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한복이 Jun 29. 2023

어떤이의 하루




시간이 늘 똑같이 흐르는 건 때로

을 내리는 것 같기도 해

너에게는 빼앗겨버린 시간인데

나에게는 왜 이토록 길기만 할까

서둘러 눈을 감아서

이 밤을 멀리 보내버릴 수만 있다면


의미 없이 쌓여가는 아까운 이 날들을

너에게 빌려줄 수 있기라도 하면

그날처럼 너는 내 손을 잡고

이 길을 함께 걸어줄까

달궈진 모래밭을 또 좋아해 줄까


너를 놓아주지도 품지도 못하고

모래밭에 남겨진 발자국을 따라 스물네 바퀴

툭툭, 보고 싶지 않은 흔적을 뭉개가며 걸었는데

스물다섯 번째 발자국이 새겨져 버린 이곳에서

아이야 나와 함께 걸어주지 않을래


신발 가득 모래알이 묻었어

가벼운 걸음마다 뿌려질 모래알들이

달빛에 빛날 거야

빛을 따라 다시 너를 안으러 가는 길

아이야 언제 그렇게 멀어졌는지

머리 위를 반짝반짝 수놓고 갔구나


그곳까지는 발이 닿지 않아

에 꼭 잡은 작은 손이 가여워서

이마저 놓쳐버릴까 두려워서

오늘도 올려다보고 만다

미어지도록 그리워하고 만다




[어느 고운 아가를 위한 추모의 글]





♡사진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귀 기울여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