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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 Apr 02. 2021

이탈리아어 공부 - 발음에 대한 생각

인풋과 아웃풋에 대해서

음감이 좋으면 언어를 빨리 배운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정 부분 사실이다. 왜냐면 인간의 성대는 하나의 악기와 같기 때문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렇기에 소리를 잘 구별한다는 것은 그 소리를 다시 발화할 때 유리하다. 적어도 내가 잘못 발음하면 틀렸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피아노를 연주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피아노를 연주하라고 하면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발음도 마찬가지이다. 텍스트를 크게 소리 내어 읽는다고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후에는 이런 과정도 필요하지만, 처음 접한 언어를 공부할 때는 말하기의 비중을 극히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모든 영어회화 학원이 무의미한 것인가?

그렇다. 영어회화 학습이라는 것만큼 인위적이고 의미 없는 것도 없다. 영어 "앵무새"가 되기 위한 곳이지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심지어 그곳에서 배우는 말들을 일상생활에서 쓰는 원어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그곳에서 소리 내어 말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상 잘못된 발음에 기초하여 엉터리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리를 모르면 소리를 낼 수 없다. 소리에 대한 인풋이 없으면 소리에 대한 아웃풋도 없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아니라고? 그럼 아래 텍스트를 우리 같이 힘차게 읽어보자.


Μῆνιν ἄειδε θεὰ Πηληϊάδεω Ἀχιλῆος οὐλομένην, ἣ μυρί᾿ Ἀχαιοῖς ἄλγε᾿ ἔθηκε, πολλὰς δ᾿ ἰφθίμους ψυχὰς Ἄϊδι προΐαψεν ἡρώων, αὐτοὺς δὲ ἑλώρια τεῦχε κύνεσσιν οἰωνοῖσί τε πᾶσι· Διὸς δ᾿ ἐτελείετο βουλή, ἐξ οὗ δὴ τὰ πρῶτα διαστήτην ἐρίσαντε Ἀτρεΐδης τε ἄναξ ἀνδρῶν καὶ δῖος Ἀχιλλεύς.


위 내용은 그 유명한 그리스의 고전 일리아스의 시작 부분이다. "여신들이여 노래하라, 아킬레우스의 분노를"으로 표현되는 내용인데, 우리는 그리스어가 표음문자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글자가 지니는 소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소리를 모르니 당연히 말할 수도 없다.


영어는 우리가 의외로 여러 방면으로 접하다 보니 어느 정도 소리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고, 그렇기에 사실 소리를 낼 수도 있다. 영어 공부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영어라는 언어에 노출된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뿐 영어 자체가 새로운 언어였다면 불가능한 소리였을 것이다.


발음 학습의 기초 : 모든 언어의 소리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이탈리아어는 생각보다 발음이 쉽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예전에 방송인 타일러 라쉬 씨가 한국의 "오" 발음이 너무 어려웠었다는 이야길 한 적이 있다. 불 뿔 풀도 아니고 "오"? 우리가 영어를 접할 때 "오"로 생각되는 발음은 실제로 "어우" 내지는 "오우" 정도의 발음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어처럼 끊어지게 "오"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생각처럼 많지가 않다. 오히려 외국인들은 한국의 "오"를 Schwa 발음인 "Ə"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어"에 가깝게 들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언어가 내 나라의 언어와 다르고, 소리도 다르기에 내가 생각하는 소리와 그들이 생각하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다. 한국에서 이탈리아어 Gli를 "리"로 읽으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을 뜻하는 Gli italiani를 "리 이탈리아니"라고 읽으면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이탈리아인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Gli는 "리"가 아니다. 그냥 다른 소리다. 쓸 수도 없다. 그냥 다른 소리니 말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 침묵기간의 중요성


언어 학습에 침묵의 기간은 그 어느 기간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연설을 하고 토론을 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의 미소가 의미하는 바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그러다가 "마"라는 소리로 엄마를 표현하고 "빠"라는 소리로 아빠를 표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기간 중에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을 듣고, 소리를 배운다.


하지만 무의미하게 소리만 듣는다고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의미한 소리는 소음일 뿐이다. 소리가 의미를 지니기 시작할 때 그때야 말로 소음이 아니라 언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을 오디오를 들으면서 같이 보는 것이다. 이때 절대 따라 읽기나 새도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초보자는 아직 그 소리를 연주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 그저 소리를 이해하고 구별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소리가 의미를 지니고 소리를 구별할 수 있을 때, 즉 어느 정도 사람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할 때 그때는 말을 조금씩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노력 정도가 다르고, 투입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언제 가능하다 내지 아니다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나오는 외국인들의 언어가 어느 정도 이해 가기 시작할 때 내지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조금씩 발화 연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리를 모르면 그저 듣자. 계속 듣자.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계속 듣고 또 듣자. 이해 가능한 소리로 듣고, 또 듣자. 그것이 제대로 된 발음 학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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