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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놈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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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단우 Jul 08. 2020

아토피에서 구원받은 우리 개 (1)

이것은 장기적 전투에 관한 이야기

  디디는 아토피가 심한 개였는데, 그냥 집 문을 열자마자 바로 디디 냄새에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심각한 편이었다. 원래는 마당있는 집에서 거주했던 터라 아토피랄 것이 전혀 없었는데, 지하 셋방으로 이사오면서 New 질병을 득템했다.


  새로 이사한 집은 대체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인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될 정도로 취약한 환경을 지니고 있었다. 거실의 폭이 살짝 넓은 복도식 집이었는데, 그 복도 한 면 전체를 까만 곰팡이에게 내어주었다. 애석하게도 그 집의 사진이 남아 있지 않은데, 어쨌거나 곰팡이에게 먹혀버린 집에 살면서 옷들은 좀이 슬거나 곰팡이가 생겨 버리기 일쑤였다. 이 집에 사는 동안 버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돈을 아끼려 싼 집으로 왔다가 유지비용이 더 나가는 셈이 되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디디의 아토피 증세가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느날 개냄새가 심해졌다고 엄마가 욕을 했다. 나는 하루종일 디디와 붙어있던 터라 개냄새라는 것이 나는지도 몰랐다. 디디의 냄새가 심해졌다고 하던 날 즈음에 아이가 하루종일 몸을 긁어재꼈다. 뒷다리로 옆구리부터, 귀 끝까지 계속 벅벅벅벅 긁어대는 빈도가 늘어났다.




  "아... 디디는 아마 평생 아토피 치료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에?"


  "피부가 너무 얇아서 다른 아이들보다 3배는 더 얇은 편입니다. 평소에 귀 자주 긁죠?"


  "네..."


  "여기 보시면..."


  "헉! 이게 대체..."


  "귀가 아토피 때문에 다 짓물러졌죠? 집에 습기가 많은 편인가요?"


  "네... 지하라서요..."


 "평소에 자주 제습기 돌려주시고 피부 관리를 잘 해주셔야 해요. 아토피 때문에 탈모도 심해져서 벌써 여기는 아예 땜빵처럼 구멍이 나버렸네요."


  디디를 안고 동물병원을 나오는데 눈물이 눈 앞을 아른거렸다. 아이의 등허리를 괜시리 매만져보니 듬성듬성 털이 빠진 곳들이 쑥 하고 만져졌다. 하얀 털 사이로 빨갛게 부어오른 살갗이 보였다. 디디를 잠시 내려놓으니, 내려놓아지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 앉아서 뒷다리로 배 주변을 긁기 시작했다. 차마 아이에게 멈추라고 할 수 없었다. 사람도 몸 어딘가가 가려우면 긁기 마련인데 디디라고 별 수 있으려나.




  나는 돈이 없었고 좋은 보호자가 아니었다. 때마다 아이의 아토피 약을 처방해오거나, 병원에서 약용샴푸를 구입해서 목욕시킬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의 노력을 하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아무리 좋은 정보를 뒤져봤자 어차피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었다. 2008년의 인터넷 바다에서는 양질의 정보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현재에 너무나 감사하다. 지금은 조금만 노력해도 좋은 정보들이 우수수 쏟아지니까.)


  디디의 병세는 악화되었고 긁는 걸 막을 수 없으니 아이의 몸에는 피딱지가 졌다. 그렇다고 해서 긁지 말라고 말리는건 더 잔혹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디디를 방치했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낫겠지 싶어서 사료를 바꾸거나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차피 곰팡이가 집의 2/3을 지배한 지하방에서는 나을 만한 것이 없었다.

아토피 증상이 극에 달했을 때의 모습. 부분탈모가 점점 악화되었다.

  비듬이 생기고 검붉은 딱지가 여기저기 발견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하다못해 산책 중에도 목밴드가 닿은 자리가 간지러웠는지 가다가 서서 마구 긁어댔다.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피딱지와 비듬, 탈모, 가려움증으로 긁어대는 바람에 검붉은 착색이 생겨버린 디디를 바라보면서 할 수 있는 건, 겨우 무능한 보호자임을 인정하는 것 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사갈 돈이 없었고 디디는 계속 아프기만 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는데 어떠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아픈 개 앞에서 안절부절할 수 없었다.


  ...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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