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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Feb 13. 2024

친구와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너에게

『적당한 거리-전소영, 달그림,2019』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친구를 알고 있다. 오성과 한음, 백아와 종자기, 안토니오와 바사니오, 다몬과 핀티아스…….

친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관계! 

어린 시절부터 그런 친구가 있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친구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친구에게 그만한 것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여럿 있다. 같이 놀고, 이야기하고, 밤을 새며 수다를 떨던 친구들! 온갖 고민으로 가득 찼던 사춘기 시절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 명의 친구가 있어서 숨을 쉴 수 있었고, 대학 때엔 함께 몰려다니며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그들 중 몇몇은 지금도 여전히 친구로서 곁에 있지만,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친구들도 많다. 추억 속의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득 그립기도 하고,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끊어진 인연이 못내 아쉽기도 하다.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나에게 친구란, “공유”와 “적당한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친구가 될까?

내 경우엔 성격, 취미, 관심사 등에서 나와 비슷한 공통점이 있거나, 반대로 나와는 전혀 다른 성향에 이끌렸을 때 친구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친구가 된다고 해도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친구와의 우정은 공통의 관심이나 경험을 공유한다고 해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른 성격, 취향이나 상황도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하고, 항상 따뜻하게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전소영 작가의 그림책 <적당한 거리>는 싱그러운 식물의 자람을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물이나 햇빛을 좋아하기도 하고, 반대로 물이 적거나 음지를 더 좋아하기도 하는 식물들처럼,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그렇게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우정의 시작일 것이다.

관심이 지나치거나 무관심해지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식물들처럼 우정도 그러하다. 서로의 영역으로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함으로 서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친구는 내가 아니고, 내 옆에서 자신의 길을 가는 동행자이기 때문이다.      

집과 학교에서 몇 년째 꽤 많은 식물들을 돌보고 있다. 초록빛 식물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쁨과 평안을 준다. 하루가 다르게 돋아나는 싱그러운 새잎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금이라도 더 성장에 도움이 될까 싶어 듬뿍 물을 주고 열심히 돌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식물은 과습으로 잎이 노랗게 되거나 잎끝이 갈색으로 타들어간다.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두면 순식간에 벌레들의 습격을 받거나 잎이 시든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서야 식물들을 위한 적당함의 정도를 알아차릴 수 있다. 식물들이 이렇게 적당한 햇빛, 적당한 흙, 적당한 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처럼, 친구 사이에서도 적당함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안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며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앞서 판단하지 않고 기다려주어야 하고, 돌봐야 할 때와 내버려 둬야 할 때를 아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 모든 것을 통해 우정은 단단하게 자리잡는다.

그리고, 그렇게 우정을 키울 줄 아는 친구가 좋은 친구일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각자의 삶의 방식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진학, 취업, 결혼, 육아 등의 삶의 변곡점에서 많은 인연들이 멀어지거나 가까워졌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인연의 실타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 내 곁의 친구들은 비슷한 삶의 방식으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지나친 집착도, 무관심도 없다.

친구와의 끈적끈적(?)한 밀착이 때론 부담스럽고, 냉담에 가까운 무심함 역시 힘들었기에, 각자의 삶에 충실하며 일상의 고민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더욱 편안하다.

친구에게도 내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같은 방향으로 걷는 친구, 때론 손잡고 응원해주며 추억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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