑을때마다 14, 12, 이런 숫자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14를 만들기 위해 2X6+2라던지, 12를 만들기 위해 4X3을 한다던지 다양한 주사위를 섞으면서 올려야 했어요.
그리고 이 게임의 다른 재미는 바로 저 윗층에 쌓인 12각 주사위와 같은 특수 주사위입니다. 이런 특수 주사위는 보통 밸런스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쓰지 않을텐데요. 그래서 게임 카드 중에는 이런 특수 주사위를 하나, 그리고 일반 주사위를 하나 얹으라는 식의 요구 카드가 있습니다. 그런 카드를 뽑으면 저처럼 저렇게 쌓아야 해요. 당장 주사위 탑 옆에 파란 카드 보이시죠? 저게 그 카드입니다.
이 게임은 아주 직관적이고 단순합니다. 주사위를 쌓는 집중력을 펼치기도 어려운 어린 아이와 함께하는 게 아니라면 덧셈뺄셈 산수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집중력을 쏟아서 플레이하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어요. 아마 제작자들도 이런 부분을 생각하며 만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른들끼리 해도 재미있어요. 공들여 쌓은 바벨탑에 기도하는 미약한 인간들의 모습을 현세에서 보고 싶다면 이 게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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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의 게임은 만두게임즈의 '고양이의 탑'입니다. '다이스택'이 대결구도의 게임이었다면 '고양이의 탑'은 협력구도의 게임입니다. 서너장정도 되는 설명서에 비해 게임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어렵지 않아요. 일단 밑배경을 설명하면 우리의 고양이 친구 토토는 탑 최상층에 올라가고 싶은 발칙한 고양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토토를 위해 탑을 쌓아 토토를 탑 위까지, 올려보내주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죠.
컴포넌트는 탑 외벽 구성물 4종류, 미션 카드, 행동 카드, 토토와 다른 4색 고양이들, 그리고 설명 카드가 전부입니다. 제작자들은 여기에서 게임을 어떻게 어렵게 만들까 고민한 모양이에요. 사실 탑 외벽 구성물 높이가 똑같다면 그냥 트럼프타워 쌓듯 착착 쌓기만 하면 되잖아요? 즉, 탑 외벽 구성물은 각기 높이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가장 높이가 낮은 성벽부터 가장 높이가 높은 기둥벽까지 각기 높이가 다른 벽을 쌓아서 탑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되죠.
게임 시작 전에 행동 카드와 미션 카드를 각기 2장씩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로 셋업을 해놓습니다. 위에 고양이 발바닥이 찍힌 카드 2장을 놓으면 되니까 셋업도 어렵지 않아요. 그 후에는 행동 카드 둘 중 하나를 골라 위 사진처럼 탑을 쌓고, 미션 카드에 적힌 문구를 우리가 수행했는지 확인하고, 다시 행동 카드 하나를 또 펼쳐서 다음 플레이어가 행동 카드를 고르고 탑을 쌓고... 이걸 반복하는 겁니다. 그러면 점점 사진처럼 괴상만측하게 기울어진 탑이 지어지는 거죠.
여기서 핵심은 미션 카드입니다. 저희는 탑 건설자가 아니라 토토를 하늘로 보내주는 사람들이니까요. 단순히 탑만 높히 쌓는다고 능사가 되는 게임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건 탑을 쌓고 토토의 친구들인 고양이 친구들을 하나씩 배치하면서 미션을 깨서 토토를 위로 올려줘야 해요. 토토는 미션 카드를 수행할 때마다 2칸씩 올라가고 1층, 3층, 5층, 9층 점점 올라가게 되죠.
그러면 우리는 이제 몇 가지 신경써야 하는 포인트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 높이가 다른 구성물을 가진 탑을 사이좋게 쌓아야 한다. 둘, 토토의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탑을 쌓는 도중에 무게감이 있는 4색 고양이를 각기 탑에 밸런스 좋게 배치해야 한다. 셋, 토토를 살살 빼내고 올리고 빼내고 올리면서 탑이 붕괴되지 않게끔 해야한다. 단순히 탑만 쌓는 게임이라면 이건 말 그대로 트럼프타워 2.0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세 가지 포인트가 복합적으로 섞였기에 이 게임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파티 게임이 되어버리죠.
