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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기있는쫄보 Mar 15. 2021

손님은 왕이다

그건 세자르 리츠의 얘기구요, 손님.

가끔 일을 하다 보면 저 사람의 인생은 도대체 어떤 인생일까, 어떻게 살아오면 저렇게 무례할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상식선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른 동료들에게 물을 때도 있다. "내가 이상한 거야? 손님한테 내가 무례했던 건가,,"라고 물으면 "아니, 저 사람이 이상한 거고 저 사람이 무례한 거지"라는 대답이 나오는 경우가 십중팔구가 아니라 십중십십이다.

손님은 왕이다
by.César, Ritz

이 말은 한 사람은 스위스 출신, 리츠칼튼 창시자이자 호텔경영인이 한 말인데 세자르 리츠의 손님은 정말로 왕족 혹은 귀족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이 말이 우리나라에 왜, 어떻게 퍼진 걸까? 잘못 알아도 한참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는 돈을 냈으니 그 가치만큼 무언가를 받아 낼 권리가 있다!라는 생각은 나도 100% 인정. 다만, 그 권리에는 갑질이 포함이 될 수 있다는 건 전혀 아니다. 또한, 돈을 냈기 때문에 난 너보다 위에 있어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소비자는 소비자일 뿐 그 누군가의 위에 위치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왕도, 신하도, 노예도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것도 지금 이 시대에!


본인을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한 에피소드를 써보려고 한다.


워크인, 예약을 따로 하지 않고 바로 호텔로 오는 손님들의 예약 건들을 워크인 예약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워크인, 걸어 들어오는 사람들. 그들 중 몇몇은 일이 늦게 끝나서, 혹은 너무 늦어 차편이 없어서, 아니면 놀다가 흥이 사그라들지 않아 더 놀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중 적절치 못한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적절치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술에 취해있다. 술에 취해서 워크인으로 오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말하는 건 지갑을 열며 객실이 있냐는 물음이다.


손님 : 방 있어요?

나 : 오늘 객실 있습니다, 고객님^^

(방,, 방,,,, 항상 객실이라고 말하는 우리들에겐 방이라는 단어는 그리 썩 와 닿지 않는 별로인 단어다.)

손님 : 오늘 얼마예요?

나 : 금일 기본 객실가는 얼마입니다.

손님 : 더 싼 방 없어요?

니 : ^^ (기본 객실가라는 말은 가장 저렴한 객실 요금이라는 건데,,)

손님 : 비싸네~ 왜 이렇게 비싸요 이 시국에. 그럼 그 돈 받고 제일 큰방 줘요.

나 : (이 시국이지만 기본가입니다.) 고객님, 오늘 기본 객실가라 가장 저렴한 요금입니다^^ 큰 객실 같은 경우는 금일 만실이라 어렵습니다. 기본 객실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마스크 뒤로 입은 웃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눈웃음을 지으며 응대를 한다. 가장 큰 방은 있지만, 만실이다. 이런 기본적인 대화도 사실 술에 취해 눈이 풀린 사람과 하기는 싫지만 열심히 손님과 아이컨택도 하고, 표정관리를 해본다. 그래도 이렇게 정상적으로 체크인을 시작해서 끝내면 나도 기분 좋게 객실로 보내고, 손님도 기분 좋게 올라간다. 하지만 처음부터 반말을 한다면? 나도 사람인지라 달라진다.


손님 : 방 (...? 놀랍겠지만 이 한 마디가 다인 손님의 첫마디)

나 : 예약하셨어요, 고객님?

손님 : 아니, 방.

나 : (기분은 나쁘지만,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평소처럼) 오늘 기본 객실가는 얼마입니다~ 존함 확인 가능한 신분증과 예약 보증용 신용카드 주시면 바로 예약 생성해드리고 체크인 진행 도와드리겠습니다^^

손님 : 뭐? 얼마?? 에이씨,, 뭐 이리 비싸. 그리고 신분증을 달라고? 허, 참! 살다 살다 호텔에서 신분증 요구하는 건 처음이다. 그냥 홍길동으로 만들어. 그리고 현금으로 할 거야. (라며 돈을 툭- 하고 내던지거나 카드를 촥- 하고 내던진다.)

나 : (대꾸 안 하고 예약 생성 중)

손님 : 인상 펴~~!!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쁘다고 꼴랑 예약 하나 생성하면서 인상을 써????

나 : 예약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블라블라~ 샬라 샬라~ 금연 건물이기 때문에 흡연하시게 되면 청소비용 발생합니다. (10초 만에 설명 끝내기)

손님 : 쳇. 내가 돈 줄게. 그럼 미리 청소비용 냈으니까 펴도 되잖아? 내가 돈을 내고 핀다는데 뭐 어쩔 건데?

니 :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체크인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흡연할 수 있는 다른 호텔로 가주세요. 방금 만든 예약 건은 그냥 취소 도와드리겠습니다.

손님 :...(실소를 하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거나 죽일 듯 노려본다)


그러면 옆에 있는 동행은 그제야 말리기 시작한다. 그러지 말라고. 정말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굳이 하겠다는 손님과의 기싸움에서는 지기 싫다. 특히 흡연에 대해서는 나는 매우 단호한 편이다. 그리고 손님 눈을 피하지 않는다. 결국 동행이 어르고 달래어 키를 받아 간다. 그 손님은 마지못해 끌려가며 아니 저 싸가지!@#$^&*라고 들으라는 듯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 내뱉는다.


신입이었을 땐,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펜을 움켜잡은 손은 덜덜 떨렸고,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마저 떨렸다. 26,7살인 나에겐 무서운 대상일 수밖에. 하지만 지금은 그냥 길게 말 섞지 말고, 기본적인 것만 말해주고 빨리 보내자 라는 생각만 들고, 다른 손님들한테처럼 친절하고 살갑게 대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저절로 나도 정색을 하게 되는데 술 취한 아저씨들에게는 그저 시비를 걸고 싶은 대상이 되어버릴 뿐이다.


이런 에피소드들을 친구들한테 말하면 다들 놀란다. 모텔도 어디 여인숙도 아닌 호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일을 해보니 정말 많더라. 저 위의 술 취한 손님의 예시는 정말 가아끔 있는 일이지만 반말을 찍찍 내뱉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고, 면전에 대고 욕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나름 이름을 말하면 다들 아는 브랜드의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선배님, 저런 사람들은 술을 마셔서 그런 거겠죠? 평상시에는 안 그러겠죠?”라고 묻는 후배의 말에 “평상시에도 정상은 아닐걸..”이라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나는 늘 후배들에게 얘기한다.


"우리는 저렇게 나이 먹지 말자. 정말 어른답게 늙어가자"


왕이 되지 말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출퇴근하면서 항상 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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