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한복이 Dec 20. 2023

진지한 코미디


엄마, 이거 복숭아맛이야. 그럼 아빠는 못 먹겠네?
아빠는 복숭아 알르게이(알레르기) 있으니까.
엄마, 나는 알르게이 뭐 없어?
응. 우리 심쿵이는 다 잘 먹지~
피~ 나도 김치 알르게이 있게 해 주지. 매워서 먹기 싫단 말이야. 어린이집에서 세 개만 먹는데도 겨우 먹는다고.
알레르기 있으면 힘들어. 그냥 못 먹기만 한 게 아니라 아파. 아빠도 예전에 복숭아 잘못 먹고 목이랑 얼굴 부어서 큰일 날뻔했어.
그래도...






얼마 전 매서운 찬바람이 불던 날에 새벽부터 아이는 열이 나고 콧물이 났다. 이튿날 열은 떨어졌지만 등원을 시키지 않고 가정보육을 하기로 했다.

저녁 무렵 막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심쿵이는 안방 침대밑에서 인형머리에 핀을 꽂아주며 흥얼거리고 있었다.


부처님 법을 따라서.... 욕심은 부리지 말고
스님의 말씀... 긍정적인 마음으로... 참선....
숨겨진 보물은 무엇일까.... 나를 찾는 보물찾기~


가사를 가만히 들어보니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인 듯했다.

조그만 아이 입에서 부처님이 어쩌고 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심쿵아 그 노래 뭐야? 어린이집에서 배웠어?
응 차 타면 나와. 노래 좋지?
부처님 어쩌고 저쩌고~ 랄랄라~~
너 그 노래 우리 할머니 앞에서는 부르지 마~ 큭큭.
왜?
할머니 교회 다니시는데 들으면 큭큭큭.




들으면 왜?
할머니는 부처님 알르게이있어?




생각지도 못한 아이 말에 한참을 목놓아 웃었다.

그렇게 웃어본 게 언젠지.

며칠이 지나고 어머니께 얘기해 드렸더니 소리 없는 웃음에 눈물만 연신 닦아내셨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콤 살벌한 척쟁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