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 Jun 19. 2023

백패킹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물 上

동동

동동은 남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성격’. 어릴 때 본 멋진 만화 주인공들은 절대, Never 덤벙거리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미소 한번 씩 짓고 여유롭게 모든 일을 완벽히 처리한다. 그게 멋져보였다. 동동은 그런 완벽함을 동경하고, 여유를 사랑한다. 그래서 되도록 뭐든지 완벽한 준비를 마친 후 여유롭게 일을 시작하는 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지난 주말 백패킹을 다녀 온 건 완벽히 후자의 경우다.  


동동은 ‘J’와 매일 연락하고, 주말이면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 사건’ 또한 J와 주말 데이트 계획을 짜면서 시작됐다. 큰 생각없이 동동은 작년부터 등산에 재미를 붙인 걸 생각하며, J에게 제안했다. 

‘산에 갈까?’ 

복잡하게 준비할 필요도 없는 등산은 만만한 데이트 코스라고 생각했다. 메시지를 본 J는 답했다. 

‘그래, 그럼 백패킹 가자!’

 여기서 소통 사고가 났다! 백패킹은 아직 우리가 준비하지 못한 취미 아니던가?! 백패킹은 우리가 작년 가을(코시국)에 캠핑 유튜브를 보며 처음 알게 된 취미다. 이 취미에 도전하기 위해 당시 몇 주간 캠핑에 필요한 장비들을 사 모았는데, 가방, 텐트, 침낭, 테이블, 헤드랜턴, 조명 등등. 가장 기본적인 장비들만 해도 열 가지는 넘었다. 생각보다 만만한 취미는 아니었다. 어두캄캄한 산에서 노숙하는 건데 당연한 일이었다. 큰 장비 2~3개 사고 나니 100만원이 깨지는 건 여사일도 아니었다. 캠핑 장비를 모으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모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날은 점점 추워져 겨울로 접어들고, 둘의 백패킹 욕구 또한 점점 사그라들었다. 65리터 배낭이 방구석에 먼지만 쌓여간 채로… 그렇게 다시 봄이 왔다.


갑작스럽게 일을 커졌지만, J의 메시지에 동동은 만화 주인공처럼 당황한 걸 티내지 않고 재빨리 답한다.

 ‘백패킹?! 좋지~! 어떤 산이 좋을지 내가 한번 찾아볼게!’ 

주말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 J는 말하고, 동동은 행동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첫 백패킹 장소를 물색하고, 코스를 짜고, 교통수단을 알아본다. 그렇지만, 기본 장비를 다 모으지 못해 이 계획은 애초에 완벽해질 순 없었다. 더군다나 백패킹을 떠나기 전 날인 금요일엔 일이 늦게 마쳐 새벽에서야 집에 들어왔기에 토요일 아침까지 출발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하지만 닭의 목은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고 했던가. 우린 일단 출발했다. 예봉산이 있는 팔당역으로! 

 

내 몸집만한 배낭을 메고 있으니, 사람들이 다 쳐다봐서 조금 부담스러웠음...


작가의 이전글 옷빨, 머리빨, 금이빨보다 끗빨나는 촌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