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그거 뭐하는 직업인데? 응? 나도 몰라
안녕하세요.
뉴욕에 살고있는 미국나이로 29살, 그럼 한국나이로 이제 31살 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서른 언저리의 여자사람입니다. 저는 뉴욕지역의 21 년된 로컬 잡지사에서 6개월째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풀타임이 아닙니다. 사실은 에디터도 아닙니다. 에디터란 이름을 에디터의 일을 모르는 상태에 부여받고 커나가는 중이랄까요. 겨우 안 짤리고 꾸역꾸역 살아남는 중이랄까요. 모르겠습니다.
태어나 자립할 때까지 마음이 많이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책으로 영화로 채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 그 다짐이 세워졌는지 구체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는지는 그 무엇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참 불평이 많은 아이었습니다. 세상에도, 가정에도, 나에게도.
한국사회가 싫어 미국으로 도피성 인턴쉽을 떠났습니다. 놀랍게도 떠나온 첫 날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뭐 그렇게 됐습니다. 받아 온 1년짜리가 비자가 다할 때 쯤, 결혼을 말하던 그와의 결혼을 위해, 그러나 주부는 싫기에, 그와중에 영어는 자신없기에 태초에 문과로 태어났지만 회계로 전과하여 학교에 어플라이하며 뉴욕에 오게 됐습니다. 그리고 내가 뉴욕에 오면 바로 시카고에서 이사오기로 한 그대와 다사다난했던 과정을 거치며 결국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회계와 함께 뉴욕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이별이 벅차 어딘가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려고 해도 낯선 이 땅에서는 아는 사람 하나 없었고, 또 나 한참 새벽감성일때 한국의 친구들은 출근길에 치이는 아침이었에, 결론적으로는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을 홀로 견디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나름 강해졌습니다. 물론 여러 황당한 경험도 소소히 겪었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어찌저찌 극혐했던 회계로 운이 좋아 좋은 사람들, 좋은 회사를 만나 영주권을 따게 됬습니다. 운이 좋게도(당시엔 비극이었으나) 비자문제 이어 코로나가 터지며 영주권을 스폰 해 준 회사에 은혜 갚는 까치 세월을 보내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코리안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에디터님, 뭐라고 번역해야 정확할까요?)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우연히 본 광고에 이메일을 보낸 것이 연이 닿아 로컬 잡지사의 에디터가 되었습니다. 전 편집장님이 출판사를 차리시며 의리의리로 신입은 뽑아 주기로 낸 공고 글에 제가 운이 좋아 걸렸다고 해야 할까요. 쓰디쓴 이별을 겪으며 홀로서기를 견뎌, 적성에 1도 안 맞는 회계일을 하며 처절히 외로웠던 퇴근길, 지하철에서 엉엉 울며 쓴 지독히 아마추어적인 개인적인 글로 전 참 운이 좋게도 채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에디터라는 직업이 편집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 인줄도 몰라 타이틀은 따 놓고 받은 어설픈 원고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멋대로 수정하면 저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나는 어디까지 이 글을 수정해도 되며 또 맘대로 생각을 펼치며 깝쳐도 되는 것인가 고민하며 저는 점점 시들어 갔습니다.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글을 잘 쓰는 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왜 난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연이 닿은 생명있는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속마음을 내비칠 용기가 없어 어딘가에게 계실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그대에게 전하는 한 줄기 희망입니까. 이건 정말 무슨욕망일까요.
집안 돈을 그득그득 쓰고도 가난한 영혼을 채우는데 급급하여 별로 사랑하지도 않았던 그 친구와의 연애에 눈이 멀어 결국 재수에 실패하고, 또 그 와중에 나름 양심은 있어 집안에 반발 못하고 경영학이라는 것을 전공해야 한 이 후로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은 고이 접어 안드로메다로-. 옛날 옛적에 포기했는데 특히나 미국에 정착하게 된 이후로는 나 스스로도 비전이 보이지 않아 문득 쓴웃음만 지을 뿐 잊고 지냈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글로 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에디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종 사고를 다사다난하게 쳤습니다.
각종 사고를 친 육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제와 찾아봅니다. 에디터는 도대체 무슨 직업인지. 내가 왜 사진을 봐야 하며 섭외를 해야 하며 타인의 글에 내 시선을 담아내 고쳐는 건지. 하나씩 생각해 봅니다. 그러던 중에 에디터님의 브런치를 발견했습니다. 솔직한 글을 적어 주셔 감사합니다. 몇 자 감사인사 적는다는 것이 참 길어졌네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매력있는 일 같습니다. 솔직히 글을 읽고 ‘아 이런일이구나 세상에ㅅㅂ’했습니다. 저는 잡지를 읽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잡지가 뭔 책이냐 라고 비아냥거리던 부류였죠.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습니다. 솔직히 안 짤리면 다행이죠. 여튼 위로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지구 반대편에서 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