무엇보다 이 게임은 대결게임이 아니라 협력게임입니다. 요즘 보드게임 장르에서 대세는 대결 구도에요. 4인~6인으로 대결이 가능하던 게임들을 2인 대결 구도로 변경해서 재출시하는 게임도 늘었고('세븐원더스 듀얼', '스플랜더 대결'과 같은 게임이 있겠네요.)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도 대결 구도의 게임이 많아요. 왜냐하면 그런 구도의 게임이 필연적으로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집중하고 열정에 불을 붙이기 좋거든요. 그런 와중에 나온 신작 협력게임, 저는 그래서 이 게임에 더 좋은 평을 주고 싶습니다. 물론 토토를 위해 탑을 쌓다가 실수로 탑을 무너뜨리면 다른 동료가 갑자기 돌변해서 우우 그따위로 탑 쌓을 거면 건설자 때려쳐라! 라고 외치겠지만... 실수하기 전까지 우린 동료잖아요?
아직 출시하지는 않았다지만 보드게임콘이 끝나는 대로 인터넷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이 가시는 분들은 구매해봐도 좋으실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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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워해머 4만입니다! 보드게임 하드하게 하신다는 분들이 미니어처 게임, 딱 들으면 떠올리는 게임이 바로 워해머 시리즈인데요. 저는 이쪽에 발을 들이지도 않아서 잘 모르지만 주위에 이런 미니어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번 사진 찍어봤습니다.
여기는 코리아보드게임즈 부스 바로 뒷부스로 코리아보드게임즈 수준은 아니어도 꽤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요. 따로 도색할 수 있는 테이블부터 내부에서는 미니어처 게임에 대한 설명회도 열고 있다고 하는데 막상 금액이 금액이다보니 저는 거기까지 가지는 않고 멀리서 잠깐 바라만 봤습니다.
제 친구는 멋지다고 저거 하는데 얼마나 돈이 필요하냐고 묻던데... 한 50 넘게 드는데 도색 비용 제외라고 설명해줬습니다. 제가 최근에 어떤 분 입문하는데 든 비용이 75 쯤이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친구한테 거진 100 든다고 말해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언젠가 하고 싶어질 수도 있는데 100만원과 50만원은 단위가 주는 거리감이 다르니까 50만원이라고 믿으면서 유입되어서 100만원 쓰는 사람이 되길 바랬던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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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게임즈 옆은 아스모디 코리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스모디 코리아는 보드게임부터 TCG까지 다양한 장르를 유통하고 있는 보드게임 회사입니다. 대표작으로는 국내에서는 쿠키런 브레이버스, 해외에서는 매직 더 개더링 유통이 있겠네요. 만두게임즈도 아스모디와 함께하는 곳이지만 일단 만두게임즈를 제외하고 2개로 나눠진 부스를 설명하면 하나는 보드게임, 하나는 TCG 부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보드게임 부스에는 아스모디의 대표작부터 신작까지 다양한 게임을 팔고 있었어요. '스카이팀', '타코야키 마스터', '꼬치의달인', '금지어게임', '머핀 타임'... 이러다가 판매하고 있는 게임 전부 다 말하겠네요. 이번에 보여주는 아스모디의 보드게임콘 신작 게임은 '타코캣 워터프루프', '컵 더 크랩', '킹덤 오브 다이스', '아바나', '멸종에서 살아남기' 2개 시리즈였습니다. '멸종에서 살아남기'는 브라키오 사우르스 버전과 티라노 사우르스 버전 2개의 버전이 있던데요. 그림이 일단 그림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문제는 제게는 함께 온 친구만큼 같이 플레이할 주위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겠죠....
