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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 Mar 05. 2021

이탈리아 생활 - 봄의 문턱에서

이탈리아에서 맞는 봄은 한국에서의 봄과 다르지 않다.

2021. 1. 31.


이탈리아의 봄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 방안의 창문 사이로 한국에서 나를 비추던 빛과 동일한 봄의 기운이 찾아든다. 3월이어야 맞을 수 있는 맞을 수 있을 법한 봄의 리듬과 고요함이 쓸쓸하면서도 충만한 생동감으로 방안을 가득 채운다.


이 빛의 종류와 비슷했던 기분들과 과거의 추억들이 문득 떠오른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사람들 마다 미소와 활기가 가득했던 윤중로의 오후? 금요일 아침 봄기운에 깨어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던 신입사원 시절의 그 어수룩한 설레임?


수많은 평화롭고 설레었던 순간들이 깨어난다. 스무 살의 그것과 마흔을 앞둔 나의 그것은 전혀 다르지 않다. 밀라노 도심 한켠에 자리 잡은 나의 공간, 근 3년을 살아온 이곳은 내가 꿈꾸고 희망하고 설레었던 수많은 젊은 시절의 공간과 다르지 않다. 세월은 변하고 상황도 변했지만 순간은 변하지 않는다. 내일은 흐릴지 몰라도 지금은 어느 화창했던 시간들과 다르지 않다.


거리는 낯선 사람들, 다른 언어와 다른 모습을 한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삶의 활기와 웃음, 저마다의 소망에 가득한 봄의 거리는 어디나 기분 좋은 평화를 머금고 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봄 꽃은 소망을 간직 한채 산에 들에 곱게 피어나듯이 밀라노 도심 한편에는 알프스에서 흩뿌려졌을 원색의  들꽃들이 내게 자그맣게나마 알프스 자락에서 전해진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걸음을 멈추고 거리에 핀 빨간색, 보라색, 파란색 꽃들을 관찰하다 보면 문득 스무 살 시절 모든 것은 희망찼고 어떤 것이든 이루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봄에 바라보는 꽃은 내게 그런 의미였던 것이다.


어린 시절, 반을 배정받고 새로운 선생님을 맞이하고 새로 사귄 친구들과 인사하며 설레는 기분으로 하교하던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났던 개나리꽃들. 그 노란 물결을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실내화 가방을 흔들며 걸어갔던 그 시절도 문득 떠오른다.


누구나 자신만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추억은 향기에도 배어있고, 음악에도 배어있고, 계절을 머금은 따스한 햇살에도 가득 담겨있다. 봄의 햇살은 나에게 그런 의미다. 이맘때 즈음이면 찾아와 내게 추억을 선물하는 그런 의미 말이다.


※ 봄은 사랑과 희망이 충만한 계절이다. 봄이라는 계절만큼 사랑에 관한 책과 고대 그리스의 서정시만큼 잘 어울리는 계절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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