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전신마취 부작용, 수술 후의 통증
무통주사를 맞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하루가 훌쩍 지나있었다.
오늘은 8월 10일. 수술을 받은 다음날. 진통제를 최대한으로 맞고 있기에 크게 아픈 건 없었지만 부작용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비유를 해보자면 뭐랄까...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기분이랄까. 비몽사몽 하고 가라앉은 느낌이 지속되어 누운 상태로 하루를 또 보냈다. 회복실에서 경험했던 큰 통증을 다시금 느끼게 될까 봐 움직일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마치 반시체처럼.
더군다나 전신마취를 하고 난 이후였어서 온몸이 퉁퉁 부어있고, 숨을 편히 쉬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부작용은 말로만 들었지 진짜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목에 마치 뭐가 걸린 것마냥 심한 가래가 끼기도 했다. (단순히 깊은 잠에 드는 게 아니라 가사 상태에 가까운 정도까지 들어가는 거라... 아무래도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을 동시에 들어갔고, 시간 또한 10시간 정도로 매우 긴 시간이었던 만큼 몸이 통증을 느끼지 않고 회복을 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장을 절제하고 이어 붙이는 수술이라 장기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가스가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걸어 다녀야 했다.
약 8년 전, 엄마가 자궁 수술을 받고 나서 하루 뒤 바로 걸어 다니는 걸 보면서 크게 어렵지 않나 보다... 했었는데 이번에야 비로소 경험을 해보니 사람들이 왜 수술을 받고 나서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줄 알았다.라는 말을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 말만 걸어 다니는 거지 거의 뭐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더라.
시작은 침대에 앉는 것부터.
다행히도 병원 침대는 리클라이너처럼 직접 각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리모컨을 이용해서 겨우 몸을 일으켰다. 배에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가면서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아프기도 했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이것부터가 운동의 시작이라고 하셔서 최대한 버텼다.
다음은 침대에서 내려와 일어나기.
직접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거다. 이건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안간힘을 써서 발을 침대에서 내리고 일어나려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배에선 장기가 무너져내리는 통증이 느껴지고 다리 근육이 모두 사라진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엄마가 나를 안아서 버티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대로 침대에 고꾸라지고 말았을 거다.
마지막은 걷기.
운동을 시작한 당일에는 도저히 복도까지 나가 걸을 용기가 나질 않아서 침대에 내려온 상태로 제자리걸음을 진행했다. 그리고 조금 익숙해졌다 싶을 즈음 폴대를 잡고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을 뗐다. 평상시라면 3초면 걸어갈 거리를 2분 정도 소요한 듯하다. 복강경으로 인한 심한 가스통까지 겹쳐져서 배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하지만 걷지 않으면 가스가 나오질 않아 더 오래, 더 많이 아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떻게든 걸어야겠다는 생각만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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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스가 나오면서 배가 편안해질 거라는 의사 선생님 말과는 달리 내 빵빵한 배는 괜찮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이를 악 물고 2시간 정도를 걸었는데도 좋아지질 않으니 괜히 눈물이 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내 몸이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움직일 순 있었으니까) 정말 어딘가 망가진 것처럼 보여서,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는 생각에 운동 따위 해봤자 달라질 게 있나 싶고.
수술을 받고 나면 금세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여겼던 나의 완벽한 패배. 내 몸 하나조차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데에서 느껴지는 무력감.
언제쯤이면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들을 보낼 수 있을까 하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했던 그런 하루.
물론 지금 와서 보면 다 지나간 추억이자 힘든 기억일 뿐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렇게 반시체처럼 누워있기만 했던, 걸음 하나를 내딛는 것도 어려워했던 나 또한 금세 그 생활에 적응하고 하루하루 차도를 보이며 이렇게 살아있다.
뭐, 아직 내 병동일기는 끝나지 않았지만!