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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놈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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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태연 Jul 15. 2020

아토피에서 구원받은 우리 개(2)

어디서 개 냄새 나지 않니?

  우리 개가 이사 후 아토피를 앓게 된 지 햇수로 3년이 되었다. 지하층 집은 언제나 도시의 오물들이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대범람의 시대를 인내해야 했다. 그동안 디디의 탈모도 심해져서 아예 새 털이 자라날 생각을 않는 자리도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강아지 아토피에 대한 정보도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개가 먹지 말아야 할 금기 음식을 먹이면 낫는다는 요상한 민간요법도 있었을 정도였으니...


  마침내 3년 후에는 이사를 갈 수 있게 되었다. 달동네가 거대 기업의 주상복합단지 건설 계획 아래 싹 다 밀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LH의 주택청약에 당첨되었다. 우리는 시간에 틈을 주지 않고 재빠르게 이삿짐을 꾸렸다.




  이사한 동네는 이전에 살던 곳과 머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달동네 지하방과 비슷한 반지하집이었다. 햇빛이 드는 1층 같은 반지하집. 말은 유려했지만 반지하는 반지하였다. 가족에게 숨기기는 했다만 이미 방 한 귀퉁이에서 결로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디디는 병세가 조금 호전될 기미를 보이는 듯 했으나, 듬성듬성 털이 빠진 자리에 탈모현상은 그대로이고 발로 여기저기를 긁는 빈도만 약간분 줄어들 뿐이었다. 전에 긁는 횟수가 10 정도였다면 지금은 7 내지 8 정도랄까.


  이제는 나도 시청의 행정 인턴직으로 계약직 취업이 되어 경제적 여유도 생겼다. 나는 예전보다 조금 두툼해진 지갑 덕분에 당당히 디디를 데리고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었다.

아토피 때문에 올빡으로 밀어버린 대머리 우리 개...

  그럼에도 병원에서는 아토피는 관리가 중요하다며 완치가 어렵다고 답했다. 디디는 지난번에 “아토피에서 구원받은 우리 개 (1)”편에서 올린 사진보다 좀 더 빨갛고, 까맣고, 털이 숭숭 빠져 있었다. 누구라도 디디를 본다면 “아픈 개인가봐”하고 혀를 끌끌 차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동물병원 안에 있는 미용실에 디디의 전신미용을 맡겨서 일부러 올빡(전신의 털을 빡빡 깎이는 클리핑 기술)을 시켰다. 좁은 의미로는 디디의 털 때문에 체온 조절이 어려운 것을 돕도록 하기 위함이었고, 넓은 의미로는 아이의 피부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아이는 한 달이나 한 달 반 간격으로 털을 깎았다.




  아이는 점차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단기적으로는 말이다.



  “어디서 개 냄새 나지 않니?”



  어느날 친구를 기다리러 카페에 앉아 있는데 등 뒤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개비린내 같은 게 나는데...”



  라고 하며 쎄한 시선이 느껴졌다. 곧바로 “아, 나구나.”하는 생각에 괜히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고개를 푹 숙였다. 나야, 뭐 계속 아토피 환자와 붙어있으니 알 턱이 없었지만 개를 기르지 않거나 후각에 예민한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디디는 거주지를 바꾸면서 몸에 닿는 공기가 조금 변해서 그런지 병세는 좀 덜해졌지만, 반대로 “개 냄새”로 통칭되는 악취는 여전한 상태였다.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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