여기에서 친구는 제 추천을 받아가며 하나하나 게임을 골랐고, 저는 '스카이팀'을 골랐습니다. 친구랑 같이 플레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른 게임이었어요. 무엇보다 2인 플레이 게임이라 사람이 많이 필요없다는 장점도 있죠. 확장팩 난기류까지는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저는 확장팩까지 바로 구매하는 파이긴 했는데 다른 작품들을 구매할 수도 있고, 또 결혼한 후에도 친구네 집에 찾아가서 매일같이 비행기 띄우자!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물론 친구는 그렇게 생각 안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신작 구매시 13,000원의 가격으로 아스모디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었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 '듄: 정복과 외교'가 눈에 띄기는 했습니다. 저는 듄 시리즈를 다 챙겨본 편은 아니었고, 이번 영화에 개봉한 영화만 시네필에 가까운 친형과 함께 아이맥스로 봤는데요. 만약 제가 듄 시리즈 팬이었다면 바로 구매하지 않았을까 싶은 제품이었어요. 과거 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리뷰를 봤었는데 컴포넌트 구성이 굉장히 알차고 플레이하는데 세계관 디테일을 많이 챙겼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반지의 제왕 가운데 땅 여정'이 확장팩까지 전 시리즈를 보관하고 있는 중인데 제가 만약 듄 시리즈까지 좋아했다면... 아마 집에는 이런 부류의 보드게임으로 넘치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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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서 다시 코보게로 돌아왔습니다. 플레이는 커피타임을 먼저 플레이했지만 리뷰는 '힛스터'에 대해 먼저 떠들어보려고 하는데요. '힛스터'의 경우에는 따로 글을 마련해서 리뷰를 써보려고 합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블로거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여기 리뷰 글을 싹 긁어 보여주면 이게 '힛스터' 리뷰?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니. 따로 링크로 대체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curry-bear/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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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하는 게임은 '커피 러시'입니다. 커피타임은 2인~4인 게임이지만 커플끼리 두 명이서 하면서 커피 맛있게, 그리고 바쁘게 내리는 걸로 유명한 게임이에요. 실제로 보드게임 리뷰를 보면 네 명이서 하하호호 즐겁게 즐겼어요! 라는 평가보다 커플 둘이서 떠들면서 즐겼는데 너무 즐거웠어요~ 라는 리뷰가 많은 걸로 유명한 게임이죠. 그 게임을 남정네 두 명이서 즐겼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이상한 거 같기도 하네요?
'커피 러시' 시연 부스에는 '커피 러시' 확장팩 카드가 섞인 덱과 기본 베이스 셋업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 게임은 카페 주인이 되어서 몰려오는 주문을 급하게 쳐내는 게임인데요. 다들 무슨 카라멜 솔티드 어쩌구저쩌구 라떼나 아메리카노 디카페인과 같은 메뉴를 시키기 때문에 가게 사장님인 저희는 폴짝폴짝 말을 뛰어 옮기며 재료를 수급해 커피로 만들어야 해요.
재료는 8종류로 형태만 봐도 아~ 이건 우유, 이건 물, 이건 얼음 알 수 있게 되어있는 직관적인 컴포넌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자체도 어려운 부류의 게임은 아니에요. 그래서 하하호호 웃으면서 연인들 끼리는 조금 알콩달콩한 대화를, 친구끼리는 우우, 카페 운영 그따위로 할거면 때려쳐라! 커피 맛이 없어서 별점 1점 누르고 갈게요~ 와 같은 다소 살벌한 대화를 나누기 적합한 게임이죠.
시연장에서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케이크 카드를 제외하고 확장팩 카드를 섞어놓은 덱에 일반 룰을 활용해서 플레이하다보니 플레이타임이 상대적으로 짧아진 느낌이기는 했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인원이 오가는 시연부스다보니 한 팀이 오래 앉아 플레이하기 적합하지는 않았겠죠. 목요일 2시에 플레이를 하고 있었음에도 주위 돌아다니시던 분들이 혹시 커피타임 시연은 언제 가능하냐고 몇 번이나 물으면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저희도 2판 플레잉 해보고 마무리한 다음 일어났네요.
7.
그래서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뭘 샀냐, 친구는 제 추천을 들으면서 '딕싯 디즈니 100주년 기념판', '캐스캐디아'와 같은 인기게임, '커피 러시'와 확장팩, '봄버스터즈', '힛스터'와 같은 신작 게임 중심으로 주로 구매를 했습니다. 저는 3x3 사이즈의 큐브를 가격 맞춰준다고 곁다리로 구매했고요.
사실 '캐스캐디아'는 제 강력한 추천이 있어서 구매한 게임이었습니다. 예전에 이 게임을 지인들과 같이 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무엇보다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해서 눈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고, 게임을 몇 판 해보면 어떻게 포인트를 파먹을 수 있을까, 어떤 게 최대한 이득을 뽑아내는 플레이일까 고려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었죠. 거기에 룰이 지겨워질 때쯤 동물들의 군집 형태를 바꿔 포인트 시스템을 변경하면 전혀 다른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요.
