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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복이 Oct 22. 2023

달콤 살벌한 척쟁이들


두 아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손유희도 하며 구간을 정해 번갈아 동요를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래, 딸들은 요런 아기자기 알콩달콩한 맛이 있지!

밖에 날씨도 좋고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까지, 힐링이 따로 없었다.


아파트 앞에 거의 다 와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언니! 예쁜 척하지 마!
나 예쁜 척 안 했어! 그리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그럼 왜 예쁜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예쁘니까 예쁜 거겠지.
난 알아! 언니가 자꾸 예쁜척하니까 그런 거지.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니까?
넌 내가 부러운 거 아니니?
아니거든? 언니가 예쁜 척하는 게 보여서 그런 거거든?
언니가 방금 한 게 예쁜 척인 거야.
넌 5살이면서 나보다 더 많이 아니?
그건 알아. 언니가 예쁜 척하는 거.
넌 좀 천재인 척하지 마.



예쁜 척과 천재인 척 사이에서  들은 척을 하느라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얼마나 참았는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끝내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예쁘게 잘 놀다가 왜 그래. 이제 그만하고 내려" 했다.

벨트를 푼 심쿵이가 내 눈치를 보다가 언니에게 그랬다.



언니,
그런데 천재가 뭐야?
그것도 예쁜 거야?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사과는 나에게 속삭였다.


엄마, 쟤는 예쁜 거밖에 모르나 봐
언니! 뭐라고 했어? 다 들리거든?
다 들린다면서 왜 물어봐? 너 거짓말했지?
아니거든? 엄마 언니 나쁜 말 해!
넌 할 말 없으면 엄마 찾더라
아니거드은! 언니는 나빠! 으앙~~



그래, 딸들은 이런 살벌한 맛도 있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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