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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yking Jan 28. 2022

서른살, 우울의 원인에 대한 고찰 (22) 욕구

#22. 진짜 욕구를 채울 수 없게 만드는 가짜 욕구에 대하여.

#욕구를 충족하는데 더욱 허기지다?

 당신에게도 어떤 이상한 ‘욕구’가 있는가? 자꾸만 채우고 싶은 욕구. 누구나 비슷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남들보다 더 각별히 애정 하며 더 큰 짜릿함을 느끼는 듯한 그런 욕구. 그러나 채우면 채울수록 점점 더 허기짐을 느끼는 그런 이상한 욕구.

나에게는 물욕이 그러한 욕구이다. 이전 글에서 우울과 중독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나는 나 자신이 우울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났던 증상이 바로 ‘쇼핑중독’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쇼핑중독이라 진단하고, 왜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 파헤치려 했다. 내게 깃든 이 악습관을 현명하게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많은 사례와 이론을 접해보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나는 일반적으로 정의 내려지는 쇼핑 중독과는 조금 다른 사례였다. 우울하기 이전의 삶보다 훨씬 과도하고 지속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맞긴 하는데,  여느 중독이 가지는 특성인 ‘통제불능’의 모습을 가진 소비는 아니었다. (통제불능의 소비란 이를테면 월급 범위로 감당하기 힘든 무분별한 소비라던가, 사는 행위에 집중할 뿐 막상 배송 온 물건에는 관심이 없다거나 하는 등이다.) 나의 소비는 내 수준에서 충분히 감당이 가능했으며, 물건을 사고 나서 그 물건들이 나의 기분을 한껏 충족시켜 주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 물건에 대해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물욕은 누구나 가진 욕구이지 않은가? 나는 남들보다 더 각별히 그것을 애정 할 뿐. 그렇다면 이 소비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건 또 아니었다. 스스로 이 소비 습관에 대해 강한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럼 대체 이 불편한 욕구의 정체는 뭐지?


 어떤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중요시 여겨서 쇼핑에 빠진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소비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도 아니었다. 나는 300만 원짜리 명품보다는 300만 원어치를 사더라도 내가 정말로 맘에 드는 물건들을 많이 사는 것이 더 행복했다. 만약 나의 소비의 목적이 타인을 향한 과시였다면 아마 나는 모두가 알아보는 명품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나의 증상은 엄밀히 구분하자면 쇼핑중독의 전형적인 증세라기보다는 그저 단순히 예쁜 물건이나 예쁜 옷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 그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즉, 욕구불만에 가까운 것이다. 그리고 이 쇼핑 욕구가 바로 ‘가짜 욕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가짜 욕구와 진짜 욕구

마음속의 공허한 부분ㅡ진짜 욕구를 채우지 못하여 비어있는 내면의 공간 채우기 위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가짜 욕구들을 충족시킨다. 가짜 욕구는 비교적 채우기가 간단하고, 효과가 즉각적이다. 가짜 욕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가짜 욕구도 분명히 내가 가진 욕구 중의 하나이고 나를 일시적으로 행복하게 하는데  이바지를 하는 고마운 욕구다. 요즘 용어로 ‘소확행’ (소소하고 확실하게 행복해지는 ) 보장되는 욕구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받게 되는 수많은 스트레스들을 매일 이러한 가짜 욕구들로 조금씩 어르고 달래며 채우면서 기분과 컨디션을 관리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 욕구라는 다소 부정적인 수식어로 부르는 이유는 이것은 진짜 욕구 입장에서  때는 이것이 자신을 방해하는 가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리 가짜 욕구를 한가득 충족시켜도 그것으로 진짜 욕구를 채울 수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진짜 욕구를 발견하지 못하여 이를 채워주지 않고 계속 방치하면, 그 허기짐 때문에 가짜 욕구들은 오히려 더욱더 활개를 친다는 점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의 내면은 진짜 욕구와 멀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분명 느끼는 시점이 온다.


‘나 왜 이 (가짜) 욕구에 집착하지? 내가 왜 이러지? 내 마음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뭐지? 뭔가 이걸 원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마치 공복에 배가 고팠을 때 초콜릿(가짜 욕구)을 하나 먹으면 즉각적으로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결론적으로 그것은 일시적이며 결국에는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반드시 건강하고 잘 차려진 식사(진짜 욕구)를 먹어주어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    



#가짜 욕구가 위험한 이유

그렇다면 가짜 욕구만 채우고 살아가면 안 될까? 소확행을 자주 자주 느낀다면 결국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큰 스트레스 없이 즉각적으로 빨리빨리 나의 욕구를 채워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된다.

바로 여기서 가짜 욕구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짜 욕구를 계속적으로 채우면 ‘일시적인 충족감’으로 인해 우리는 진짜 욕구를 들여다볼 동기와 그것을 채우고자 하는 의지가 사라진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욕구를 채우는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즉, 진짜 욕구를 이루는 것을 방해한다. 가짜 욕구를 채울수록 진짜 욕구는 나에게서 멀어진다.


당신이 원하는 삶은 가짜 욕구들만 채우며 살아가는 삶인가? 나는 절대 아니다. 요 몇 년간 그렇게 해본 나에게 그 행위는 오히려 종국에는 우울감을 더욱 키웠기 때문이다.

그 일련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진짜 욕구로 인한 허기가 가짜 욕구들을 불러일으키고,

가짜 욕구들을 반복적으로 충족시키면서,

진짜 욕구를 외면하게 된다.

나는 가끔 내 영혼이 나에게 귀띔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고, 거기서 그 목소리는 ‘진짜 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미 커져버린 진짜 욕구와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감은 나를 초조하고 괴롭게 만든다.


즉각적으로 맛있고 달콤하고 기운이 나는 초콜릿들을 아무리 많이 먹어본들,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로 정성스레 차려진 한 끼 식사를 든든히 먹은 것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초콜릿들을 가까이하면 할수록 우리는 진짜 밥상을 떠올리고, 정성껏 준비하고, 맛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먹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욕구도 똑같다. 가짜 욕구를 채우는 일을 하면 할수록 진짜 욕구를 찾고, 인내와 열정을 쏟아부어 진짜 욕구를 채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재미를 느껴가기가 힘들어진다.    

  


#진짜 욕구를 가까이하면 비로소 행복해진다

내 영혼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게 되어있다.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직 그 소리를 듣기가 조금 어렵긴 하지만, 분명 내 영혼은 나에게 신호를 계속적으로 보낸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끊임없는 수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소통이 가능할 때 비로소 인생은 진정한 내 것이 되며 나는 완전해지고 행복해진다.

자기 자신의 내면과의 소통으로 인해 안정감을 찾은 많은 지혜로운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비슷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한다.

명상을 하라.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산책을 하라.

 매일 일기를 써라.


이 모든 것들이 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과의 소통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으며, 이것이 가능할 때 인생은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진짜 욕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각자마다 다를 것이고 그 누구도 나에게 대신하여 내 진짜 욕구를 알려주지 못한다. 나 스스로 꾸준히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려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나는 요즘 나의 진짜 욕구를 찾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나 자신과의 소통이 많이 미숙한 서른 중반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진짜 욕구’에게 잘 차려진 따듯한 밥상을 꼭 대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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