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hinyking
Sep 25. 2022
두 계란찜
종종 흘러가는 시공간에 살아가고 있음에 슬프다.
시집가고 나니 엄마표 계란찜이 먹고 싶은 날이 많았다.
매일 집에서 먹을 때는 몰랐는데
난 엄마가 해주는 계란찜을 좋아했나 보다.
집을 떠나고 나서야
익숙함에 당연했던 그것이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엄마에게 보고 싶다는 간지러운 말 대신
계란찜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는 얘기를 한적 있다.
엄마는 그날 이후 내가 친정에 갈 때마다
내 밥그릇 옆에다 계란찜을 항상 올려주신다.
이걸 어떻게 다 먹나 싶을 정도로 많이 놔두신다.
그랬더니 남편이 그걸 보고 따라 했다.
어느 주말, 자고 일어났더니 나 몰래 계란찜을 만들어 두었다가 짠 하고 꺼내왔다.
"너 좋아하는 거! 네가 좋아하는 계란찜~~"
천연덕스럽게 웃는 모습이 또 한 번 마음을 꽉 안아주었다.
나는 정말 행복해..
그리고 나는 본디 천성이 우울한 인간인지라
이 행복함에도 목이 메어오나 보다.
종종 흘러가는 시공간에 살아가고 있음에 슬프다.
모든 것이 지금 이 상태로 건강하게 공존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꾸만 시간이 더 이상 흘러가지 않기를 의미도 없이 바라본다.
두 계란찜을 계속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먹어도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