3x3 사이즈 큐브의 경우 저보다 제 친구가 조예가 깊은 분야였기에 친구에게 먼저 만져보라고 물건을 건네줬습니다. 그러니까 친구가 몇 번 만져보더니 상태가 아주 좋다고 제품 만족도가 엄청 높다고 칭찬을 하더라고요. 보통 싸구려 큐브를 사면 분해한 후에 내부에 기름칠을 하는 추가 공정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그게 아니어도 내부에 윤활유를 넣어서 빠르게 스피드 큐빙할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드럽고 자석이 있다보니 회전한 포지션에 정확하게 멈춰서 좋다고요. 그러면서 자기한테 왜 스피드 큐빙 라이센스가 있다고 먼저 설명하지 않았냐고 안타까워 하더라고요. 한 며칠만 만지작 거렸으면 자기는 30초 내에 큐브 맞추는 것도 가능한데 알았으면 연습해왔을 거라면서 말이죠. 저는 중학교때부터 그 친구가 큐브 돌리는 걸 봐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연습좀 해보겠다고 이야기만 했습니다. 근데 어디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제가 추천했지만 구매하지 않은 게임은 아무래도 '라쿠카라차 반딧불이'겠네요. 사유는 0.에서 이야기한 사유와 똑같습니다. 여자친구분, 이제 곧 제수씨가 될 그 분이 안좋아할 거라고요. 하긴, 생각해보면 저도 그 분을 한 10년 알고 지냈는데 벌레가 미친듯이 타닥타닥 발소리를 내면서 뛰어다니는 걸 보면 기겁하실 거에요. 필드 바닥을 뛸때마다 타닥타닥 소리가 들리는 벌레의 두려움이란...
마무리.
대충 구매한 게임을 정리해서 택배로 보내고, 저희는 저녁을 먹으러 먼 길을 떠났습니다. 제가 늘 이 친구에게 다양한 취미를 권하고는 했어요. 그래서 온라인 게임을 모르던 친구에게 온라인 게임을 꼬드기기도 했고(근데 이걸 계기로 지금의 제수씨를 만났으니 이건 잘못한 게 아닌 거 같기도?), 보드게임도 제가 꼬드겼고, 이상한 일들도 저랑 같이 함께 했죠. 생각해보면 이녀석과 제 우정이 오래 가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고 서로 하자는 것에 대해 군말없이 따라주는 성격들이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당장 이녀석도 저한테 포켓볼을 권하는 걸 시작으로 여행갈 때는 제가 차를 운전해주고, 대학 행사와 같은 것들도 도와주면서 멀리 떨어져 살던 시절에도 간간히 연락을 이어갔거든요.
실제로 구매한 게임들은 근시일내에 플레이 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그 친구의 집에 진돗개 한 마리가 있어서 거기서 플레이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체리가 물어뜯으면 어떻게 하지.... 아무튼 보드게임콘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관심가시는 분은 아직 주말이 남았으니 방문해보시기를 추천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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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라이센싱 페어도 코엑스 바로 옆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친구, 서울 마스코트 해치부터 미피, 가나디와 같은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최근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여성분들이 가나디라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걸 보고 아, 요즘 이런 캐릭터가 유행하는구나. 생각하다가 이번 기회에 방문하면서 요즘 어떤 캐릭터가 유행하는지, 어떤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지, 어떤 형식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방문해봤습니다.
이번에 재미있게 본 부스는 신한 솔 부스였습니다. 사진은 없지만 신한의 마스코트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내부에 게임, 동전 줍기, 인형 뽑기와 같은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게 준비해놓은 공간이었는데요. 캐릭터는 단순하지만 귀여운 백곰 캐릭터가 핵심 모델이었고 귀와 같은 부분에 신한의 S를 날카롭게 만들어 포인트로 넣은 캐릭터였습니다.
그리고 별개의 이야기지만 부스 운영 스태프분 중 입장을 도와주시는 스태프분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으시던데 그럼에도 웃으면서 인원 통제하시는 모습을 보고 비타민이라도 있으면 비타민이라도 손에 쥐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큰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제가 과거에 도서전에서 이런 스태프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도서전이 아니더라도 스태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또 이 분위기를 함께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군에서도 즐거웠던 순간이 스페이스 챌린지라고 아이들과 함께 행사 요원으로 활동했던 때였거든요.
아무튼 캐릭터 라이센싱 페어, 저는 디자이너나 마케터 분들이라면 방문해보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페어로 움직일 수 있는 굿즈들, 요즘 어떤 게 나오지, 맨날 내던 굿즈만 내니까 식상하지는 않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경계하시는 분이라면 더욱이요. 재미있는 아이템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