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격리 이후 다시 찾은 토스카나
2020년 6월 7일, 산 지미냐노.
토스카나의 즐거움이란 강렬하고 따사로운 햇볕에 선잠을 깨어 부드러운 햇살이 가득한 창가를 바라보다 다시 게으른 잠에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아침 7시경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꿈속을 헤매다 잠을 깼다. 잔잔한 빛이 가득한 창가를 보며 머리맡에 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침은 새소리가 가득했다. 낡은 탑 사이로 생긴 조그만 구멍에 둥지를 튼 새들이 아침부터 사냥감을 찾기 위해 숲 속을 지저귀며 날아다닐 때 난 그저 멍하니 쌀쌀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토스카나의 들판을 구경하였다.
산기슭의 아침 이슬이 강한 햇살을 만나 맑고 뽀얀 안개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토스카나의 쨍한 햇살에 눈조차 제대로 뜨고 있을 수 없었지만 아침 바람이 참 따스하면서도 상쾌했다. 이러고 앉아 있을 수 없었기에 서둘러 씻고 광장으로 나섰다.
광장에는 20여 명의 무리의 자전거 클럽 회원들이 떠들썩하게 커피를 시키며 라이딩 중간에 잠시 활기찬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밤새 젤라토를 팔던 유명 가게 Dondoli는 여느 가게보다 일찍 열어서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그간의 손해를 보존하기 위한 즐거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쓸쓸하지만 평화로운 아침이다. 난 11시 미사를 드렸고 산 지미냐노 주민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요일 아침을 그렇게 보냈다. 토스카나에 활기찬 아침 태양 빛이 거리를 명량하게 비추면서 하나둘 웅크렸던 사람들이 다시 거리를 찾아 커피를 마시고, 젤라토를 먹으며 활기차게 웃고 있다.
토스카나의 6월, 어두웠던 이탈리아에 조금씩 예전의 밝고 명량한 기분이 오랜만에 맞는 친구처럼 반갑게 거리를 다시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