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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선생 Dec 31. 2022

내일 어린이집 문을 안 연다구요?

부모님으로부터 의존과 독립 사이에서 고민하는 젊은 부부


어머님 으누니, 미누니는
다음 주 화요일까지 오니
그때 낮잠 이불 드릴게요.
- 다음 주 화요일이요?

어린이집 선생님께 되묻고 싶었지만, 벌써 저만치 밖으로 뛰어나간 아이들을 쫓아가느라 서둘러 인사만 하고 나왔다.


어머님 이불 드릴게요, 내일부터 어린이집 방학인 거 알고 계셨죠?
선생님 어린이집 방학이요?
혹시 긴급 돌봄은 없나요?


아뿔싸,

선생님이 다음 주 화요일이라고 얘기했던 게

긴급 돌봄이 없단 얘기였나 보다.

어린이집 방학이라는 건

가정통신문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긴급보육 보내면 된단 생각에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요즘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는 게

가정통신문뿐이랴.


어린이집 문을 열지 않는다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들 둘은 멍해진 엄마는 아랑곳 않고 저만치 달려갔다.


차에 아이들을 하나씩 태우고

어머님, 남동생, 아빠, 엄마에게 전화를 돌렸다.

정말 감사하게도 가족들이 시간을 내주셨다.

요일엔 어머님이 막내딸을,

남동생이 둘째 아들을 봐주기로 했다.

큰 아이는 유치원 돌봄 교실에 계속 보내면 된다.. 친정아버지는 수요일 밤에 4시간에 걸쳐

경남에서 올라와 주셨다.


어머님이 3일 낮동안 막내를 도맡아 주셨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을 하루,

첫째와 둘째 아들을 이틀 동안 봐주셨다.

휴 진짜 가족들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나도 가족 돌봄 휴가를 쓸 수 있지만,

사전에 수업을 바꾸고

무사님과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해야지,

다짜고짜 ‘내일부터 못 나가요’ 할 순 없다.


아이들이 열날 때, 입원할 때,

어린이집이 문을 닫을 때

아찔한 상황이 생기면 믿을 구석은 가족 밖에 없다.


요즘 나의 머릿속 화두는 자아분화이다.

원가족으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건강하게 이루어야 나의 가정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오빠, 어머님이 먼저야 내가 먼저야?!

남편들이 많이 받는다는 최대 난감 질문이 바로 자아분화에 대한 것이다.

만약 배우자와 부모님이 함께 물에 빠진다면, 누구부터 구해야 하는가?

배우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먼저 구하고)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해야(나중에 구해야) 고부갈등과 장서갈등에서 벗어나

바로 선 가정을 꾸릴 수 있다.


물론 나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내 가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머릿속으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워낙 잦으니 원가족의 도움 없이 살 자신이 없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이
나이 드는 게 보이는 데다
아이까지 봐주시니
더 마음이 쓰인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안정을 느끼는
사회적 존재이면서
개별성을 꿈꾸는 독립된 존재라고 한다.

비록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
부모님께 도움을 많고 의지하지만,
아이들이 크고 부모님의 연세가 많아지면
우리 부부는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함과 동시에 보호자 역할을 하며
부모님께 받은 은혜를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까지 #엄마딸아빠딸 #부모님 #감사합니다
#내새끼들도 #독립하겠죠 #자아분화 #너네끼리잘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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